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현대·기아차 ‘간접공정’ 사내하청 노동자 직고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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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공정 노동자 400명 불법파견 인정… 원고 측에 약 107억원 지급
현대차 “이미 사내하도급 직원 1만1048명 직고용… 영향 크지 않을 것”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0-27 15:16:24

대법원이 현대·기아차의 사내하청 간접공정 노동자 400여명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회사가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7일 대법원 1부와 3부는 기아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271명과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159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한 기아 노동자에게는 약 50억원을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에게는 약 57억원을 임금 차액과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해당 사건의 원고들은 2011년 현대·기아차가 근로자파견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2년 이상 사용했기 때문에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기아차는 생산공정 중 일부를 떼어 내 도급한 것이기 때문에 파견이 아니라고 맞섰다.

이번 사건에서는 컨베이어벨트에서 이뤄지는 작업 외에 생산 관리, 출고 업무 등 간접공정 업무에 대해서도 불법파견이 인정되는지가 쟁점이었다. 1심과 2심에서는 직접공정과 간접공정이 연속적으로 이뤄졌고 밀접하게 연동돼 있기 때문에 불법파견이 성립한다고 봤고 대법원도 해당 판결을 받아들였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직접 생산공정이 아닌 간접공정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불법 파견을 인정한 첫 사례다.

한편 대법원은 부품 조달 물류 업무를 수행한 협력업체 근로자 3명에 대해서는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업무별로 일의 성격과 원청의 지휘 여부를 따져 개별적으로 사건을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현대차와 기아는 ‘사내하도급 특별협의’를 통해 이미 현대차 9179명, 기아 1869명 등 1만1048명의 사내하도급 직원을 특별채용하는 등 사내하도급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했다”며 “이번 대법원 선고는 특별협의에 따라 고용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끝까지 소송을 진행한 인원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이번 판결에 대해 순리에 맞는 판결이라고 평가하며 현대자동차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오늘 대법원 판결의 의미는 현대·기아자동차가 거의 전 공정에 걸쳐 위장·하도급으로 은폐해 사람 장사를 했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것”이라며 며 “현대자동차그룹은 불법파견 근절과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교섭의 장으로 당장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이어 “우리는 다시 한 번 고용노동부의 신속한 조사와 행정조치, 검찰의 엄중 처벌, 법원의 조속한 판결로 불법파견 중대범죄를 이제는 끝장낼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