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국회, ‘졸속·지각처리·쪽지예산’ 구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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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쟁으로 예산안 심사·법안 처리 난항 예고
민주당 협조 없으면 초유의 ‘準예산’ 사태 우려 돼
당리당략 떠나 혈세 제대로 쓰일지 등 따져봐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0-28 00:02:01

국회는 입법과 예산 편성·국정감사를 본령으로 한다. 22대 국회가 국감을 마무리 짓고 예산과 입법 활동을 본격 시작하는 시점이다. 문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이에 여야 대치 정국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경제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여야 갈등이 격화하면서 정기국회 마지막 관문인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정부조직법안 등 주요 법안 처리도 난항이 예고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오롯이 담긴 첫 예산안을 제때 집행하지 못해 향후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긴축재정을 전면에 내세워 내년 예산을 올해 본예산(607조7000억 원)보다 5.2% 늘린 639조 원으로 편성했다. 예산안은 상임위 예비심사와 예결위 종합심사를 거쳐 11월30일까지 마무리된다. 예산안 법정처리기한은 12월2일까지다.

한데 제1 야당이 대통령 시정연설에 불참한 게 이번이 처음이듯 예산안 심사도 파행을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예산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의결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과반인 169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예산안 자체를 통과시킬 수 없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임기 내 60조 원 규모의 감세 정책을 ‘부자감세’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또 내년도 예산안에서 삭감된 민생 예산이 약 10조 원에 달한다며 저소득층 임대주택 예산 5조6000억 원, 공공형 어르신 일자리 918억 원(6만1000개 축소)·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 6700억 원 등을 되살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초부자감세와 민생예산 삭감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윤 정권의 반협치 폭주 앞에 민주당은 국민 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나라 살림 예산 심사에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한 게 잘 말해 주고 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한 지역사랑상품권과 공공형노인일자리·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의 대대적인 예산 삭감을 예고했다.

다수당이자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민주당은 국가 미래와 다음 세대를 위해 줄일 곳은 줄이고 늘릴 곳은 늘리는 예산 편성 기본을 준수해야 한다. 국가 재정이 튼튼해야 위기에 대비할 수 있다. 과거 국가 재정이 튼튼했기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를 넘어갈 수 있었음을 되새기길 바란다. 따라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50% 아래로 낮추는 윤 정부 건전재정 기조는 타당하기에 정당을 떠나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게 책임 있는 공당(公黨)의 책무다.

그러나 정국 냉각으로 예산안 의결이 불발돼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준예산이란 12월31일까지 다음해 예산안이 통과하지 못할 경우 전년과 동일하게 예산을 집행하는 제도를 말한다. 신규 사업 예산을 집행할 수 없어 정부의 정책기조를 제때 실행하지 못하게 된다. 1960년 제도 도입 이후 실제로 준예산 사태가 일어난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민주당은 깊이 인식하길 당부한다.

물론 국회는 당리당략을 떠나 혈세가 제대로 쓰일지 따져봐야 한다. 예산은 쓰기에 따라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이 되기도 하고, 지역구를 챙기기 위한 선심성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선거를 의식한 퍼주기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나라 곳간만 비게 만든다. 그래서 국회가 균형을 잡고 사용처와 액수가 적절히 분배됐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국회는 이번만큼은 졸속심사·지각처리·쪽지예산 등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은 의원들의 예산안 심사 행태를 지켜본 뒤 다음 총선 때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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