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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우선 처리한 뒤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자며 ‘선(先) 예산처리, 후(後) 국정조사’로 당론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이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후보위원 명단 제출’을 전제로 조건부 수용한 것을 따른 것이다. 국회 예산안 통과 막바지 시점에서 민생법안 통과를 위한 야당 협조를 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조사 기관과 대상 등) 구체적 계획에 대해서 원내대표단이 위임받아 협상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21일까지만 하더라도 국민의힘은 경찰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야권의 국정조사 추진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유지한 것에서 선회한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국정조사 실시 계획을 의결하겠다는 현실 문제 앞에서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협상에서 많이 양보하지 말라는 주문이 있었다”며 “기간 등의 문제에서 끌려가듯이 하지 말고, 정쟁에 끌려가는 국정조사는 단호히 배격하라는 협상 지침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민주당과 의견 접근이 많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원칙에 맞지 않는 요구, 과도한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며 “명단은 구체적 협상이 마무리되면 제출할 계획이고, 협상이 마무리되면 24일 본회의 표결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 친윤계 의원인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예산안 처리와 수사발표 시점이 비슷하면 국정조사 합의를 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 비대위원장은 앞선 의원총회 모두 발언에서 “특수본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밀어붙이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예산 처리 시점과 특수본 수사 결과 발표 시점이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에 대한 합의를 피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2시간가량 만난 사실을 언급하며 ”엊그제 유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수본의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면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한 점 의혹 없이 낱낱이 진상을 밝혀내겠다고 약속드렸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주 원내대표가 누구보다 협상을 잘 이끌어왔다고 평가한다”며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민생이고 예산이고 경제”라고 밝혔다. 이어 “여야 협상이 좀 더 진전이 되고, 결론에 도달하는 데 의원 여러분의 지혜와 고민이 모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도 여당과 보폭을 맞췄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에서 “수사를 통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 유족과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유가족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드리기 위해서라도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24일 본회의에서 우선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예산처리 전에는 자료요구와 검증 등 사전 준비를 하고 청문회나 현장 검증 등 실질적인 국정조사는 예산처리 후에 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전날 “예산안 처리가 지연된다고 국정조사를 늦추거나 지연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특위를 개최해 위원장과 간사를 선출하고 조사 계획안을 마련하는 등 속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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