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박정희처럼’ ‘대처처럼’ 尹대통령 변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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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국가 세력과는 협치 불가능” 선언… 대한민국 재기 다짐
英 대처도 ‘전쟁’ 치루며 지지율 급등… 진정한 오너십 기대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1-01 09:55:47

리즈 트러스 총리가 물러난 뒤 인도계 출신의 리시 수낙이 차기 영국 총리로 선출됐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1979년부터 1990년까지 11년 집권한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를 다시 떠올리는 게 자연스럽다. 패배주의에 절었던 영국병을 온전히 치유해 낸 그의 리더십은 지금도 유럽의 전설이 아니던가.

대처가 거듭 음미되는 건 임기 내 정부를 경영하고 물러난 데 그치지 않고 나라 전체를 변화시킨 리더십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처리즘’이란 보수주의 혁명 이념은 지금도 영감의 원천이다. 사람들이 기억 못하는 건 집권 초 2년이 넘도록 그의 인기는 완전 바닥이었던 점이다. 1982년 초 지지율은 25%를 찍었다. 역대 영국 총리 중 최악이었다.

그걸 송두리째 뒤집은 계기가 포클랜드전쟁이다. 이게 흥미롭다. 1982년 그해 봄 포클랜드섬 영유권을 주장하던 아르헨티나가 3만 병력으로 먼저 도발했다. 섬은 영국에서 지구 반 바퀴 거리인 데다가 전략적 가치도 별로 없었다. 영국인 대부분은 포클랜드섬이 어디 있는지조차 몰랐을 정도다. 내각에서조차 그런 곳에 군대를 보내 전쟁하는 건 정신 나간 짓이라고 수군댔다.

하지만 영국군 통수권자 대처는 달랐다. 당시 그는 전쟁 지도자의 모드로 완전 변신해 국토와 국민을 보호한다는 신념으로 무장했다. 그래서 항공모함 두 척과 구축함 일곱 척을 주력으로 하는 해군 투입을 결심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함대 출동이었다. 보름간의 항해 끝에 영국 함대가 작전을 개시하며 두 달 넘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첫 전사자 발생 보고를 받았을 때 그는 내각회의를 주재하던 중이었다. “그녀는 머리를 떨어뜨린 채 1분가량 테이블을 뚫어지게 노려봤다. 이윽고 정신을 차렸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게 서양사학자 박지향 전 서울대 교수의 ‘대처 스타일’(김영사)에 나오는 묘사다. 국민은 이런 대처에게서 윈스턴 처칠과는 또 다른 전쟁 지도자의 모습을 읽었고 그 나라는 하나가 됐다.

마침내 6월14일 아르헨티나가 항복 선언을 하면서 대처는 이전과 전혀 달라졌다. ‘전사 여왕(Warrior Queen)’으로 벌떡 일어선 것이다. 누가 알까? 실은 포클랜드 전쟁은 어리석었다. 아르헨티나는 국내 정치 위기를 뚫으려고 모험을 걸었다가 실패했고, 거기에 맞서 참전해 승리를 거둔 영국은 천문학적 전쟁 비용에 멍들었다.

그래서 대처의 전쟁 결단은 ‘영웅적 어리석음’이었지만, 바로 그 힘으로 오늘날도 회자되는 ‘대처 신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잊지 말자. 역사는 그래서 아이러니다. 전쟁 승리 직후 그는 ‘내부의 적’인 광부노동조합까지 제압하면서 지도자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오늘 새삼스럽게 대처 리더십을 소환한 이유는 자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 마주한 안팎의 어려운 상황 때문인데, 이게 묘하다.

당장의 낮은 지지율, ‘내부의 적’ 민주노총의 발호 그리고 ‘외부의 적’인 북한의 핵무력 완성 등 각종 상황이 대처가 씨름했던 40년 전 영국과 너무도 흡사하다. 22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펼쳐진 태극기 대 촛불의 대결도 ‘사실상의 내전’이 재발한 이 나라의 아찔한 상황을 말해 준다. 이 국면에서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최대 관건은 윤 대통령이 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즉 자기정체성 문제라는 게 내 판단이다. 주어진 임기를 기업체의 최고경영자(CEO)처럼 경영하고 손을 털 것인가, “내가 대한민국 주인이다”라는 인식 아래 진정한 오너십을 발휘할 건가. 그가 기억해 두어야 할 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집권 동안 나라는 반신불수가 됐다는 점이 아닐까. 국정 효율은 물론이고 헌법적 가치이자 국체(國體)인 자유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건국 이래 가장 큰 구조적 위기 상황이고, 그건 임진왜란 전후 조선과도 닮았다. 당시 상황을 서애 류성룡은 뭐라고 진단했던가. “나라가 오랫동안 방치해 온 큰 집과 같아서 기둥을 바꾸면 서까래가 내려앉고, 지붕을 고치면 벽이 무너진다. 조선은 그런 나라다.”

흥미로운 건 요즘 윤 대통령의 변화다. 얼마 전 그는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새마을운동을 언급하면서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나야 할 때라고 밝혔다. 전에 없는 결연한 모습이고, 변화 예고 대목이다. 서거 43주년을 맞은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도 우연이 아니다. 우리가 새삼 원하는 건 ‘박정희처럼’ ‘마가렛 대처처럼’ 그가 움직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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