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규제, 소비자보다 기업보호에만 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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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넷기업협회, ‘온라인 플랫폼 규제 올바른 방향성’ 토론회 개최
“산업특성 고려해 심도있게 재검토 나서야” 한목소리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1-22 11:18:10

▲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장애 이후 플랫폼 규제 방향이 ‘자율규제’에서 ‘법제화 검토’로 급격히 전환되며 우려가 커짐에 따라 업계와 학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제공=한국인터넷기업협회]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장애 이후 플랫폼 규제 방향이 ‘자율규제’에서 ‘법제화 검토’로 급격히 전환되며 우려가 커짐에 따라 업계와 학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플랫폼의 자사 우대와 최혜대우(MFN) 심사 지침은 경쟁제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데다 소비자 편익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공동으로 2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올바른 방향성’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연내 제정할 것이라고 밝힌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의 세부 쟁점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첫 발제를 맡은 박세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자사우대의 근간 논리인 ‘심판과 선수’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서만 쓰이는 용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플랫폼이 선수와 심판의 지위를 가진다는 소위 ‘선수심판론’은 정작 해외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다”며 “플랫폼의 이해 상충 이슈와 ‘선수심판론’은 구분할 필요가 있으며 심판은 여전히 규제기관이 담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사 지침을 추진하기에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상오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심사지침 내용 가운데는 아직 법원에서 최종적인 판단이 나오지 않았거나 공정위 심결례에서 나온 내용들이 있다”며 “최소한 1심이나 대법원판결이 확정된 후에야 심사지침에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 심사 지침의 핵심 중 하나인 ‘자사 우대 규제’에 대해서도 소비자 후생,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대한 역차별 등 요인을 고려하지 못한 규제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사우대는 경쟁사업자와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동등하게 비교해야 경쟁제한 효과를 입증할 수 있다”며 “하지만 공정위는 경쟁사업자에 미치는 영향은 관심이 많지만 소비자에 대한 연구개발이 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자사 우대’라는 개념을 사업자의 영리적 관점으로만 해석하다 보니, ‘소비자 편익’이 저해될 가능성을 균형 있게 고려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번 심사지침에 대해 사업자와 소비자 양쪽 모두를 고려했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소비자 후생과 효율성 증대 효과가 너무 간단하게 반영돼 있기에 실제 법 집행 과정에서 별다른 고려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상오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심사지침 전반에 관련해 실무자 입장에서 그 내용과 문구가 매우 신중하게 제정될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 후생보다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시장점유율 상승과 입점 사업자 보호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우수한 서비스로 소비자들이 쏠려 독점이 형성된 경우 독점 자체를 문제 삼아 인위적인 규제를 가하면 혁신이 저해되고 소비자 후생이 줄어든다”며 “경쟁법상 정부 개입은 사업자가 부당한 방법으로 독점력을 획득할 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승한 아주대 교수는 “플랫폼의 자사 우대 그 자체가 위법일 수 없고 연관시장에서 경쟁제한 효과가 있는 경우에만 규제가 가능하다”며 “플랫폼의 차별 취급도 전통적인 위법성 판단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충분하며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전규제를 해야 한다는 것은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용호 공정거래위원회 과장은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과 관련해 1월 입법예고 이후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에 있으며 연내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사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표적인 법 위반 행위 유형으로 자사 우대, 최혜대우 요구, 끼워팔기 등을 담고 있으며 일부 불명확한 것들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해 오해가 없도록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심사지침이라고 하지만 그 영향력과 파괴력은 법안과 거의 동일한 힘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토종 기업과 해외 기업이 경쟁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다른 미국이나 유럽의 상황처럼 이미 독과점 앞에 있는 거대 플랫폼들을 대상으로 한 이론들이 한국의 영역에서 바로 적용하게 되면 결국 피해 보는 것은 국내 기업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