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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진 칼럼]
대구 美문화원 폭발 사건과 5·18 가짜 유공자 [조정진 칼럼]
조정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1-14 00:02:40
조정진 편집인·주필
1983922일 대구시 미국문화원 앞에서 폭탄이 터져 고교생 한 명이 사망하고, 경찰 등 4명이 다쳤다. 2kg 상당의 폭탄은 인근을 지나던 택시는 물론 문화원과 맞은 편 건물 유리창 500여 장을 깰 정도로 위력이 컸다. 안기부(현 국가정보원) 중심으로 합동신문조를 구성한 공안 당국은 학내 시위를 주도하던 경북대 학생 5(박종덕·함종호·손호만·안상학·우성수)을 용의자로 지목해 구속했다. 이들은 약 30일간 구금된 상태에서 가혹 행위를 받은 끝에 자백해 모두 징역형을 언도받았다.
 
그해 123일 밤 부산 다대포 해안으로 침투하려던 북한 무장간첩 3명이 사살되고 2명이 생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두환 대통령을 살해할 목적으로 북한이 자행한 미얀마 아웅산묘역 테러사건이 터진 지 55일 만이다. 생포된 침투조장 전충남은 1214일 기자회견에서 침투 목적에 대해 이미 침투한 간첩과 만나 부산 일대 주요 국가기관 시설을 폭파, 인명을 살상하여 사회 혼란을 조성하고 함께 월북할 계획이었다고 실토했다. 아울러 남파되기 전에 남파 공작원이 대구 미 문화원 폭파에 성공했다고 보고하는 무전을 감청했다고 폭로했다.
 
대구 사건을 담당하던 수사당국은 당황하면서도 용의자 5명에게 반공법·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고무 찬양 동조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죄 등 다른 혐의를 덮어씌워 박씨에게 징역 3, 함씨 등 4명에겐 징역 16월형을 선고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재심 권유로 2019년 무죄로 뒤집힐 때까지 이들은 36년간 폭파 테러범이라는 오명을 쓴 채 살아야 했다.
 
폭파 기획과 실행은 북한이 했는데, 공안 당국은 무고한 대학생들을 잡아다 가혹 행위로 없는 죄를 만들어 한평생을 억울하게 한 셈이다. 범죄를 일으킨 북한은 얼마나 고소해 했을까. 북한은 그 이전이나 이후에도 이런 형태의 대남 공작을 숱하게 자행해 왔다. 대구 사건은 전충남의 감청 폭로로 요행히 드러났지만 대부분은 감쪽같이 성공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사건들은 북한 소행일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늘 열어 두어야 한다. 분단국가의 어쩔 수 없는 비애이자 현실이다.
 
대구 사건 3년 전 광주에서 발생한 5·18도 이런 시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자나 깨나 대남공산화가 목표인 북한이 박정희 대통령 시해라는 국난적 상황을 팔장만 낀 채 가만히 둘 리 없다. 만일 북한의 여러 공작 기관이 어떤 형태든 아이디어나 실행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 숙청 대상이 됐을 것이다.
 
김영삼정부 때 여야 정치권의 타협으로 5·18특별법이 만들어져 법은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했지만, 실체적 진실까지 모두 가려낸 것은 아니다. 북한과의 연계를 주장하는 탈북인 증언자나 정치인·학자·언론인의 입을 등을 강압으로 틀어막고 있는 형국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새로운 증거나 증언이 못 나오도록 막는 행위는 전제주의 국가에서나 자행되는 폭거다. 5·18은 민주화 운동적 측면과 폭동적 측면, 북한 개입 요소가 뒤범벅된 사건임을 전제하고, 이들 요소를 분리해 진실을 밝히려는 이성적 접근이 필요하다.
 
5·18을 민주화 개념으로만 규정한 후 예상됐던 부작용이 마침내 5·18 안에서 불거져 나왔다. ‘5·18가짜유공자척결투쟁위원회라는 시민단체가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9년 기준 5·18 서훈자 15180명을 전수조사해 가짜 5·18유공자를 가려내 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5·18 가짜 유공자 이야기는 다른 단체에서는 간헐적으로 나왔지만 진짜 유공자들이 직접 가짜 유공자 척결을 주장한 건 처음이다.
 
기자회견에는 가짜 색출 척결! 끝까지 간다!’는 현수막과 ××를 내가 인우보증 해 줬다! 양심선언 당사자 정××’ ‘허위 인우보증 및 부정 수급자 전수조사하라’ ‘민주당은 5·18 명단을 공개하라’ ‘가짜 5·18 유공자 전수조사 예우박탈등의 푯말이 등장했다. 국민이 궁금해 하는 내용들이다. 특히 국가 차원의 유공자 인정과 보상금 지급을 일개 지방자치단체인 광주시가 전권을 갖고 하는 것의 문제점은 숱하게 제기됐던 내용이다. 지난해 3월엔 5·18 유공자 선정 심사위원이 광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동료 심의위원의 부탁을 받고 유공자 공적 여부 심사에 반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화의 봄으로 일컫던 1980년의 여러 사건은 온 국민이 역사 속에서 함께 아파하고 극복해야 할 문제다.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을 제외한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다. 거액의 세금이 줄기차게 투입되고 후손까지 각종 예우와 특혜를 받는 유공자 인정이 한두 명의 인우보증으로 결정되는 잘못도 바로 잡아야 한다. 유공자 명단 공개를 거부하는 것도 떳떳하지 않다. 차제에 광주시가 전결로 진행하는 5·18 유공자 심사와 보상업무는 정부로 이관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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