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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쇼핑 축제로 불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여파로 유통업체들은 코세페 관련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현장에서도 코세페 관련 할인행사를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유통가의 성수기로 불리는 빼빼로데이, 크리스마스 관련 행사도 지연되거나 홍보를 자제하는 분위기여서 유통업계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쇼핑 현장서 대부분 브랜드 자체 할인행사 진행 중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고 불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가 1일부터 시작됐다. 이달 15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행사에는 백화점·대형마트·프랜차이즈·온라인 쇼핑몰이 대거 참여해 고물가 속 밥상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풍성한 할인 혜택을 진행한다.
코세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민간 유통업체가 함께 개최하는 쇼핑 축제이다. 3년간 코로나19의 늪에서 벗어난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200여개 늘어난 2300개 기업이 참여하며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의 영향으로 코세페 관련 행사와 마케팅 등이 전면 보류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코세페는 예정대로 진행하되 참여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이태원 참사로 선포된 ‘국가 애도 기간’과 맞물려 개막식도 취소됐다.
7일 오후 찾아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코세페 할인행사 상품이나 프로모션 포스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코세페가 시작된 지 1주일이 지난 시점이지만 명동의 거리는 북적이기보다는 한산했다. 몇몇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거리 곳곳에 임대문의 현수막과 굳게 닫힌 문 앞에 대출 문의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만 놓여 있었다.
명동 거리에서 만난 모자 판매상 김모(30)씨 가게 직원은 ‘코세페’를 알고 있냐는 질문에 “그런 행사에 대해서 잘 모른다”면서 “우리 가게에서 할인하는 제품들은 모두 매장에서 진행하는 할인행사”라고 답했다.
명동 거리에 위치한 올리브영·더페이스샵·미샤 등 화장품 로드숍에선 할인 포스터를 내걸고 최대 80% 할인이나 ‘1+1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한 화장품 로드숍 직원은 “코세페를 잘 모른다”면서 “현재 우리 점포에서 진행하고 있는 할인은 브랜드 내에서 하는 할인행사”라고 말했다.
같은 날 방문한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과 롯데백화점 본점도 마찬가지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홍보 포스터나 입간판도 전혀 눈에 띄지 않는 등 코세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두 백화점 모두 입점 브랜드들마다 최대 30%까지 할인하는 몇몇 매장이 있었지만, 대부분이 브랜드 내 할인행사들이었다.
신세계백화점에서 쇼핑하고 있던 백모(26)씨는 “코세페가 뭔지 잘 모르고 처음 들어본 것 같다”고 말했다. 백씨는 이어 “블랙프라이데이 같이 할인율이 높으면 알았을 텐데, 할인율이 낮아서 이때까지 몰랐던 것 같다”고 답했다.
대형마트에서도 코세페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마트는 브랜드 내 고객감사전 최대 70%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롯데마트는 마트 내 곳곳에 ‘롯키데이’ 포스터를 부착했고 제품들마다 행사상품 포스터와 상품권 증정 포스터를 부착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롯키데이가 코세페 할인행사라는 것을 몰랐다고 대부분이 답했다.
조규완 코리아세일페스타 추진위원회 홍보담당은 “코리아세일페스타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참여 하기 때문에, 홍보에 있어서 지금 할인행사가 코세페 행사기간이라는 것을 포스터하지 않는 부분에 있어 홍보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코세페 주최 측은 행사가 회를 거듭날수록 더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올해는 지자체와 온라인 플랫폼이 협업해 지역특산품과 지역 소재 기업의 상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기획전을 준비한 만큼 소비 확대에 거는 기대가 큰 상황이다.
코세페 관계자는 “원래 올해는 ‘슈퍼위켄’이라고 해서 대형유통사들을 중심으로 할인율을 대폭 알려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을 줄여주려고 했으나 지난 주말 이태원 참사로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며 “함께 애도하는 마음으로 부착했던 현수막 등 홍보물도 모두 수거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할인율이나 인지도 측면에서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면서 “행사기간 바짝 준비하는 게 아니라 행사가 끝나면 기업들과 함께 올해 행사에 대해 평가하고 개선점과 대안에 대해 이야기하며 더 나은 행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빼빼로데이·크리스마스 홍보 행사 최소화
유통업계에서 가장 성수기인 연말 행사는 유통가 매출에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는 시기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에 대한 공식 국가 애도기간은 종료됐지만 희생자 추모는 여전히 이어지면서 유통가는 마케팅이나 각종 행사들을 최소화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사회적 분위기는 연말 매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코세페뿐만 아니라 빼빼로데이·크리스마스 등 연말 대형행사 홍보 및 마케팅도 자제하고 있다. 빼빼로데이 관련 마케팅도 줄줄이 축소되거나 취소됐다. 편의점 4사(CU·GS25·이마트24·세븐일레븐)는 홍보용 입간판을 모두 철거하고 이벤트를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빼빼로데이의 경우 이미 발주를 마친 상태라 매대에 빼빼로를 진열하는 정도로만 진행된다.
롯데제과는 코로나19 이후 첫 빼빼로데이 행사를 대규모로 준비했지만 취소했고, 포키를 판매하는 해태제과도 마케팅을 중단했다. 대형마트도 이미 입고된 빼빼로만 이벤트 매대에서 판매하기로 했다.
백화점 업계도 준비한 크리스마스 행사를 미루거나 중단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3일 크리스마스 외벽 장식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행사를 잠정 연기했다. 더현대서울은 지난달 27일부터 진행한 6000개의 조명을 활용한 ‘라이트닝 쇼’를 잠정 중단했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전 계열 통합 마케팅 ‘쓱데이’를 과감하게 취소했다. ‘쓱데이’는 지난해 11월 일주일 만에 매출 1조원을 올렸을 정도로 신세계에는 의미 있는 행사다.
주류업계 역시 마케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카타르월드컵 공식 스폰서인 오비맥주는 상황을 지켜본 뒤 오프라인 행사 진행 여부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추석을 비롯해 11월 블랙프라이데이와 코리아세일페스타, 12월 크리스마스 등은 하반기 쇼핑 대목을 이어가는 축제로 자리 매김했다. 이때 올리는 연말 성수기 매출은 유통업체의 한 해 실적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협력사 등과 연계된 최소한의 프로모션만 하기로 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을 고려해 전반적으로 올해까지는 행사나 마케팅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가라앉은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매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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