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암호화폐 해킹해 미사일 자금 마련하는 北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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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조7000억 원… 全세계 해킹의 60%
마약거래·위조 화폐 막히자 코인에 눈독
해킹인물들 제재 등 차단방안 마련 시급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1-09 00:02:02

북한이 세계의 암호화폐를 공격해 올해에만 약 1조7000억 원을 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불법 공작으로 마련한 자금은 핵 개발과 미사일 연쇄 발사에 사용된 것으로 한·미 정보 당국은 보고 있다. 한·미는 북한이 해킹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에 대한 자금줄 차단에 나섰고, 곧 암호화폐 해킹을 차단하기 위한 제재 방안을 발표한다. 세계에 공포와 불법만 자행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의 민낯이 또다시 드러났다.

북한은 한·미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스톰’ 마지막 날인 5일에도 단거리 탄도미사일 4기를 발사했다. 2일 하루에만 25기를 난사하고, 다음날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발사하는 등 이달에만 35기의 각종 미사일을 퍼부었다. 올해 발사한 미사일은 100기에 육박한다. 2011년 말 김정은 집권 후 작년까지 발사한 미사일이 100기 정도다. 미국은 2일의 발사 비용만 최대 7500만 달러로 추산했다.

북한이 열악한 경제 상황에도 핵·미사일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며 마음 놓고 미사일을 쏘는 것은 새로운 자금원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암호 화폐를 불법으로 해킹해 자금을 확보하고 있으며, 올해에만 최소 1조7000억 원를 갈취한 것으로 본다. 국제 사회는 북의 핵·미사일 폭주가 한창이던 2016~17년 6건의 제재 결의를 통해 북의 외화벌이 수단 대부분을 틀어막았다. 이로 인해 석탄 등 지하자원 수출을 비롯한 마약·무기·위폐 유통 같은 ‘전통적’ 외화벌이는 제약을 받게 됐다. 이때부터 북한은 암호화폐 탈취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 세계 금융기관을 상대로 마구잡이로 자금 탈취에 나서게 된다. 2016년 2월 북의 해커 집단이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계좌를 해킹해 수천만 달러를 빼돌린 것이 신호탄이었고, 이후 해킹 영역은 암호화폐 거래소로 확장됐다. 해킹으로 마련한 돈은 핵·미사일 프로그램 재원의 최대 3분의 1을 충당한다고 미 백악관은 밝혔다. 암호화폐 생태계가 최근 몇 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과 달리 관련 거래소·플랫폼들은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현재 해킹은 북한 정찰총국이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진 해킹 집단 ‘라자루스’ 등이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2019년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북한은 2019년 업비트를 공격해 570억 원 상당의 이더리움을 탈취했고, 빗썸 역시 2017~2019년 동안 1000억 원에 가까운 가상 자산을 도난당했다. 미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업체 체이널리시스는 올해 발생한 암호화폐 탈취 사건의 60% 정도가 북한 연계 해커들의 소행으로 추정한다. 지난달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는 “북한 해킹그룹의 전자 지갑에서 4년 동안 5246만 달러(약 740억원) 상당의 가상 자산이 국내 거래소로 유입됐다”는 주장도 나와 국내 거래소가 북한 해킹 조직의 ‘놀이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미는 8월부터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을 위한 실무그룹’을 결성해 북한이 암호화폐 해킹을 통해 제재를 회피하고 핵·미사일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집중 논의해 왔다. △암호 화폐 해킹 및 돈세탁에 관여한 업체·인물 제재 △북한 연루 의심 해킹 조직의 암호 화폐 계좌 정보 공개 △해킹 조직이 은닉해 놓은 암호화폐 압수·거래 차단 등이 거론된다.

이처럼 한·미가 독자 제재에 나선 것은 북의 해킹에 대한 제재가 시급하지만 이를 논의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을 노골적으로 감싸는 중·러의 어깃장에 막혀 있기 때문이다. 북한 미사일의 자금줄이 된 암호화폐 해킹을 차단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 제재망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