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개 논란과 전직 대통령 예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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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개 논란과 전직 대통령 예우법

고액 연금 받는 전직 대통령의 풍산개 양육비 요구는 과다한 처사
전두환 정권 산물인 전직 대통령 예우 법 개정으로 꼭 축소되어야

이동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1-16 09:35:35

이태원 핼러윈 축제 압사 사고로 온 나라가 침울한 와중에 참 민망한 해프닝이 있었다. 바로 전직 대통령 측의 풍산개 반납 논란이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전 대통령 측 처사를 비판하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던 것 같다.

이미 기르던 개를 반납하는 것은 부모가 자식을 버리는 모양으로 비춰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전직 대통령을 개 반납이라는 현상만 놓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 복잡한 사정이 있을 수 있고 6개월 동안 무상으로 양육한 것은 사실로 보이기 때문이다,

변호사인 필자로서는 이 사건을 법적으로 어떻게 봐야할지가 궁금했다. 풍산개를 전직 대통령이 데려갔지만 이 개들은 대통령기록물로서 엄연히 국가의 소유물이다. 그래서 민간인이 국가소유물을 실질적으로 보유하는 상태가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어야 한다. 법치국가에서는 국가 소유물을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에게 주거나 맡길 수는 없다. 더구나 그것이 보통 물건도 아니고 대통령기록물이고 생명을 가진 동물이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초반 보도를 보면 전직 대통령 측 입장이 나름 수긍이 갔다. 국가 소유인 풍산개를 전직 대통령이 데려가 키울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서 현 정부가 이를 마련하기 위해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6월에 입법예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산 지원에 관해서 부처 간 이견이 있다는 이유로 입법예고가 철회되더니 6개월째 아무 소식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 책임은 당연히 시행령 입법권을 가진 현 정부에게 있는 것이 맞다.

그래서 관련법인 대통령기록물법을 살펴보니 전직 대통령 측 발표와는 사뭇 달랐다. 전직 대통령 측이 풍산개를 데려갈 수 있는 근거가 퇴임 전인 지난 3월에 벌써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선물이 생물이고 다른 기관이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경우에는 다른 기관의 장에게 이관하여 관리시킬 수 있다는 시행령 규정이 신설되었다. 이에 따라 퇴임 하루 전인 5월9일에 ‘위탁협약서’가 체결되었다. 협약서 서문에는 ‘동물복지’를 존중하면서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이 체결하는 ‘위탁협약’이라고 쓰여 있다.

여기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위탁의 상대방이다. 처음에는 자연인으로서 전직 대통령일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드러난 바로는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이라는 ‘기관’이다. 만약 대통령 개인을 염두에 두었다면 지난 3월 시행령 개정 때 ‘다른 기관 또는 개인’이라고 규정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시행령의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이 자신을 임명한 문 전 대통령의 지시를 어기고 시행령에서 ‘개인’을 뺐을 리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 의도는 그냥 풍산개를 데려가는 것 자체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통의 개가 아니라 사료값, 진료비 등 비용이 만만치 않을 수는 있다. 그래서 협약서에는 필요한 물품과 비용을 일반적인 기준에 따라 예산 범위 내에서 지급할 수 있다는 비용 지원 규정도 포함되었다. 이 협약에 따라 올해는 대통령기록관이 보유한 예비비 같은 것에서 일단 지원하고 내년부터는 어느 기관이건 정식 예산 편성을 정부에 요청하면 된다. 그래서 더 이상의 법적 근거가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 이것으로 충분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 퇴임 후에 시도된 시행령 개정에는 위탁의 상대방에 ‘개인’도 포함시키고 바로 그 개인에게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막상 퇴임하고 난 후에 자연히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본인이 위탁받아 본인이 월 200만원 상당의 용역비를 받겠다는 의도가 생겨났던 것이 아닌가 싶다.

문제는 이런 금액적인 부분까지 당선자와 합의되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전직 대통령 측은 당선자가 월 250만원 지원을 약속했다는 식으로 표명했다. 그러나 현직과 대통령 당선자가 만나는 중요한 자리에서 고작 이런 부분까지 논의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설령 당선자가 약속했더라도 법치국가인 이상 굳이 부처 간 이견까지 눌러 가며 성급하게 최저 임금을 웃도는 수준의 용역비까지 집행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전직 대통령 측은 조금 더 인내심을 갖고 시행령 개정을 기다렸어야 했다.

궁극적으로는 기왕에 반려동물로 삼기로 한 이상 개인돈을 양육비에 써도 그만이었다고 본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에게는 세계 최고 수준의 후한 연금이 주어지고 있는데 그 돈이 바로 이럴 때 쓰라고 주는 돈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그런데도 돈 문제로 풍산개를 파양하니 전직 대통령 예우로까지 불똥이 튀고 말았다.

필자는 본지 7월13일자 칼럼(‘정상화되어야 할 전직 대통령 예우법’)에서 현재의 전직 대통령 예우가 헌정 사상 최악의 독재자로 평가받는 전두환 정부 때 설계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혜택을 가장 반대편 지도자인 문재인 전 대통령이 누리고 있음을 지적했다. 30세 이상 유자녀에게 연금 혜택을 주는 것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헌법상 금지된 사회적 특권 계급 설정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통령이 제왕 같던 권위주의 시절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기왕에 풍산개 사태로 전직 대통령 예우의 문제점이 드러난 이상 이 정부하에서는 반드시 합리적인 수준으로 축소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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