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다름’ ‘본질의 같음’을 기꺼이 경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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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관계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
‘생각’을 남길까 ‘관계’를 남길까 선택을

김성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0-21 09:43:10

만나는 사람의 생각이나 견해가 나와 일치하기를 ‘결단코 바라지 않기’로 했다. 사람에 대한 예의나 존중, 수용은 ‘생각이나 견해’의 일치를 포기했을 때 벌어지는 마음의 향연임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좋은 소식은, 위 세 가지가 특히 자기 주도성이 높은 마음 품목이란 점이다.

나의 생각과 일치하기를 포기해야 할 대상은 함께 사는 가족·부모·형제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간다. ‘함께 사는 가족’부터 깐깐하게 챙겨야 하는 이유는 당신도 알 것이다. 이들은 자칫, 나의 확장판으로 착각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친구·동료·이웃·익명의 인연들을 향하여 ‘당신의 생각을 존중합니다’라고 혼잣말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아(自我)가 솟구쳐서 낭패감으로 쩔쩔 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생각 게임을 한번 펼쳐 보자. 일란성 쌍둥이는 똑같아 보일까 다르게 보일까. 참고로, 일란성 쌍둥이는 난자 하나에 정자 하나가 만난 가운데 수정란이 세포 분열을 일으켜 똑같은 두 개로 나뉘는 것이다. 이들은 성(性)이 동일함은 물론 생김새도 같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일란성 쌍둥이의 차이를 물으면 다양한 관점과 답변이 나올 터이다. ‘같다’ 혹은 ‘다르다’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어떤 때 보면 다르고 어떤 때 보면 같다’ 이쯤에서 그칠까?

현상적으로 판박이에 가까운 ‘일란성 쌍둥이’의 생김새를 두고도 다양한 견해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 그 첫째 이유는 관찰자의 시선이 ‘일란성 쌍둥이’인 당사자 시점과 같을 수 없어서다. 관찰자의 판단에 자신의 입장과 경험, 기억이나 지식이 투영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쌍둥이를 한곳에서 동시에 보느냐, 다른 곳에서 각기 따로 보느냐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 탓이다. 즉, 대상을 보는 환경에 따라 생각들은 파편처럼 분화된다.

어떤 집단이든 생활하는 데 가장 힘든 것은 ‘인간 관계’이다. 가정이 화목하다는 것은 부부 관계, 부모 자식 관계가 좋다는 것이다. 이처럼 좋은 관계의 바탕에는 무엇보다 생각의 일치가 있다. 끼리끼리 모인다는 의미 또한 마찬가지다. 어떤 현상이나 상황에 대한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의 집단을 말한다. 이 끼리끼리 집단 또한 다른 사안 앞에서는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다른 형태의 집단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과연, 타인과 나의 생각이 ‘정말’ 일치할 수 있을까. 서양식 무지개는 ‘빨·주·노·초·파·남·보’로 이루어진 7가지 색깔이고, 동양 사람이 보는 무지개 색깔은 ‘청·적·황·백·흑’으로서 5색이다. 동양적 의미에서 5색은 셀 수 없는 무한한 색깔을 의미하기도 한다. 당신은 어느 편인가. 나는 둘 다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색깔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의 능력은 100가지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무지개 색은 100가지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답인가. 세 사람이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고 서서 7가지, 5가지, 100가지라고 한다. 이와 같은 상황은 어쩌면 당신이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일 수 있다. 7가지를 주장하는 사람은 성경 말씀을 근거로 하고, 5가지를 주장하는 사람은 우리나라의 전통 오방색을 들먹인다. 100가지를 주장하는 나는 ‘눈’이라는 기관과 무지개라는 대상을 분별할 수 있는 시각적 능력과 색상에 관한 언어 표현력을 근거로 든다. 각자 내세운 근거의 뿌리가 나름 튼실하다. 무엇이 해답일까.

당신은 일란성 쌍둥이를 두고도 생각의 다름을 확인하고, 같은 무지개를 함께 보면서도 다른 생각들과 부딪히게 된다. 좋은 관계, 우정의 지속, 자연스런 스토리 라인이 부서지기 쉬운 조건은 창졸간에 형성될 수 있다. 어쩌면 사회생활 자체가 이와 같은 결렬 위기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덮어놓고 상대의 생각을 ‘수용’하는 일은 마땅한 해답 같지 않다. 사실은 어떤 생각이든 해답이라고 단정해 버려서는 곤란하다. 생각은 생각일 뿐인데 그 중 하나가 옳다고 주장하여, 그것이 채택될 때 남은 사람은 내면에서 결렬을 느낀다. 특히 서열이나 돈·권위가 작동하여 굳어진 ‘생각’은 좌절이나 분노·경멸·슬픔 따위의 감정을 남기게 마련이다.

수용전념치료(ACT) 학자로 알려진 스티븐 헤이스와 스펜서 스미스는 무조건적인 ‘수용’에 앞서 ‘기꺼이 경험하기’를 제안한다. 즉, 타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다를 때, 타인의 생각을 나의 심신으로 기꺼이 경험해 보는 것이다. 무지개 색이 100가지라고 알고 있는 나의 생각을 잠시 포기하고 7가지라는 생각에 들어가 보는 것이다. ‘무지개색은 7가지야’라고 혼잣말을 할 수도 있다.

불안감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은 불안하지 않으려 노력함으로써 오히려 불안의 소용돌이 속으로 말려든다. 해결 방법은 오히려 그 불안감에 기꺼이 머물러 보는 것이다. 불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의 조건’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타인의 생각 또한 이와 같다. 내 생각을 잠시 내리고 너의 생각을 기꺼이 경험하는 게 첫 순서다. 정해진 해답이 없음을 잊지 않는다면 어렵지 않게 ‘수용’할 수 있는 힘이 형성된다. 어찌됐든 당신의 안녕을 위해서 끝내 남아야 할 것은 ‘관계’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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