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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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35년 전의 그 새벽,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전화를 걸었을 때 명환은 아기가 죽었다고 했다. 신문에도 나소선과 태아가 사망했다고 기사가 났었다.
우룡은 그후 아주 까마득 전생처럼 모든 걸 잊고 살았다. 우룡은 동원을 불렀다.
“마음 놓고 일 시킬 수 있는 사람 하나 알아 봐. 무덤갈 때까지 입 다물고 있을 만한 사람.”
동원은 귀를 의심했다. 분명 전날 진욱이 우룡이 그럴 거라고 동원에게 사람 알아 봐 놓으라고 미리 말을 했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안 되면 너보고 직접 하라고 할 텐데, 그냥 사람만 연결해 줘. 그게 좋을 거야.”
동원이 뜬금없는 눈으로 보자 진욱이 소리 내 웃었다.
“대표실 안에 있는 파우더룸 대표 혼자 쓰는 거지?”
간단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대표실로 들어오며 진욱이 선우에게 물었다.
“그렇죠. 외부 손님은 밖의 화장실이나 세면실 사용하니까요.”
“일단 지금부터 3일 정도는 안에 들어가지 마. 물론 다른 사람들도 출입시켜선 안 되고.”
진욱은 선우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작은 쇼핑백을 들고 파우더룸으로 들어갔다. 10여 분이 지나고 진욱이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손에 쇼핑백을 든 채였다.
“우리 그때, 공항에서 다시 만나고 나서, 내가 갑자기 실종됐다가 나타났을 때 나보고 했던 말 기억나?”
“…뭐였지? 아! 뭘 위해서 그런 일을 꾸미는지 물었던 것 같은데?”
“내가 그 말에 했던 대답은?”
공작새 이야기였다. 공작새가 날개를 펴는 두 가지 이유. 하나는 유혹을 위해, 하나는 위협하기 위해. 선우가 진욱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번엔 누가 위협을 받아요? 혹시 내가?”
진욱이 선우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가만히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래 이번엔 네가 날개 활짝 펴서 위협을 할 때야.”
선우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번엔 내가 살아남아야 할 차례예요?”
“빙고!”
선우가 표정을 지운 채 한참 진욱을 쳐다보았다.
“내가 두려워해야 하는 건 아니죠? 수빈이 일을 겪고 나니까 두려움이나 무서움 같은 걸 모두 털려버린 기분이 들어요.”
진욱이 손에 든 작은 쇼핑백을 번쩍 들어 보였다.
“나는 이기고 싶은 생각은 없어. 하지만 상대를 굴복시키고 싶은 마음은 있어. 상대가 진다고 해서 승리자가 내가 되란 법은 없지.”
진욱은 돌아서 문을 나갔다. 몇 걸음을 떼다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게임을 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오늘은 일찍 퇴근하는 게 좋겠다. 문단속하고 바로 따라 나와.”
진욱이 복도를 걸어 나갔다. 선우는 진욱이 하라는대로 문단속을 하고 바로 뒤를 따라 나왔다. 선우가 퇴근을 해야 경비아저씨도 일을 마칠 거였다.
선우는 진욱의 차가 떠나는 걸 보고 시동을 걸었다.
‘집에 일찍 들어올 수 있어? 이야기할 게 좀 있어.’
상훈의 문자가 와 있었지만 선우는 답하지 않았다.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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