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생각이 몸에 배어들게 하려면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김성수의 생활명상 즐기기

좋은 생각이 몸에 배어들게 하려면

스스로의 작은 움직임에도 좋은 의미 부여해 보라
생각이 몸에 스며들면 부합하는 인연도 차츰 이어져

김성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1-18 09:30:58

나의 좋은 생각이 내 몸에 체화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를테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일류 요리사처럼 요리를 잘하는 몸이 될 수는 없는 걸까. 그런데 현실은? 집에서 무채 한번 썰어 본 적 없다. 그런데도 나는 내가 요리를 해서 친구나 형제들에게 보란 듯이 한 상 차려 주고 싶다. 내가 해 준 요리를 먹으면서 흔감한 표정을 짓는 그 모습을 보고 싶다. 이런 일이 내 인생 사전에 등재될 수 있을까?

어렵지 않다. 당신에게 요리사라는 꿈이 있다고 하자.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질문해 보라. “정말 요리사가 되고 싶은가?” 그 생각이 진심이라면 자신을 요리사의 몸으로 만드는 일은 간단하다. 지금 그 일을 하면 된다.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내면서 “나는 지금부터 요리사야!”라고 스스로 선언하면 시작된다.

일류인지 아닌지는 굳이 따질 필요도 없다. 경쟁자가 없고, 당신의 자리를 위협하거나 채찍질할 경쟁 시스템도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지금 냉장고 속의 부추와 양파 따위를 꺼내어 엷은 밀가루 반죽을 휘젓고 있다면, 당신은 요리사다. 위와 같은 일에 대해 관심과 호기심을 갖고 정보를 찾고, 누군가에게 묻고, 숙고하고, 실험한다면 이것이 바로 생각을 몸으로 가져오는 행위이다. 셰프가 되고자 하는 당신의 꿈은 이루어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과학이나 의학에서도 생각을 몸으로 가져오는 효과는 얼마든지 입증되고 있다. 스웨덴의 생리학자 살틴은 어느날 ‘운동 실험’을 위해 20대 초중반 대상자를 모집했다. 실험 기간은 2주, 실험 과제는 ‘난 운동 못해’라는 ‘생각’으로 침대에서 2주 동안 먹고, 자고, 푹 쉬는 것이었다. 2주 후 결과는? 실험군의 대다수가 주름살까지 잡히는 40~50대의 건강 상태로 퇴행했다. 이들을 다시 ‘난 서 있을 수 있어’ ‘난 건강해’라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에 5분 정도씩 서 있게 했다. 결과는? 단 며칠 만에 놀라울 정도로 젊음을 회복했다. 단 5분인데! 살틴 교수는 이 실험을 통해 ‘행위를 하되 어떤 생각으로 하느냐’가 결정 변수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왕이면 ‘좋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

당신이 만약 건물주가 되고 싶다면? 그 건물을 사기 위해 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때 두 부류가 있다. 한 부류는, 자신의 현금과 건물 가격을 살펴보고 그 어마어마한 차이 때문에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포기하는 사람이다. 또 한 부류는, 일단 시작하는 사람이다. 건물을 사기 위해 매일 만 원씩 저축하기로 하고, 만 원씩 저축할 때마다 자신이 그 건물주가 된 기분을 누리는 것이다. 이보다 한 단계 더 현명한 사람이 있다. 그 건물을 매입해서 어려운 이웃이나 세상 도울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는 사람이다.

‘벼락부자가 되고 싶다’는 당신은 그 많은 돈을 집 안에 쌓아 두고 싶어서 그런 열망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 많은 돈으로 뭔가를 하고 싶은 것이다. 학교를 짓고 싶을지도 모르고 자신을 도와준 누군가의 후손에게라도 은혜를 갚고 싶거나 고향 마을에 길을 닦아 주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얻어지는 것은? 결국 마음이다. 기분 좋은 마음, 뿌듯한 마음. 그런데 이 기분 좋음·뿌듯함의 에너지는 나눔으로써 만들어지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힘을 갖는다.

사람의 몸이 다른 무엇과 대체될 수 없는 이유는 이런 데 있다. 당신이 지금 분노를 일으키면 어금니가 꽉 다물어지고, 눈에 열이 오른다. 당신은 그 순간 ‘화난 사람’이 된다. 몸으로 이 움직임을 반복하면 ‘환자’가 된다. 같은 맥락이다. 마리아상을 떠올리면 어떨까. 당신의 몸은 즉시 ‘마리아님 버전’으로 바뀔 것이다. 호흡이 고요해지고, 표정이 부드러워진다.

생각과 행위는 명사와 동사만큼이나 밀접하다. 명사는 살아서 날뛰는 동사를 압축하여 사전이라는 액자에 표구해 놓은 언어다. 명사는 ‘셰프가 되고 싶어’ ‘건물주가 되고 싶어’라는 생각에 그냥 갇혀 있는 사람이다. 나는 이런 사람을 ‘명사형 인간’이라 부른다.

명사와 같은 생각을 몸으로 가져온다는 것은 동사적 움직임을 뜻한다. 몸의 행위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생각은 움직이지 않을 수 있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몸은 잠자는 동안에도 움직인다. 혈액이 돌고 호흡이 돈다. 24시간 돈다. 이렇게 부지런한 몸에 ‘좋은 생각’을 유입하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이왕이면 좋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 한 순간도 쉼 없이 변하고 있는 상태가 진실이고, 동사의 맛이다. 당신이 지금 일류 요리사가 되는 분명한 방법은 ‘일류 요리사’라는 생각으로 ‘요리’를 하는 것이다. 생각은 몸으로 이동하여 근육과 세포에 스며들고 이 조건에 부합하는 인연이 발생한다.

김성수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