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새 국제회계제도 도입 잘 준비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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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2023년 새 국제회계제도 맞는 보험업계

권현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1-29 00:02:30

보험업계가 내년부터 적용되는 새 국제회계제도(IFRS17)라는 새로운 옷을 입기 위한 막판점검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IFRS17은 2023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보험 국제회계기준으로 보험부채의 평가 기준을 기존 원가에서 시가로 평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IFRS17 도입과 함께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기존 지급여력(RBC) 비율을 대체할 예정이다.

최근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새로운 제도하에서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경우, 보험사는 보험부채 증가 등으로 대규모 자본 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IFRS17 도입으로 보험부채를 전액 시가 평가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재무제표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전망이 많다. 증권사에서 내놓은 리포트에서도 이와 같은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보험부채 평가 기준이 IFRS17로 전환되면서 손해보험·생명보험의 모든 부채와 이익 구성 항목·수준이 이전과 크게 달라지게 된다”며 “특히 지금까지 높은 기대를 받아왔던 손해보험과 달리,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컸던 생명보험이 상대적으로 더 부각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올해 금리 급등으로 일부 회사들이 겪었던 자본 감소 이슈는 IFRS17 도입으로 해결될 전망”이라며 “현행 회계제도에서 금리 상승이 자본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자산은 시가, 부채는 원가로 평가하는 점에서 비롯된 것인데 IFRS17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망이야 긍정적이라지만 시장에 새로운 법과 제도가 도입되면 혼란은 자연스럽게 동반된다. 최근 시행된 지 1년이 넘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금소법은 국내 금융시장을 떠들썩하게 한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이슈 등으로 소비자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최초 시행일은 3월이었지만 새로운 법의 적용 등으로 인한 혼란에 대비하라는 의미로 6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쳐 2021년 9월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입법예고 기간을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법이 적용된 시점까지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그럼에도 현장은 혼란 그 자체였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법을 준수하지 않은 것에 대한 리스크가 커져 고객에게 설명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고객 입장에서는 길어진 시간에 답답한 심정이 그대로 표출됐다. 당시 한 은행 관계자는 기자에게 “(금소법 준수로) 시간이 아직도 오래 걸리는 편”이라며 “고객 한 명당 처리시간이 전반적으로 늘어나 고객들이 답답해 한다”고 귀띔했다.

시행 1년, 이제는 금융사와 고객 서로의 입장에서도 금소법은 익숙해졌다. 법의 효과 정도에 대해서는 차치하더라도 시행 이후 금융 민원은 확실히 줄어든 모습을 보였으며 소비자 보호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커졌다.

IFRS17도 과거 한 차례 적용이 유예된 바 있다. 아직은 보험업계가 새로운 제도에 적응에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에서다. 본격 시행을 앞둔 지금, 이제는 보험업계도 새 옷을 입을 준비가 됐을 것으로 믿는다. 다만, 한 가지 걱정거리는 있다. 새 제도는 맞지 않아도 교환·환불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부디 새 제도를 맞이하는 보험업계가 ‘최선’의 준비로 ‘최대’한 맞는 옷을 입기를 바란다.

권현원 hwkw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