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외화벌이 놀이터 된 사이버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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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열의 자유전선]

북한, 4년간 35차례 금융기관 사이버 공격으로 2조6000억 탈취
北사이버 외화벌이 액수 1조 원 대 달해…한국이 최대 피해자

유동열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1-15 10:50:10

21세기 새로운 안보영역으로 부각되고 있는 사이버공간에서 북한이 전개하는 악의적 활동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올 3월 블록체인 비디오게임 ‘액시 인피니티’가 북한에 해킹당해 역대 최대 규모인 6억 달러(약 7800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탈취 당했다. 4월에 발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이 2020년부터 2021년 중반까지 북미·유럽·아시아 등 최소 3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만 약 5000만 달러(약 650억 원)를 탈취했다고 한다.

북한의 사이버상 금전 탈취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2016년 3월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의 국제금융결재망(SWIFT) 결재코드를 해킹해 무려 8100만 달러(약 1005억 원)을 탈취한 사건부터이다. 이 사건은 세계 해킹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금전 탈취 사건이다. 2017년 5월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사건을 보면 당시 북한 해킹조직은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단행하여 세계 99개국 컴퓨터 23만대 이상을 감염시켰다. 이들은 비트코인을 지급하면 풀어주겠다는 협박 메시지로 12만6623 달러(약 1억646만 원)를 탈취하였다. 그러나 이 액수는 북한 해킹조직에서는 푼돈에 불과하다.

2019년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북한이 2015년 1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최소 17개국의 금융기관과 암호화폐거래소를 대상으로 35차례에 걸친 사이버 공격을 통해 최대 20억 달러(약 2조6000억 원)를 탈취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중 한국이 10건으로 최대 건수를 기록했다. 또한 국내 최대 규모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북한에 의해 최소 4차례 금전 탈취를 당해 무려 5800만 달러(약 754억 원)를 탈취당했다. 또한 2017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유빗’이 두 차례 해킹을 당해 225억 원 상당의 피해를 봤고 결국 파산했다.

2016년 7월7일 필자는 국군기무사(현 방첩사) 주관 제14회 국방정보보호·암호 컨퍼런스에서 발제를 통해 한 해 북한의 사이버 외화벌이 액수가 1조 원 대에 달한다고 평가했는데, 이 지적이 결코 과도한 추정이 아니라는 사실이 여러 사례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상 금전탈취를 행하고 있는 북한 최대 해킹 조직은 정찰총국 소속 기술정찰국이다. 이 조직은 사이버공작 전담부서로 110연구소(Lab 110)가 대표적이다. 여기에만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을 해킹해 악명이 높은 ‘라자루스그룹’을 비롯해 ‘APT38’ ‘템프허밋’ ‘히든 코브라’ ‘APT37’ ‘천리마’ ‘그룹123 등 15~20여 개의 해킹팀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팀들은 일정 기간 특정한 타깃을 대상으로 하는 금전탈취 등의 작전을 마치면 또 다른 작전에 투입되기 때문에 새로운 조직처럼 보이나 기본적으로 중복된 팀인 경우가 많다.

정찰총국이 운영하는 해킹팀들은 중국 선양·다롄·광저우·베이징, 몽골 등 전 세계에 무역회사 등으로 위장한 수십 개의 사이버공작 거점을 두고 사이버공작을 수행하고 있다. 북한은 사이버 외화벌이를 위해 초기에는 불법도박사이트 직영, 사행성 도박 및 게임 프로그램 제작 판매, 디도스 공격 대행 등에서 진화하여 점차 랜섬웨어를 통한 금전절취, 은행 및 암호화폐거래소 금전 탈취 등 본격적인 대형 사이버 도둑질에 혈안이 되어 있다.

북한이 사이버 금전 탈취에 주력하는 배경은 첫째,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외화벌이 수단인 수출, 해외노동자와 해외식당 운영, 무기 밀매 등이 막히다 보니 새로운 외화벌이 영역으로 사이버 금전 탈취에 주력하는 것이다. 둘째, 기술력만 향상시키면 사이버 금전 탈취가 ‘저비용·고효율’의 수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으로 보인다. 셋째, 오프라인 상에서와는 달리 공격원점을 파악하기 어렵고 주로 암호화폐를 탈취하여 자금 추적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사이버공간에서의 초국가적 안보 위협에 대응해 사이버안보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사이버안보의 기본법제인 ‘(가칭)사이버안보기본법’조차 제정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더욱 거세질 북한 및 해외 해커들에 의한 사이버상 금전 탈취 등 사이버공격을 억지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 제정과 함께 탐지·차단·복구 등의 방어 차원에서 벗어나 사이버 공격 원점을 추적하여 철저히 응징하는 공세적 대응 시스템의 구축과 실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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