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주 
)
“시간 되면 내가 일하는 데 한 번 와 볼 생각 없어?”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데 진욱의 문자가 날아왔다. 그렇지 않아도 전날 시사토론 프로 시청한 소감을 말해주고 싶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국회의사당 3층 직원식당 7시.”
밥 한 끼를 먹기 위해 입구에서 검열을 받고 신분을 밝히고 패스카드를 목에 걸어야 하는 게 번거롭긴 했지만 그런 절차에 걸맞게 식당은 정갈하고 고급스러웠다.
식당은 텅 비어 있었다. 평일 점심 저녁,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곳임을 증명하듯 오늘의 양식과 오늘의 한식, 딱 두 가지 메뉴가 있었다.
선우는 우거지갈비탕을 선택했다. 오늘의 한식 메뉴였다.
“여기까지 오라고 했을 땐 이유가 있겠죠?”
번거로움에 짜증이라로 묻어있는 게 아닌가 주시하는 진욱에게 선우가 먼저 선수를 쳤다.
“나는 아무래도 교육자의 길을 걸었어야 했나 생각이 들어. 제자가 선생이 묻지도 않았는데 답을 하니 말이지.”
선우는 오랜만에 마음이 풀어진 채 큰 소리로 웃었다.
“웃음의 의미가 혹시 조롱인가 제군?”
“전날 눈을 번뜩이며 열정을 뿜어내던 정치가 이진욱의 모습이 아니라 조금 실망 돼서요.”
이번엔 진욱이 큰 소리로 웃었다. 갑자기 얼굴이 빨개졌다. 선우가 그 프로그램을 시청했다는 사실 때문 같았다.
“금요일 저녁이 국회가 제일 썰렁한 시간대야. 지역구 가진 의원들은 모두 지역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식솔들도 일찍 다 퇴근해 버려서.”
그래서 아마도 선우와 밖에서 저녁을 먹기에 가장 좋은 장소가 지금 이 순간 국회의사당의 직원식당이라는 걸로 들렸다.
“제가 알아야 할 비밀이야기는 뭔데요?”
진욱은 갈비탕을 그릇째 들고 후루룩 들이켰다.
“어서 밥부터 먹어.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 받아들이려면 맷집이 좀 필요하거든.”
진욱이 그런 말을 할 때는 정말 그런 힘이 필요할 때였다. 선우는 진욱이 하라는대로 열심히 밥을 먹었다.
“곧 생부라는 사람이 나타날 거야.”
진욱은 깍두기 맛있으니까 깍두기 먹어 봐, 라고 말하듯이 툭, 말을 던지고는 또 후루룩 국물을 들이켰다.
“생부라는 사람, 이라고 하는 거 보면 진짜 생부는 아니라는 거네요?”
선우도 깍두기 맛있네요, 라고 하듯 툭 말을 던졌다.
“그렇지만 본인은 생부라고 믿고 있으니까 좀 곤란한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지.”
선우는 공작새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번엔 누군가에 저항하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보호 해야 할 상황이라는 건가.
“그 사람은 그걸로 뭘 얻죠? 뭔가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걸 거잖아요.”
조금 전까지 잔잔하게 진욱의 얼굴에 번지던 웃음기가 싹 지워졌다.
“너 자신을 보호해야 해서 내가 일을 만들었어. 그러니 상대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척 속아주는 연기를 해 줘야 해.”
“연기를 해야 한다고요?”
선우도 얼굴에 웃음을 지우고 진욱을 쳐다보았다.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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