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사태’로 드러난 우리의 안전 불감증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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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플랫폼 기업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 심각한 수준
몸집 불리기에 급급… 키워 준 국민에 대한 배신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0-24 09:45:41

안전 불감증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카카오 먹통’ 사태로 나라 전체가 벌집 쑤셔 놓은 듯 혼비백산이다. 지구촌 전역이 디지털 초연결 사회로 가는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는 중에 IT 강국이라는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개탄스럽다.

어떻게 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내부에 누적된 무사안일과 이의 뒷배가 되어 버린 도덕적 해이가 거의 한계 수준에 도달하고 있는 듯하다. 사류 정치 혹은 삼류 정부라고 힐난을 하지만 우리 민간 영역, 특히 대기업의 행태가 과연 일류 혹은 이류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밖에 나가면 일류로 평가를 받는 이들이 국내에서는 그런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은 자업자득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우리가 자화자찬하고 있는 민주화와 산업화 뒤에 숨겨져 있는 부끄러운 민낯이다.

국민의 삶이 점점 더 불안하다. 생명의 위협에 더해 생활의 불편까지 야기하는 사건·사고가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난다. 과학의 발달과 지구촌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일상이 편해진 만큼 이에 뒤따르는 부작용이나 후유증도 그만큼 크다. 그래서 국가가 정상적인가, 아니면 비정상적인가 하는 것을 위기 대처 능력으로 비교하기도 한다.

선진국일수록 인재(人災)가 상대적으로 적고 후진국일수록 많은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무늬로 포장은 했어도 실제 내면은 아직도 갈 길이 멀지나 않은지 새겨 볼 일이다. 국가가 시스템에 의해 작동된다고 본다면 이를 누구의 탓으로 몰아가기보다는 총체적 난맥상을 효율적으로 풀어 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현명하다.

이번에 사고를 친 ‘카카오 사태’도 냉정하게 짚어 봐야 한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도 기존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 기업 규모가 커지고 있다. 시총은 이미 상위권에 자리매김하여 있고, 이들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가히 압도적이다. 심지어 창업자의 재산 규모는 혀를 차게 한다. 스타트업·벤처에다 플랫폼 기업 육성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이들의 덩치를 엄청나게 부풀게 했다.

특히 대형 플랫폼 기업의 경우 대부분 국민 전체를 고객으로 단기간에 급성장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대기업의 성장 패턴과 유사하게 국민이 키워 준 일종의 국민기업인 셈이다. 국가 경제에 대한 그들의 기여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에 걸맞은 도덕적 기준과 사회적 책임이 필연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카카오의 실상은 우리가 안고 있는 고질적 폐단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탄받아 마땅하다. 계열사가 매년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문어발식 확장이 동네 미장원 상권까지 침범하고 있을 정도로 탐욕적이다. 몸집 불리기에 급급해 내부의 통제나 백업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

법의 사각지대를 활용하여 중소 플랫폼을 먹잇감으로 간주, 무차별적으로 M&A를 감행하여 건전한 벤처 혹은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전통산업에는 엄정하지만, 플랫폼 기업에 대한 느슨한 잣대가 이들에게 교묘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빌미를 제공한다.

다만 이를 제어한답시고 불필요한 규제를 만들어 플랫폼 때리기에 나서서 도리어 사태를 악화시키는 우(愚)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건전한 발전은 저해하지 않되 문제의 근원을 핀셋으로 제거하는 지혜와 치밀함이 필요하다.

이미 커질 대로 커진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우리만이 아닌 글로벌 전체의 이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독과점으로 시장 지배력이 커진 온라인 플랫폼을 어떠한 형태로든 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터널을 통과하면서 이들의 영향력이 더 막강해진 것과 대조적으로 중소 상인들이 입고 있는 피해가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연결되고 있기도 하다.

플랫폼 길들이기와 관련 강제 규제와 자율 규제를 놓고 어느 수준에서 결정할지를 두고 각국의 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이 정확한 실상이다. 정답은 없다. 호떡집에 불난 것 같이 사고가 터지면 땜질식 임기응변으로는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특정 플랫폼이 아닌 플랫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서 규제의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당연히 카카오에 있으므로 손해 당사자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는 무거운 책무를 감당해야 한다. 대표 사임으로 어물쩍 넘어가려고 한다면 큰 오산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플랜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 또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전력·통신·금융·행정 등 국가 안전망에 대한 소홀한 관리가 결국 화를 자초했다.

우리 주변에는 언제든지 이런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는 위협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점검과 대비가 부실하기 짝이 없다. ‘눈감고 아웅’하는 수박 겉핥기식 대응은 국가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다. 국가가 이에 태만하니 국민은 덩달아 무관심하다. 북한의 무모한 도발까지 가세하면서 국민 불안감이 갈수록 증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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