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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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원칙 지켜 중국에 당당, 미국에 유리한 입지 선점 필요
‘화이부동(和而不同)’으로 中에 떳떳하게 응수할 배짱 가져야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1-22 09:46:43

14일 미·중 정상회담이 22개월 만에 제3국인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렸다. 양측이 대화의 채널을 닫았던 것은 아니지만 양 정상이 대면했다는 자체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양국 관계가 극단으로 치닫는 와중에 대화의 물꼬가 터졌다는 점에서 상호 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3시간 넘게 회담이 계속된 만큼 민감한 문제들을 포함하여 이슈 대부분이 거론됐다. 즉각적인 이해가 걸린 핵심 현안은 대립각을 세웠지만, 미국 측이 밝힌 대로 충돌을 피하려고 격렬한 경쟁을 억제하자는 데에는 의견 일치를 봤다. 한동안 팽팽하던 긴장감이 완화될 수 있다는 시그널이 나오면서 향후 글로벌 정치·경제·안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 정치 지형의 변화가 자연스러운 대화로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간선거에서 선방함으로써 후반기 집권에 대한 자신감과 재선의 기대감을 높였다. 시진핑은 3기 출범을 공식적으로 완성하면서 정치적 불투명성을 제거했다. 미국은 중국을 벼랑 끝으로 몰고만 갈 것이 아니라 대화의 장으로 불러 꼬인 실타래의 일부라도 푸는 것이 글로벌 현안 수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의 국면이 절대 유리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미국과의 정면 대치가 대내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에 다다르고 있는 점이 엿보인다. 대화로 풀릴 문제들이 그리 많지 않지만, 최악의 상황은 피해 보자는 양자의 공감대가 작동하는 게 분명해 보인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몇 가지 있다. 회담 후 미국과 중국이 각자 발표한 내용에 차이가 있지만 이를 참작하여 해석해 보면 우선 시진핑 주석이 “중국은 지금까지 기존의 국제질서를 바꾸려고 한 적이 없고, 미국에 도전하여 미국의 지위를 대체할 생각이 없다”라고 밝힌 점을 주목한다. 5년 전인 2017년 시진핑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응하여 양국이 대등하다는 ‘신형 대국관계’와 ‘주동작위(主動作爲·해야 할 일은 한다)’를 언급한 것과는 대조를 보인다. 이는 중국이 유리할 때는 발톱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불리할 때는 발톱을 슬며시 감추는 전통적 ‘도광양회(韜光養晦)’의 모습을 취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일시적인 후퇴이고 이빨을 잠시 숨긴 것에 불과하다.

이어서 15일에는 한·중 간의 대면 정상회담도 윤석열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렸다. 회담 시간은 25분으로 짧았지만 양국의 처지를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이 과거와 다르게 중국보다는 미국 편에 기울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에 관심이 쏠렸다. 예상대로 선은 넘지 않으면서 양국이 가진 기본적인 입장을 재확인할 수 있었고, 미묘한 시각차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에 숙제를 남겼다. 중국은 한국의 현 정부가 경제를 안보와 연결해서 지나치게 미국 편에 동조하는 것에 강한 경계감을 표시했다. 반면 북한의 혈맹인 중국이 북핵 해결과 관련해 압력을 행사하기보다는 미온적 자세로 일관하는 게 드러난 만큼, 색깔이 바뀐 한국 정부는 대외 정책 노선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중국 측에 던지고 있다.

한·중 사이에 감지되는 변화는 한국이 더는 중국에 끌려다니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는 점이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북한의 편을 들고 있다고 보면 한국이 자구책으로 미국·일본과 한배를 타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와 관련 도리어 중국 측이 경제와 안보를 분리하여 협력을 지속하자는 명확한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이 안보적 이유로 미국과 가까워지는 것을 중국이 제동을 건다면 스스로 한 말에 침을 뱉는 자충수를 두는 꼴이다. 안보를 핑계로 한국 경제에 타격을 입힌 쪽이 중국이었던 점을 상기하면 이에 대해 주저하지 말고 항변해야 한다. 그들이 흔히 주장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를 인정하고 공동 이익을 추구한다)’에 ‘화이부동(和而不同·조화는 이루되 같아지지는 않는다)’으로 응수하는 배짱을 가져야 한다.

소위 말하는 ‘공중증(恐中症)’에서 헤어나지 않으면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아슬아슬한 곡예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에 할 말은 하는 떳떳한 태도를 견지할수록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난 정부는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나 마찬가지다. 힘에 위축되어 움츠러들면서 약한 고리가 되면 중국은 이를 역이용하여 상대를 더 강경하게 조이면서 본때를 보일 것이다. 결국 입지는 좁아지고, 전통적 동맹으로부터도 괄시나 무시를 당하게 된다. 사회주의 노선을 고집하면서 대국 혹은 패권을 지향하다 보면 갈수록 중국에 불리한 대내외 여건이 조성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칙에 철저할수록 중국에 더 당당할 수 있고, 미국 등 서방과 관계에서도 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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