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흑’의 주인공 쥘리앙 쏘렐을 탄생시킨 마르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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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탕달이 사랑한 여인을 찾아가 머물었던 도시
모든 프랑스의 그림 같은 경치가 농축된 그곳

최인숙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0-26 11:08:13

스탕달 증후군. 너무 아름다워 숨을 멎게 하거나 균형을 잃게 하고 심지어 번민하게 하는 상태를 말한다. 프레데릭 드 스탕달이 1817년 이탈리아 플로렌스를 여행하면서 이런 상태에 빠져 거기서 유래한 말이다. 스탕달 증후군이란 다시 말하면 훌륭한 작품들을 보고 감탄한 나머지 육체적·심리적으로 고통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스탕달 그는 도대체 누구인가? 그의 본명은 앙리 베일이다. 그는 1783년 1월23일 그르노블에서 태어나, 1842년 3월23일 파리에서 생을 마감하고 몽마르트르에서 쉬고 있다. 베일의 이름으로 출판된 책은 1817년 쓴 ‘화가의 역사’ 단 하나뿐. 스탕달이란 이름으로 출판한 책들은 베일이 말년에 쓴 ‘적과 흑’과 ‘파르마 수도원’ 등이다. 이 작품들은 스탕달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다.

스탕달은 베일이던 시절 1807년과 1808년 프랑스 라인강 하구의 빌헬민 그리에쉐임에 살았다. 여기서 가까운 곳에 독일의 저명한 고고학자이자 예술비평가인 요한 요아힘 빙켈만의 고향인 삭사날(Saxe-Anhalt: 독일어 발음은 작센 안할트)이 있었다. 베일은 빙켈만을 존경해 그의 고향 이름에서 영감을 얻어 스탕달이라는 필명을 지었다.

그 외에도 스탕달은 250여 개의 필명을 더 썼다. 류이 알렉상드르 봉베, 아나스타즈 드 세르피에르, 마르퀴 드 퀴르자이, 오딜 바티에르, 지오르지오 바자리, 윌리암 크로코딜 등 수없이 많다.

어린 스탕달 눈에 보인 어른의 세계, 그의 소설의 모태가 되다

최고의 작가 스탕달은 어린 시절 불행했다. 고등법원 판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일곱 살 때 가장 사랑했던 어머니를 잃었다. 해산 후유증으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어린 그는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감에 빠졌다.

아버지 쉐리벵 베일은 차갑고 위선적이고 허영심이 강하고 포악했으며 돈 밖에 모르는 속물이었다. 가정교사였던 라일란 사제는 스탕달과 아버지의 관계를 더욱 이간시켰다. 그는 사제를 증오했고 그의 권력의 원천인 아버지를 증오했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그를 학대한 종교 또한 혐오했다.

불행한 어린 스탕달의 마음을 녹여 주고 애정으로 대해 준 건 외할아버지 앙리 가농이었다. 그는 계몽주의자로 친절하고 유쾌한, 그르노블의 유명한 의사였다. 스탕달에게 문학을 깨우쳐 준 사람은 바로 그였다. 가농은 외손자에게 몰리에르, 페넬롱, 호라스, 오비드, 단테, 르 타스, 세르반테스, 생-시몽 등을 소개해 줬다.

청년이 된 베일은 학업을 위해 파리로 떠났다. 폴리테크닉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다. 이 학교에 입학하려면 콩쿠르를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베일의 유일한 꿈은 코미디 작가가 돼 여자들을 유혹하는 것이었다. 결국 시험 준비를 포기했고 열일곱 살 때 군대에 갔다. 하지만 군대생활은 너무 따분하고 지루해 2년 만에 그만뒀다. 그 후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 새 친구들을 만났다. 여기서 코미디극을 썼지만 실패했고, 다시 군대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의 영웅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몰락하자 군대를 나와 다시 이태리로 가 밀라노에 정착했다. 이때 출판사를 운영하며 ‘로마, 나폴리, 플로렌스’를 펴냈고 4년 후 그곳을 떠났다.

마르세유, 스탕달이 첫 눈에 반한 도시

스탕달이라는 이름을 쓰기 훨씬 전, 22살의 청년 앙리 베일은 마르세유에서 1년 살았다. 이때가 그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 때문인가? 스탕달은 마르세유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평생 간직하고 살았고 나중에 두세 번 더 이곳을 다녀갔다.

아직 인생의 방향을 정하지 못한 청년 베일은 한 여인을 사랑했다. 르 시드의 쉬메르를 연기한 멜라니 길베르였다. 베일은 이 여인을 보고 첫눈에 마음을 빼앗겼다. 베일은 그녀가 있는 항구 도시 마르세유로 내려갔다. 이 항구의 풍광에 반한 그는 이 도시는 구린내가 진동하지만 프랑스에서 가장 예쁜 도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생트 거리에 집을 얻어 사랑하는 길메르와 함께 살았다.

베일은 아직 현대화되지 않은 마르세유를 좋아했다. 그곳에 머무는 내내 마르세유를 특별히 사랑한 그는 ‘미디(Midi)의 여행’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보르도가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면 마르세유는 가장 예쁜 도시다. 플라타너스 오솔길, 계곡의 나무와 풀을 바라보면 마음이 행복해진다.”

스탕달은 여행을 즐기는 작가였다. 그는 중년에 영사로서 활동했다. 이때 3년간의 휴가를 얻어 프랑스 전역을 여행했다. 그리고 1838년 ‘여행자의 기억’을 출판했다. 거기서도 그는 마르세유를 칭송했다. “내 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마르세유. 메마른 바위로 된 원형경기장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미디의 대표적인 도시다. 생명력 넘치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기쁨의 탄성을 절로 지른다. 이 그림 같은 도시에는 프랑스의 모든 그림 같은 경치가 농축되어 있다”고 표현했다.

결국 스탕달의 이러한 마르세유의 경험은 ‘적과 흑’의 주인공 쥘리앙으로 탄생됐다. 이 위대한 작가는 마르세유의 추억을 바탕으로 매력적이고 고결한 주인공 쥘리앙을 무대로 끌어낸 것이다. 바다를 통해 여러 문명이 교차하는 곳, 그곳에서 인류문명이 싹트고 예술작품이 잉태된다. 개방된 공간, 그리고 개방된 인간이 역사를 창조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마르세유는 바로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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