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주의적 재난 대응 문제 해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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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열의 자유전선]

교전 상태도 아닌 상황서 단시간에 많은 사상자 발생 유례없어
합동분향소 설치·장례 및 치료비 지원·사고 조사 등은 잘한 일
나라 지키다 순국한 것도 아닌데 국가애도기간 선포는 과잉조치

유동열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1-01 09:58:11

지난달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행사를 즐기려던 젋은이들이 압사당해 154명(외국인 26명)이 사망하고, 149명(중상 33명, 경상 116명)이 부상당한 참극이 발생했다.

전쟁 중 교전상태도 아닌 상황에서 이렇게 단시간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유례 없는 일이다. 주로 피해자들은 20대 젊은이들인데 이들이 청춘의 꿈을 펼치기도 전에 무너진 참사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며 그분들의 명복을 빈다.

정부는 신속하게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시키고 응급의료팀(DMAT) 파견, 응급병상 확보, 신속한 의료 지원, 사망자 신원확인, 실종자 접수창구 운영, 공무원과 유족 간 1대 1 매칭 지원, 합동분향소 설치, 장례 및 치료비 지원, 사고원인 정밀조사 등을 실행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것이 법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 이것도 모자라 지난달 30일부터 11월5일까지 1주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하고, 모든 공공기관과 재외공관에 조기를 게양토록 하고,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애도를 표하는 리본을 패용하도록 하는 조치에는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이들은 평생 나라를 위해 헌신하다 별세한 국민적으로 존경받는 원로가 아니며 나라를 지키다가 또는 공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것도 아니다. 또한 불의에 대항하여 의로운 일을 행하다 참변을 당한 것도 아닌데, 국가애도기간 설정이라니 이는 건전한 상식에 어긋하는 조치다.

국가애도기간 선포는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 때 딱 한 번 있었다. 그것도 5일간(4.25~29)이었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자에 대해 국민이 진심으로 애도하며 유가족과 슬픔을 나누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선에서 마무리했어야 했다. 남의 나라 축제 행사장에 놀러 갔다가 억울하게 참변 당한 것인데, 이 분들이 천안함 폭침 순직자들보다 더 가치 있는 죽음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1년 사망한 사람은 31만7680명이다. 이 중 교통사고·익사·추락사·질식사·타살·순직 등 각종 사건·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2만6147명이다. 이들 중에는 순직자 외에도 착하고 성실하게 살다가 억울하게 사고를 당해 희생한 분들도 부지기수이다.

이분들의 죽음도 국가가 보상하고 장례비·치료비를 부담하며 국가애도기간으로 설정해 왔는가. 그렇게 정부에 돈이 많은가. 헌법 제11조에 명시되어 있듯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가 나면 사고의 성격이나 경과 등을 면밀히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국가가 보상해 주고, 반면 억울한 개인의 죽음은 아예 외면하는 것이 평등이고 형평성인가.

냉정하게 살펴보자. 이태원 참사의 근원인 ‘핼러윈 데이’가 무엇이길래 우리 젊은이들이 여기에 열광하다 참변을 당해야 하는가. 이 행사는 대한민국의 문화 정체성과 자존감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남의 나라 축제 아닌가. 젊은이들을 개념 없이 서구문화에만 열광한다고 나무라기 전에 우리 어른들부터 깊이 반성해야 한다.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건전한 국가관과 역사관을 깨우쳐 줄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와 참여를 높이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는가. 젊은이들의 열정을 불태워 줄 건전한 축제의 장과 놀이마당을 제대로 열어 주었는가. 깊이 자문할 때다.

이태원 희생자들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법적으로나 보편적 국민정서로 보나 분명히 과도해 보인다. 아마 세월호 사건의 사회적 트라우마를 의식해 정부가 신속하게 대응하다 보니 일어난 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윤석열정부의 정치적 기반을 무너뜨리려는 호재로 활용하려는 좌파들을 의식해 재난 대응을 하면 안 된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실 참모들이나 정부 부처의 재난관리 대응이 냉정하지 못하고 이렇게 온정주의(溫情主義)적으로 흐르면 이는 결코 효율적인 수습책이나 해결책이 아니다. 이는 세계 문명사에서 확인된 국가 파탄의 주 원인 중 하나인 대중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에 다름 아니다. 이태원 참사는 정말 억울하고 애타는 일이지만 대응은 법과 원칙에 따라 냉정해야 한다.

유동열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