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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인은 화장을 진하게 했네”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얼굴에 화장을 하는 이유는 자신을 더욱더 예쁘게 돋보이려고 하는 것이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와인도 오크(Oak·참나무)를 이용해 화장한다.
오크의 탄닌 성분이 와인의 탄닌을 안정시키고 질감을 부드럽게 해 주는 물리적 효과 때문이다.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면 와인이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고급와인은 오크통에서 몇 년간 숙성시킨 후 병에 옮겨 담는다.
오크통 숙성을 거치면 와인은 단순한 와인의 아로마(Aroma·향기) 만을 풍기는 것 이상으로 더욱 복합적인 향을 발산한다. 과일이 주는 달콤한 포도향기 위에 바닐라·갓 구운 식빵·비스킷·담배향 같은 다양한 향기를 발산하기도 하고 혀에서 느껴지는 와인의 질감은 강한 신맛과 거친 맛이 누그러져 매우 부드럽고 우아한 느낌으로 변한다.
특히 샤도네이(Chardonnay)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와인은 화장을 많이 하는 편이다. 오크통 숙성을 통해 단순하고 평면적인 와인이 다양한 향과 바디감을 느낄수 있는 와인으로 변한다.
오크통에서 화이트와인을 발효시키면 질감은 훨씬 부드러워지고 향은 더욱 깊어진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고급 샤도네이 생산자들은 오크통 속 앙금을 막대기로 저어서 크리미한 질감도 만드는데 이것을 ‘바토나주’(BÂTONNAGE)라고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와인은 더욱 기름지고 복합적인 풍부한 향을 갖게 된다. 최상급 화이트와인을 숙성하는 과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기법이다.
고급 레드와인은 오크통 숙성을 통해 다양하고 오묘한 향이 잘 어우러져 와인의 구조감을 단단하게 해주고 매혹적이고 그윽한 느낌을 더해 준다. 오크 숙성을 하면 당연히 와인 가격은 높아진다. 오크통 자체 가격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오크통 숙성은 주로 고급와인에 적용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와인 구매자들은 얼마 동안 숙성한 와인인지를 꼼꼼히 확인한다.
와인을 화장시키는 오크통은 크고 오래될수록 오크향이 덜 배어난다. 반대로 오크통의 크기가 작으면 오크통에서 느낄 수 있는 바닐라·스모키·삼나무·초콜릿 같은 풍미가 진하게 밴다.
오크통은 보통 보르도에서 225ℓ, 부르고뉴에서 228ℓ를 사용하는데 작을수록 산소가 매우 빠르게 들어가 오크 풍미도 많아진다. 따라서 빠르게 숙성해야 하는 품종은 작은 오크통을 사용하고 바닐라 풍미를 싫어하는 생산자들은 대형 오크통을 사용한다.
와인 제조자는 자신이 만든 와인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가장 맛있는 와인으로 숙성시키기 위해 오크통에서 와인을 숙성시키는 기간을 결정한다. 오크통 숙성 기간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이 나온다. 오크통 숙성은 포도 품종과 그해의 작황에 따라 장기간 숙성을 하기도 하고 6개월 정도 짧은 기간 숙성하기도 한다.
오크통의 스모키향과 부드러운 느낌이 좋다고 너무 오랜 기간 숙성하면 오히려 와인 본연의 맛과 향이 사라지는 반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오크통 숙성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포도품종과 토양의 특징을 잘 이해하는 와인 제조자의 경험과 노하우다.
와인메이커가 추구하는 와인스타일에 따라 프렌치 오크통이나 아메리칸 오크통을 사용한다. 또는 이 둘을 혼합해 사용하기도 한다.
아메리칸 오크는 바닐라향과 매력적인 달콤한 향을 잘 살려 준다. 아메리칸 오크는 프랑스 오크통보다 떫은맛이 강하다. 향에서는 코코넛·캐러멜·바닐라·크림소다·베이킹 향신료 같은 맛을 나게 한다.
프랑스 오크는 지역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프랑스의 리무쟁 오크는 떫은맛이 강해서 브랜디에 적합한 통이다. 반면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프랑스 오크통은 약간의 떫은맛과 함께 아로마들을 느낄 수 있다. 섬세한 삼나무·은은한 바닐라향이 느껴지고 입안에서 세련되고 촘촘한 탄닌감을 더해 준다.
저렴한 와인도 오크의 향기를 내기 위해 비싼 오크통 대신 스테인리스 숙성 통에 오크 칩을 넣거나 오크 파우더를 넣어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오크칩이나 오크파우더을 사용한 와인은 종종 와인 본연의 맛은 사라지고 싸구려 화장품으로 진하게 화장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요즘은 오크의 무겁고 느끼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오크의 역할을 잘 활용해 좀 더 깔끔하고 세련된 맛을 표현하는 꽤 매력적인 와인들을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웬만한 프랑스의 세련된 특급 와인들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와인 중에는 오크통 숙성하지 않았을 때 더욱 좋은 맛과 향을 발하는 것들도 있다. 깔끔하고 상큼한 과실적인 신선미가 느껴지는 리슬링이나 소비뇽 블랑과 같은 청량감 있는 와인들이 대표적이다.
최근 남미의 샤도네이 와인 중 오크통에서 숙성시키지 않고 샤도네이 품종 본연의 맛을 표현하는 ‘언오크드 샤도네이’도 볼 수 있는데 기존의 샤도네이에서 느낄 수 없는 과실의 청량감을 극대화한 화이트와인이다.
요즘에는 위스키·버번·포트와인을 만들었던 통을 사용해 와인을 숙성시키기도 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버번을 숙성시켰던 오크통을 사용하는 것인데 이렇게 만든 것이 ‘버번 배럴 레드와인’이다. 이런 방식은 매우 도전적이고 흔하지 않은 양조 방식으로 새롭고 독특한 와인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이다.
‘스카치 배럴 에이지드 샤도네이’는 원액의 일부를 스카치위스키를 만들었던 배럴에 숙성시켜 캐러멜·사과·꿀·스카치위스키 향과 부드러우면서도 독특한 풍미를 담았다. 그래서 샤도네이 와인에서 흔히 느낄 수 없던 독특한 향과 풍미가 있는 풀바디 샤도네이 와인을 경험할 수 있다.
‘포트 배럴 에이지드 피노누아’는 원액의 일부를 포트와인을 만들었던 배럴에 숙성시켰다. 블랙베리·코코아·토스티 향이 지배적이며, 아주 진하고 검은 과일 풍미와 포트 배럴 숙성에서 오는 오크·시나몬 등의 복합적인 풍미와 부드러움과 무게감이 돋보인다.
화장을 자신의 얼굴에 맞게 적절히 했을 때 가장 아름다워 보이듯이 오크통 숙성도 포도 품종과 그해 작황에 따라 적절하게 했을 때 최고의 와인으로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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