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인요한·김소연·독고영재의 감동적인 박정희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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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말로 하는 전쟁터... 최고는 대중스피치
그들 셋의 진솔한 박정희 이야기는 왜 감동인가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1-29 09:40:40

최근 유튜브 동영상 중 인상 깊었던 게 세브란스병원 인요한 박사의 스피치였다.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 서거 43주기 추도연설이 참 좋았다. 불과 6분 연설인데도 울림이 컸다. 그날 이야기는 2010년 세브란스에 잠시 입원했던 미국의 외교 거물 헨리 키신저 장관 스토리로 시작됐다. 치료받던 그가 인요한에게 대뜸 물었단다.

“북한은 기아 상태에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다며 저 난리인데,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세계에 어떻게 희망을 주는 겁니까?” 인요한의 즉답이 “리더십!” 한마디였다는 게 그날 얘기의 시작이다. 그리고 마무리가 이랬다. “미국은 예수 다음으로 링컨 대통령을 꼽는데, 그럼 대한민국은 박정희 대통령 아닙니까?” 와~ 하고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다 아시듯 그는 특별귀화로 한국인이 됐다. 또 김대중 지지자인데도 박정희에 대한 진솔한 평가는 설득력이 컸다. 그날 함께 추도사를 했던 김소연 변호사도 썩 인상적이었다. 그의 연설은 들을 때마다 콧날이 시큰해지니 그것도 별나다. 그는 1981년생 MZ세대. “태어나 보니 잘사는 나라 대한민국이어서 그게 당연한 줄로만 알았습니다”는 고백부터 진솔했다.

그렇게 살다가 현대사의 결정적 순간 언제 어디에나 박정희가 있다는 걸 거듭 발견하며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 갔다. 그날 연설의 하이라이트는 광화문 집회에 나온 분들의 눈에 고인 눈물에서 박정희에 대한 고마움이 담겨 있는 걸 자기는 익히 봤다는 대목이다. 그 현대사를 지워 버리지 못해 안달하는 주사파 실체도 파악했다는 고백도 했다. 미래세대가 저렇게 멋지다.

그렇다. 정치는 곧 말로 하는 전쟁이라지만 그중 최고는 대중 스피치다. 인요한·김소연은 그걸 각인시켜 줬는데, 희한하게도 며칠 뒤 또 다른 명연설을 오프라인 현장에서 직접 지켜볼 수 있었다. 14일 서울 상암동 박정희기념관에서 열린 박정희 탄생 105돌 기념음악회, 그날 배우 독고영재의 연설도 반드시 기억돼야 한다.

오죽했으면 며칠 뒤 그와 통화를 하면서 “당신 연설을 글로 남기겠다”고 내가 약속했을까? 독고영재는 현학적인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배우 생활 중 어떻게 박정희를 만났는가를 털어놓은 게 전부다. 40대, 50대, 60대에 한 번씩 모두 세 번 박정희 역을 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이 6년 전 TV조선에서 철강왕 박태준을 다룬 드라마 ‘불꽃 속으로’였다.

포철 고로(高爐)에 불을 넣는 박정희를 연기하면서 자꾸 눈물이 나와 혼났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자신은 지난 30년 박정희 연구를 해 왔고, 누구와도 끝장토론을 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동안 더 중후해진 독고영재의 목소리까지 두루 좋았는데 연설 말미가 잠시 조마조마했다.

좌파 언론이 문제 삼으면 시끄러워질 수도 있겠다 싶은 대목이었다. 지난 50년 연기했지만 문재인 정권 5년 내내 자신은 작품 하나 못 해 봤다면서 “저는 대표적으로 연예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정권이 바뀐 지금도 세상이 저 지경이라는 걸 우리가 다 알지만, 문제는 저런 말을 하다가 다치면 어쩌지 싶어 순간 걱정이 됐다.

다행히 그가 유머 섞인 마무리 멘트로 분위기를 바꿨다. “앞으로 이 블랙리스트 문제를 오늘 사회를 보시는 아나운서 김동건 형님과 상의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묘했다. 독고영재가 김동건에게 공을 덜컥 넘긴 모양새가 된 것이다. 못 들은 척하기도 그렇고, 공감한다고 말하기도 힘든 상황이 순간 연출된 것이다. 그때 김동건의 즉석 멘트가 뜻밖이었다.

“저랑 그런 얘길 해 봐야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난 정치와 무관하게 살아왔구요. 단 오늘 독고영재 군에게 조언해 줄 게 하나 있는데, 당신 오늘부터 노래 공부 좀 하라는 겁니다. KBS ‘가요무대’에 세워 줄 생각은 있습니다.”

와~ 하고 박수가 터졌다. 그렇다. 독고영재의 즉석 스피치를 사실상 완성시켜 준 건 김동건의 바로 그 한마디였다. 그래서 내내 훈훈했다. 자, 마무리다. 추모회·기념음악회에서 만난 그 셋의 진솔한 이야기는 정말 가슴을 울린다. 우린 이 맛에 산다. 그러나 못내 아쉬운 게 하나 있다. 기념음악회 스케일이 내 양에 차지 않는다.

불과 200명 안팎을 모아 놓고 하는 박정희음악회라니 그건 좀 심했다. 천하의 박정희라면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을 무대로 1주일 내내 풍악을 울렸어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의 참석도 너무 당연한 게 아닐까. 5년 뒤 그런 자리를 기대한다. 누가 하겠는가. 결국엔 우리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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