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어떻게 극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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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참사에 경제·안보적 위협 가중으로 총체적 위기
중첩된 위기를 타개할 지성·용기·리더십 시험대 올라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1-07 11:18:26

또 터졌다. 고장 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안전불감증으로 연결되면서 일상의 불안이 현재화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부실하고 불안한가를 여실히 보여 준다.

대형 사건·사고가 연이어 발생해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임기응변이나 땜질 처리로 일관하다 보니 악재가 멈추지 않는다. 하물며 정치판은 근본적인 원인 규명과 제도 개선보다는 이를 악용해 정치적 이해 챙기기에만 급급하다.

8년 전의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도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해 피해를 본 영령이나 유가족의 한을 풀어 주지 못하고 있다. 선사의 안전 소홀에 따른 과도한 선박 증·개축, 과적과 항해 과실, 침몰 과정에서 구조 지연 등이 피해를 키웠다는 진단에 대해선 유보한다. 이게 우리가 사는 오늘 한국의 민낯이다.

국민의 안전 보장은 국가가 존재하는 절대적 이유다. 한편으론 국가 안전을 위해서 국민은 자기 욕망을 자제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절제와 포용의 미덕을 발휘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문명의 역작용과 자연재해에 더해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시시각각으로 터져 나오는 위기에 노출되어 있지 않은 국가는 없다. 다만 현명한 국가는 위기에 사전적으로 대처하고 사후적으로는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대책을 수립하는 지혜를 발휘한다.

이것은 국가와 국민 간에 축적된 신뢰 자산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사고 수습 과정에서도 후유증을 극복해 내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우리 내부에 충격을 수습하는 완충 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참사가 제2의 세월호 사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감지된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위기 대응 능력에 있다. 대체로 후진국의 경우 위기에 혼비백산하고 사분오열하면서 더 큰 위기를 불러들인다. 위기가 단절되지 않고 끊임없이 양산된다.

이태원 참사를 규명해 나가는 과정에서 국내 언론들이 앞다투어 외국의 사례를 보도한다. 이들도 대부분 크고 작은 충격적 사고를 경험했고, 이를 교훈으로 삼아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는 데 총력을 경주한다. 잠재적 위기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안전에 대해 공권력과 시민 의식이 조화로우면서 시스템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모습이 대조적으로 비친다.

한때는 우리도 이에 뒤지지 않은 적이 있었으나 최근 상당 기간 이러한 모습이 실종됐다. 국가의 기능에서 나사가 빠지고, 국민까지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이나 정부 인사들이 해외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한다고 국민 혈세로 연례행사처럼 외국을 드나든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그들의 이러한 행태를 외유에 불과하다면서 눈살을 찌푸린다. 무엇을 배우고 오는지, 그리고 국정에 어떻게 반영했는지 결과물이 없다. 밖에 나가서 국격이나 훼손하지 않고 돌아오면 그나마 다행이다.

대권 후보를 거쳐 야당 대표까지 하고 있는 인사는 외국 방문 시 골프를 치고 유람선을 타는 모습에 추가해 일정에 동행한 인사를 전혀 모른다고 하는 해프닝으로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비단 그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므로 그의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다. 아전인수와 적반하장, 무사안일과 탁상행정, 무책임과 무능, 도덕적 해이가 국가를 더 곪아 터지게 하고 있지나 않은지 뼈저린 성찰이 필요하다.

위기극복 과정에 정상적 국가 모습 구현되지 않으면 국가 위상 추락

언제 어떤 대형 사고가 어떻게 생겨날지 모를 정도로 마치 시한폭탄과 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안전에 대한 대책이 불충분하다 보니 당연한 인과응보다. 산업화와 현대화의 과정에서 속도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자만하지만, 이면에 가려진 허점과 약점은 물밑에 잠겨 있지나 않은지 심각하게 되돌아볼 일이다.

특히 편법과 탈법이 난무하고, 행정이나 권력이 이를 방조하거나 두둔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를 억제한다며 불필요한 조직이나 자리를 만들어 조직의 방만과 책임의 회피를 부채질한다. 요즘 발생하고 있는 사고가 예외 없이 인재(人災)로 귀결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소방이나 안전 점검을 한다고는 하지만 정작 사고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한 적을 보기 힘들 정도다.

이런 엄청난 충격을 당하고도 국가가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정상이 아니다. 답은 다 나와 있다. 사람이 변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제도적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못하면 허사다. 경제적 피해도 불가피하다. 연말 특수를 노리던 상인들의 사기가 꺾이고 있다.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이행되면 해외 관광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마당에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질 기미까지 보인다. 이웃 일본은 외국인 관광을 재개하면서 빗장을 활짝 열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은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위기감을 부추긴다.

글로벌 경기 후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와중에 안보와 경제, 안전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위협받으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급속히 확대되는 분위기다. 손해를 최소화하고,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우리에게 이 위기를 타개할 지성과 용기, 리더십이 있는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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