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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건 그날 사고가 자동차 결함 때문이 아닐 수 있었다. 졸음 운전이었거나 순간 잘못 착각해 핸들을 난간으로 틀었을 수도 있었다. 소선은 당시 만삭이었다.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신문 기사는 하나같이 잠수교 난간을 들이박았다고만 되어 있었다.
미술관 카페는 조용했다. 카페라고는 하나 미술관 관련 작품 굿즈나 엽서·사진·기념품들을 전시해 놓고 함께 운영하는 것 같았다.
입구에서 목례를 하고는 선우가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저만치 걸어오는 사람이 선우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소선으로 겹쳐 보였다.
며칠 전 꿈속에서 마지막의 하루를 다시 살아 본 느낌 때문에 소선의 생생한 모습이 가슴에 그대로 선연했다.
아래로 길게 내려온 속눈썹과 투명하리만치 맑은 하얀 피부와 무심해 보이는 시선까지 일부러 닮으려고 해도 절대 흉내낼 수 없는 부분들이었다.
“많이 기다리셨죠? 외부 회의가 있어서 이제 막 들어오는 길이에요.”
처음 만났던 날은 꼭 빼닮은 얼굴 때문에 기품 있는 목소리까지 똑같다는 걸 인식하지 못했었다. 우룡은 뭔가 답을 해야 하는데 말이 되어 나오지를 않아 그냥 미소만 지었다.
“제 방으로 올라가 기다리셔도 되는데….”
폭 넓은 스커트를 한 손으로 접어 조심히 의자에 앉는 모습까지도 소선과 꼭 같았다.
“내가 그림을 좀 대여하고 싶어서…. 보통은 국회 사무처에서 국립미술관이랑 연결하는 건데 나소선 그림은 이 미술관에만 있으니까….”
사실은 그 얘기를 하려고 온 게 아니었다. 이상훈이 공천을 받게 될 거라고 그걸 먼저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상훈이라는 인물 때문보다 은선우의 남편이기 때문이라고, 이제 한 배를 탔으니 끝까지 가야 한다고 선우에게 꼭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게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선우의 친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덜 놀라고 더 반가워할 수 있도록 무언가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저희는 아직 미술품 대여는 하지 않고 있어서…. 혹 대여사업을 하게 되면 그때 제일 먼저 연락드리겠습니다.”
“아하. 내가 결례를 했나 보네요. 나는 나소선 화가 그림이 좋아서 내 대표실에 좀 가져다 놓고 싶어서 물어본 거요.”
몇 마디 나누는 동안 선우는 중간중간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하고, 양해를 구한 후 짧은 통화를 하기도 했다. 많이 바쁜 것 같았다.
“내가 시간을 너무 뺐었나 보네. 그럼 또 다음에 봅시다.”
우룡은 일어서 먼저 카페를 빠져나왔다.
“저기… 선생님.”
엘리베이터를 향해 걷는데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혹시, 엄마 사고에 대해 아시는 거 있나 해서요.”
겸연쩍은 미소를 띤 채 선우가 서 있었다. 까맣고 커다란 선우의 눈동자가 복도 불빛에 반짝 빛을 냈다.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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