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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났지만 이태원 참사 여파로 당권 경쟁이 잠시 주춤한 분위기다. 하지만 5일까지가 국가애도기간인 점을 감안하면 수일 내로 다시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이번 당권 경쟁은 2024년 총선 공천권을 두고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총선승리 여부가 대권 보장의 핵심 키로 작동하는 만큼, 대권 물망에 오른 이들에게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자리다. 현재 당권 도전이 예상되는 후보는 공식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비롯해 유승민·안철수 의원 등이다. 이들의 신경전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각 당권 주자마저 세 결집에 나서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달 말 국정감사 시즌이 마무리됨과 동시에 내년 2월로 전당대회 개최 시기가 점쳐지고 있다. 다만, 당 안팎에서는 내년 5~6월 사이로 선거 일정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개최를 위해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또 공석인 당원협의회 69곳에 대한 위원장 공모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당내 주류 세력인 ‘친윤’에 유리한 전당대회 경선 룰을 ‘전대 로드맵’ 작업 등으로 꾸민 이후에 당 지형을 ‘전당 대회모드’로 탈바꿈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제2 이준석 리스크’ 비윤 유승민 견책 나선 ‘정진석 비대위’
최근 들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연일 강하게 비판하는 반윤계 대표주자인 유 전 의원이 촉발한 ‘역선택 논란’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재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은 ‘당원 투표 70%, 여론조사 30%’로 정해져 있는데, 대표적 비윤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오른 것이다.
지난달 26일 여론조사업체 알앤써치가 민영통신사 뉴스핌 의뢰로 같은 달 22일부터 24일까지 실시한 전국 성인 남녀 총 1028명을 설문해 이날 공표한 주례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3.1%포인트·무선전화 임의걸기 100% ARS·응답률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누가 적합한가’라는 문항에서 유 전 의원을 꼽은 응답자가 ‘30.1%’로 가장 많았다.
뒤 이어 나경원 전 의원이 11.5%, 안철수 의원은 7.6%를 얻었다. 이와 함께 김기현 의원 3.8%, 윤상현 의원 3.1%, 권영세 통일부 장관 1.9% 순으로 뒤를 이었다. ‘적합 후보 없음’은 27.1%, 기타 후보 6.6%였다. ‘잘 모름’은 3.4%로 집계됐다. 주목할 만한 건, 유일하게 공식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의 약진이다. 그는 5.0%로 단숨에 4위권에 진입했다.
지난해 6 ·11 전당대회의 경우 이 전 대표가 일반 국민여론조사에서 몰표를 받아 당원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나 전 의원의 자리를 넘어서 대표자리에 오른 만큼, 유 전 의원도 ‘제2 이준석’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진석 비대위가 당무감사를 추진하고 조강특위 등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가 ‘유승민 견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친윤계에 우호적 당협위원장을 채우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당원이 아닌 일반인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및 야권 지지자가 포함된 만큼, 야권의 비중을 어느 정도 두느냐에 따라 선거전의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 당원투표 비율이 높아질수록 ‘친윤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등으로 대변되는 친윤 의원은 당심 비율을 80~100%까지 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차기 당권주자로 유력한 나 전 의원 또한 지난달 11일 KBS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역선택 방지 조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역선택이라는 표현보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작년 전대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뒀다”며 “서울시장 경선 때는 100% 여론조사 경선을 하면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안 뒀다. 그래서 민주당이 선택한 우리 당의 시장 후보가 당선된 형국이 되어 버렸다”고 밝혔다. 예비경선(컷오프)을 도입해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황교안·안철수·김기현 이어 권영세·원희룡도 물망
황 전 대표의 행보에도 시선이 모인다. 그는 지난달 17일 오후에서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대표 출마를 유일하게 공개 선언했다. 그는 해당 자리에서 “넘어졌던 곳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며 “2년 전 4·15 총선에서 통합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당시 당을 위해 애쓰셨던 분들이 경선의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황 전 대표는 “윤석열정부를 도와 보수정권의 성공을 이뤄내는 빠르고 강한 국민의힘을 만들겠다”며 “입법·사법·행정 3부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풍부한 경험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가위기 상황을 극복한 경험도 있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지난 4·15 총선이 부정선거였으며 실체를 알려야 한다는 점을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 다시금 강조했다. 공안 검사 출신의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거친 2019년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에 출마해 합산 50%를 득표하며 정치권에 데뷔한 황 전 대표는 전체 300석 의석 중 비례 의석을 포함해 197석을 야권에 몰아주고 103석의 승리에 그친 21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났다.
황 전 대표 또한 직접 출마한 서울 종로구에서 이낙연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졌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부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3주기를 애도한 그는 입장문을 통해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사람들을 잊을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은 아무런 죄가 없다. 다만 개혁에 앞장섰을 뿐”이라는 입장을 냈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뒤이은 대선 참패 등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인 만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강하게 주장하며 구미·대구 민심에 호소한 것이다.
이 밖에도 친윤계로는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을 역임한 권성동 의원(4선·강원 강릉시), 권영세(4선·서울 용산구) 통일부 장관, 김기현(4선·울산 남구을) 의원과 나경선(4선·서울 동작을) 국민의힘 동작을 당협위원장, 안철수(3선·성남 분당갑) 의원, 원희룡(3선·제주도 서귀포시)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꼽힌다.
당 안팎에서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마음)과 중도층 표심에 미칠 영향력 등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언론에 “2024년 총선 공천권을 갖는 차기 당 대표는 윤심을 잘 읽고, 물밑 조율을 통해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 경선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선에서 여권이 패배하면 윤석열 정부는 5년 내내 ‘여소야대’ 국면에 처할 것인 만큼, 수도권과 중도층의 표심을 공략할 수 있는 인물이 차기 당 대표의 적합자로 언급되고 있다.
이에 당권 도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안철수 의원과 김기현 의원 등의 보폭 넓히기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태원 참사 당일 의사 출신으로 사고현장에 달려가 손수 의료봉사를 하며 주목을 받은 안 의원은 지난달 11일 유력 당권주자인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에게 도전장을 냈다. 그는 “유승민·나경원 두 분 모두 출마하시기를 희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의원은 유 전 의원을 ‘개혁 보수’로, 나 전 의원을 ‘전통 보수’로 언급한 이후에 자신의 강점을 “중도 확장성”이라고 언급했다. 같은 달 7일 안 의원은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서 “나는 지방선거부터 대선까지 모든 단위 선거를 지휘해본 경험이 있는 유일한 정치인”이라며 자신의 경쟁력을 과시했다. 이를 본 김기현 의원은 곧바로 페이스북에 “안 의원의 대선 불출마 선언을 기대한다”고 각을 세웠다.
김 의원은 앞서도 차기 당 대표가 되고자 하는 이는 2024년 총선을 대권가도 삼아서는 안 된다고 언급해왔다. 안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경우를 가정해, 견제구를 날렸다. 새 얼굴도 보인다. 지난달 26일 당대표 도전 의사를 밝힌 윤상현 의원은 ‘풍부한 경험, 색다른 전략, 새롭게 쓰다. 국민의힘 당대표 윤상현’이라는 사진을 올리며 차기 당대표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정진석 비대위의 유 전 의원 견제론에 힘이 실려 내년 6월 전당대회가 실시될 경우, 내년 초 개각 가능성을 고려해, 권영세 통일부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참전할 것으로 예측된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KBS 라디오 프로에서 “(당권 주자 그룹을) 큰 틀에서 친윤, 반윤, 또는 안철수계로 구분할 수 있지만, 현재 아직 주자군들의 큰 움직임이 없어서 어떤 분들이 나와 어떻게 전망될 지 예측하기에는 이른 단계” 라면서도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국토부를 맡고 있는 원희룡 장관은 참전할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대선 캠프에서 선거대책본부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선 부위원장을 지냈으며,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인 만큼 당대표가 될 경우 윤심을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언론에 “대통령은 차기 당대표가 자기 욕심대로 공천권을 행사하는 상황을 제일 피하고 싶을 것”이라며 “권 장관은 (공천) 욕심부릴 사람이 아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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