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역주행 부추기는 ‘정치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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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세력 부재로 정치적 파행·민생붕괴 등 경제적 피해 커져
깨끗하다는 진보는 더 부패, 유능하다는 보수는 무능의 극치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1-14 09:51:15

세상을 둘로 가르는 편 가르기 포퓰리즘은 비단 우리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지구촌이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보편적 현상이다. 세계는 축소되고 국가는 분열되며 군중은 시류에 편승하여 수시로 말을 바꿔 탄다.

코로나19 대유행·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위기의 터널을 지나면서 세상은 더욱 혼탁해지고 정치적 리더십은 속절없이 후퇴하고 있다. 제대로 된 지도자를 만나지 못하고, 이로 인한 고통과 좌절이 계속된다.

극단적 대립이 난무하고 정치 포퓰리스트들은 이를 역이용하여 분열을 가속시킨다. 선택의 폭이 줄어들면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후퇴하고 국가는 계속 표류한다. 시대정신에 걸맞지 않은 구시대 정치 지도자들이 득세하면서 미래보다는 과거로 역주행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강국이라고 자처하는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8일 실시된 중간 선거에서 두 개로 갈라진 미국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양 진영 누구에게도 완벽한 승리가 없는 어정쩡한 결과가 만들어졌다. 미국 정치의 선동성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극에 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하였지만 여전히 다음 대선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공화당이 완승할 수도 있는 선거 구도였음에도 그로 인해 오히려 나쁜 결과가 나왔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도 높지 않다. 미국 국민 60% 이상이 그의 다음 대선 재출마를 원치 않는다. 만 80세를 며칠 앞두고 있는 고령인데다 현 국정 운영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경제 사정이 나아지지 않다 보니 당연한 귀결이다. 이들에게 국가 미래를 맡겨야 하는 미국의 사정이 딱해 보인다.

다른 대륙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은 우클릭하면서 극우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끈다. 최근 100년 만에 극우 정당이 집권한 이탈리아를 비롯해 스웨덴에서 우파 정당이 정권을 인수하면서 전통적 보수 국가 이기주의로 급선회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올해 실시한 대선 혹은 총선에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이 대거 약진하면서 집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영국은 유럽에서 포퓰리즘 정치로 가장 후퇴하고 있는 국가로 꼽힌다. EU 회원국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 결정 이후 정치는 엉망, 나라는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우파 보수당이 13년째 집권하고 있지만 최근 6년 새 총리가 4번 교체되는 우여곡절이 진행 중이다. 브렉시트 저주의 악몽이 언제 끝날지 아직은 미궁 속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남미에서는 2차 ‘핑크 타이드(Pink Tide, 분홍 물결)’ 퍼즐이 다시 맞춰지고 있다. 우파 정권이 퇴진하고 좌파 정권이 속속 등장한다.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1차 핑크 타이드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미국의 패권에 맞서는 좌파 정권 블록화로 긴장과 대립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민생의 붕괴로 2010년대 일시적으로 우파 정권이 등장하면서 대안 세력으로 부상하였으나 경제적 실패와 사회적 불안이 가중되면서 다시 좌클릭하는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멕시코·아르헨티나·페루·칠레·콜롬비아에 이어 브라질까지 룰라 대통령의 3선으로 결정이 나면서 분홍빛이 더 짙어졌다. 그러나 고질적 병폐인 경제성장 둔화와 부정부패를 근절하지 못하면 포퓰리즘 정치의 악습과 그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제대로 된 지도자 만나 리더십 발현되는 국가일수록 국력 상승, 국민 사기충천

아시아 국가들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시진핑 3기 체제를 완성하여 표면적으로는 안정돼 보이지만 내부 사정을 보면 그리 평온치 않다. 공산당 내 유력 파벌인 ‘공청단(共靑團·공산주의 청년단)’을 궤멸시켜 체제는 공고화되었지만, 내부 알력이 심상찮다. 한동안 강권 통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리더십 부재로 국가 회복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동남아의 필리핀에서는 독재자의 아들인 마르코스 2세가 집권하고, 전직 대통령 두테르테의 딸이 부통령이 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미얀마의 군부 독재는 계속되고 말레이시아에서는 97세의 전 마하티르 총리가 총선에 출마하여 재집권을 노린다. 재탕·삼탕의 정치적 자충수가 계속되면서 국가 위기를 부채질하는 꼴이다.

한국은 어떤가? 바깥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고 도리어 더 심각하다. 대형 사건이나 사고 등 국가 악재가 터지면 진영 논리가 더 기승을 부린다. 깨끗하다는 진보는 더 부패하고, 유능하다는 보수는 사라지고 무능의 극치를 보여준다. 정권이 교체되었지만, 보수와 진보가 같이 무능하고 부패하니 국민은 기댈 곳이 없다.

무늬만 바뀌고 본질은 그대로다. 세상 판세가 그러니 우리라고 뾰족한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면 더는 할 말이 없다. 그래도 분명한 사실은 지도자를 잘 만나 리더십이 제대로 발현되는 국가일수록 국가 간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고, 국민도 덩달아 신바람이 난다는 것이다.

윤석열정부도 출범한 지 6개월을 넘어섰다. 지지층까지 이탈하니 지지율은 바닥이다. 이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큰소리친다. 과거 정권과 다른 차별성, 다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혁신 어젠다를 내놓지 않으면 이마저도 허세고 공염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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