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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제공해 ‘진짜 5G’로 불리는 28GHz 주파수에 대한 통신 3사의 참여가 부진함에 따라 정부가 신규 사업자 유치에 나섰다. 하지만 새롭게 28GHz 주파수에 뛰어들 기업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28GHz 대역이 필요할 만큼 대량의 트래픽이 발생하는 메타버스·AR·VR 등의 시스템이 저조한 가운데 28GHz 대역 구축에는 다른 주파수보다 많은 비용이 든다. 확실한 수요와 사업 모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막대한 투자 비용까지 부담할 기업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28GHz 기지국 목표 물량 10% 수준… 과기부, 신규 사업차 유치 지원 방침
과학기술정부통신부(과기부)는 2018년 5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 시 부과한 할당 조건에 대한 이행점검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점검 결과 3.5GHz 대역은 SK텔레콤(SKT) 93.3점, LG유플러스 93.3점, KT 91.6점으로 모두 기준점(70점) 이상이었으나 28GHz 대역의 경우 SKT는 30.5점으로 기준점(30점)을 겨우 넘겼으며, LG유플러스 28.9점·KT 27.3점으로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과기부는 SKT의 이용 기간을 6개월 단축하고 LG유플러스·KT에 대해서는 할당 취소 처분을 통지했다. SKT도 2023년 5월31일까지 할당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할당이 취소된다.
과기부가 통신사에 부과한 주파수 할당을 한 것은 이번에 처음이다. 이전부터 지적돼왔던 통신 3사의 투자 지연에 대해 결국 과기부가 칼을 빼든 것으로 분석된다.
과기부는 주파수 할당 당시 3년차까지 3.5GHz 대역은 2만2500개의 기지국, 28GHz 대역은 1만5000개의 장치를 구축할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통신 3사가 구축한 28GHz 대역 장치는 약속한 물량의 10% 수준이며 국내에서 28GHz 대역을 지원하는 스마트폰 단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8GHz 대역은 LTE의 20배 속도를 제공하는 주파수로 28GHz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이 특징이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메타버스·VR·AR 등 차세대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기부는 “이행점검 결과는 28GHz 대역을 활용해 국민에게 제공될 수 있는 미래형 서비스의 도입 지연 및 관련 산업 생태계의 성장 한계 등에 대한 평가위원들의 엄중한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며 “향후 6세대 이동 통신에서 밀리미터파 활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해외에 비해 성숙하지 못하는 국내 28GHz 대역 생태계는 더 이상 이동통신 강국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과기부는 취소한 주파수 중 1개 대역에 신규 사업자 진입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여기에 5G 28GHz 대역에 신규 투자하는 사업자를 유치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는 점을 고려해 다양하고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그동안 정부는 이동통신 3사에 할당 조건을 이행하도록 지속적으로 독려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해 왔으나 이런 결과가 나와 유감”이라며 “향후 정부는 신규 사업자 진입을 촉진하고, 기존 사업자 중 1개 사업자에게만 주파수 이용을 허용하는 등 사업자 경쟁을 통한 5세대 이동통신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파수 할당 취소 및 이용 기간 단축 결정에 대해 통신 3사의 입장을 확인한 결과 통신 3사 모두 과기부와 논의를 진행 중이며 더 이상은 말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신규 사업자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투자 비용 많은데 수요는 부진… “관련산업 성장 전에는 안 된다”
과기부가 28GHz 대역에 대한 신규 사업자 진입을 언급하면서 SKT·KT·LG유플러스의 통신 3사 체제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기부는 12월 중 최종 처분을 진행한 후 신규 사업자 진입 촉진 방안과 함께 1개 잔여 대역에 대한 정책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즉 3개 주파수 대역에 SKT·신규 사업자가 참여하고 KT·LG유플러스 중 1개 기업만 28GHz 주파수를 할당받을 수 있다.
28GHz 주파수 사업에 새로 참가할 사업자로는 5G특화망(이음5G)을 도입한 기업들이 거론된다. 이음5G는 이동통신사가 아닌 기업이 직접 5G 이동통신망을 구축해 사용하는 것으로 4.7GHz와 28GHz 대역을 사용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28GHz 대역을 이음5G에서 사용하는 만큼 새로 28GHz 대역을 할당 받기 적합하다고 분석된다.
현재 이음5G 주파수를 할당받은 기업은 △네이버클라우드 △LG CNS △SK네트웍스서비스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 △CJ 올리브네트웍스 △케이티엠오에스북부 △세종텔레콤 △위즈코어 등이 있다.
이 중에서 SK·LG·KT 계열사와 자금력이 맞는 중소기업을 제외하면 네이버·CJ가 남는다. 네이버의 경우 28GHz가 사용되는 분야인 메타버스·AR·VR 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유력한 28GHz 신규 사업자 후보로 꼽힌다. 네이버는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보유하고 있어 28GHz 대역 할당 시 연계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CJ 역시 최근 CJ올리브네트웍스가 메타버스 오피스 플랫폼 ‘브릿지 오피스’를 출시하는 등 메타버스 산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또한 CJ ENM이 VR 콘텐츠 기술기업 어메이즈 VR에 투자하는 등 관련 기술에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와 CJ 외에 해외 통신사업자의 진출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과기부 제2차관은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외국 사업자 진입 가능성이 대해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외국 사업자는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할 수 없고 국내 통신사업자에 49%까지 지분을 투자할 수 있다. 간접투자는 100%까지 가능하다. 외국 통신 사업자가 직접 진출하는 형태는 불가능하더라도 간접적인 진출은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신규 사업자가 28GHz 주파수 할당에 적극적으로 나설지에 대해서는 의문시 되고 있다. 28GHz는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벽을 통과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다른 주파수와 비교해 더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한다. 통신 3사의 28GHz 주파수 기지국 구축이 부진한 것도 투자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28GHz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처음에 28GHz를 도입할 때는 정부와 통신사 모두 28GHz가 나중에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데이터 트래픽이 예상만큼 늘어나지 않았다”며 “3.5GHz가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28GHz 투자에 나서겠지만 수요가 올라오지 않고 미래를 예상할 수 없는데 28GHz에 뛰어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 28GHz 대역을 사용하는 단말기가 없는 것에 더해 관련 산업 또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정부 입장에서는 28GHz 구축을 서두르고 있지만 통신사 입장에서는 비용 투입이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비유하면 아파트를 지었는데 입주하겠다는 사람은 없는 상황”이라며 “처음부터 일반 고객보다는 기업들이 사용하는 용도로 많이 쓰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28GHz를 사용하는 산업군의 발전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AR·VR 산업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28GHz에 뛰어드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는 대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경우를 고려해 5G를 추진했지만 실제로 한국에서 5G의 덕을 크게 본 것은 유튜브나 넷플릭스 쪽에 가깝다”며 “현재 28GHz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은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보유한 SKT인데 SKT도 이미 3.5GHz 대역만으로 이프랜드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메타버스나 AR·VR 때문에 28GHz가 필요할 것이 아니라 당장 트래픽이 없으니 28GHz를 깔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의견이 나오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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