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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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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룡은 가난이 싫었다. 가난이 가장 나쁜 점은 그 가난을 벗어날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난이라는 것은 모든 걸 다 장악하고 있어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올가미처럼 그 속에 점점 더 강하게 가둘 뿐이었다.
우룡보다 두 살 위였던 우찬은 착한 형이었다. 형제나 부모에게만 착했으면 좋았을 걸, 우찬의 착함은 남들이 이용하기 좋은 도구였을 뿐이었다.
우찬은 우룡에게 다 양보했었다. 만일 우찬이 양보하지 않았다면 전액 장학금과 따뜻한 하숙방이 제공된다 해도 시골을 떠날 수는 없었을 것이었다.
우룡이 검사 임용이 되는 날까지 만이라도 그렇게 우찬이 버텨주었더라면 돌아보기도 싫은 그날의 비극은 없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우찬은 부모님의 농사를 돕는 대신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다. 한동안은 이리저리 경찰서로 불려 다니더니 결국 어느 날부턴 감옥을 제집처럼 드나들기 시작했다.
우룡은 검사가 되고 싶었다. 검사 임용 심사 때 가족이 범죄자로 수감되어 있는 경우 검사임용이 어렵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우룡은 사법연수원 시절 우찬에게 부탁까지 했었다. 검사 임용될 때까지 만이라도 제발 조용히 지내 달라고….
하지만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검사 임용 단계에 있던 우룡은 우찬이 또 폭력 사건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이미 결혼해 아이까지 있던 우찬이 큰 싸움에 휘말려 폭력으로 도망을 다니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우룡은 그 친구들을 수소문해 명환의 별장으로 우찬을 불렀다.
“제발! 제발 하지 말라고 했잖아. 내가!”
빗속을 달리는 차 오디오에서 우룡의 목소리가 뛰쳐나왔다.
“미안하지만 죽어 줘야겠어. 어차피 쓰레기 같은 인생인데.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 돈 많고 빽 있는 집에 태어나게 되거든 내 덕인 줄 알아. 내가 지금 이 쓰레기 같은 인생 끝내게 해주는 거니까.”
그리고 오디오가 멈추었다.
“미안하다 형. 나 꼭 검사될 게. 성공할 게. 형이 다 못 살았던 세상 내가 두 사람 몫으로 살 게. 동원이 걱정 마. 내가 잘 키워줄 게. 미안하다 형.”
눈을 떴다.
우찬과 마주하고 서 있던 옥상이 아니라 푹신한 침대 위였다. 아직은 이른 새벽, 좀 더 누워 있어도 좋을 시간이지만 우룡은 일어나 세면실 문을 열었다.
두 사람의 꿈을 동시에 꾸었다. 사랑했던 소선과 사랑했던 우찬. 가슴이 뻐근했다.
우룡은 샤워기를 틀었다. 쏟아져 내리는 찬물을 몸으로 맞았다. 그렇게라도 해야 그 뻐근한 기분 나쁜 아픔에서 벗어날 것 같았다.
‘명동성당 입구의 공중전화를 이용한 것 같습니다. 전화 끊고는 바로 성당에서 나오는 인파 에 묻혀 들어가는 걸 보니 초보 같지는 않습니다. CCTV 영상 보시면 아시겠지만 30세쯤의 여성 같습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동원의 문자가 와 있었다.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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