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SSG랜더스 선수들은 왜 정용진을 헹가래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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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국 시리즈 우승의 8할이 구단주 야구 사랑 덕분
‘애국 구단’ 기대… “난 공산당이 싫어요” 멸공 소신도 화끈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1-15 10:47:24

프로야구 SSG랜더스가 창단 2년 만에 정상에 섰다. 기억하는 대로 상대팀 키움 히어로즈와의 6연전 한국시리즈 경기 중 최대분수령은 7일 제5차전이었다. 그날 경기 9회 말에 선수 김강민이 대타로 등장해 큼지막한 끝내기 3점 역전 홈런을 터트렸을 때 모든 승부는 결정됐다. 정말 짜릿했다.

그 멋진 가을밤, 선수 못지않게 조명받았던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날 생중계가 끝나갈 무렵 두 손을 번쩍 들어 감격하던 모습도 그렇고, 우승이 확정된 8일 밤 SSG선수들이 그를 하늘 높이 헹가래친 것도 이례적이다. 그런 그는 자기감정에 솔직하다. SNS에 자신의 헹가래 사진을 올리면서 “이 맛에 구단주!”라고 자랑질도 했다.

그게 정용진 스타일이다. 지금 모두가 말한다. 구단주의 야구 사랑이 끝내 우승을 일궜다고…. 그래서 그는 과연 신세대 재벌에 속하는데, 오늘은 ‘애국자 정용진’ 재발견 이야기다.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꼭 1년 전이다. 당시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란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반복해 6차례나 멸공의 글을 올렸으니 소신이 맞다.

문제는 못난 언론이다. “와! 정용진이 정치색을 드러냈다”라고 떠들어댄 것이다. 헌법 4조에 명문화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재확인한 것뿐인데, 그게 무슨 정치색? 대기업 오너는 뭐 소신도 말 못해? 와글대는 저들에게 정용진이 한 방 더 먹였다. “반공민주정신에 투철한 애국애족이 우리 삶의 길이며…”로 시작하는 왕년의 국민교육헌장을 덜컥 올린 것이다.

그렇다. 당시는 대통령 문재인 퇴임 이전 상황이었다. 그 국면에서 “좌파가 아무리 까불어도 태극기는 건재하거든?”하는 우회적인 항변으로 내 귀엔 들렸다. 거기에 정치적 복선이고 뭐고가 있을 리 없다. 나중 확인해 보니 그건 실은 귀여운 장난기의 표현이었다. 당시 신세계 이마트에서 런칭했던 빨간색 포장의 피자를 홍보하는 사진을 올렸던 게 계기였다.

“이게 뭔가 공산당 같은 느낌인데, 난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덧붙인 것뿐이다. 실제로 그는 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이 맞다. 그 몇 개월 전 정 부회장은 “미군만 철수하고 평화협정은 휴지됐다”는 중앙일보 1면 머리기사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다. 그것도 화제를 모았다.

당시 그가 한 코멘트 때문이다. “(평화)협정은 역사적으로 지켜진 사례가 없다. 그걸 철석같이 믿는 바보들이 아직 있다.” 그게 문재인을 겨냥한 독설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자 전 법무장관 조국이 정용진을 겨냥해 “그 사람은 윤석열 수준”이라고 비꼬았다. “멸공을 외치는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는 황당한 말까지 덧붙였다.

폭력혁명을 내세웠던 사회주의노동자동맹 출신까지 출격해 대기업 총수를 공격한 꼴이다. 더 흥미로운 건 그 와중에 대선후보 윤석열이 깜짝 등판한 대목이다. 윤 후보는 이마트를 찾아 약콩과 멸치를 구입했다. ‘콩’은 공산당을 뜻하고 멸치의 ‘멸’은 멸공을 말한다. 그건 흥미로운 방식의 정용진 응원이었다. 어쨌거나 그런 에피소드가 3월 대선 판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내 진심은 따로 있다. 좌익권력 문재인 앞에 벌벌 기던 대기업 총수 중 정용진 만한 배짱을 가진 이가 좀 더 많았어도 나라가 이 지경은 안 됐을 것이란 판단이다. 삼성 이병철 회장의 자손 중에 정용진이 있다는 게 천만다행이다. 맞다. 야구도 야구이지만, 애국자 구단주가 있는 SSG랜더스 우승이 나는 더욱 기분 좋다.

실은 랜더스(상륙자)라는 말 자체도 새길수록 의미 있다. 구단 측은 우주선이 개척지에 착륙하는 의미라고 설명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연고지 인천은 근대문명의 상륙을 받아들인 관문이다. 이 땅에 복음을 들고 온 언더우드와 아펜젤러를 기리며 연안부두에 기독교100주년기념탑이 건립된 배경도 그것 아니던가. 결정적으로 랜더스란 말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을 연상시킨다.

이래저래 SSG랜더스에는 근현대사의 곡절이 묻어있고 내용적으론 애국 구단이다. 그러저런 이유로 정용진은 차기 대선 후보 깜일 수도 있다는 게 나만의 판단이다. 보라. 50대 젊은 나이에 삼성 가문 출신, 그리고 미국 명문 브라운대 졸업, 뭐가 부족한가. 앞서 언급한 애국심 그리고 팬과 소통하는 신세대 이미지도 나쁘지 않다. 최소한 여의도의 엉터리 정치인들보다는 백 배 낫다. 정용진, 당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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