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와인 선택 기준은 ‘빈티지’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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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룡의 와인이야기

빈티지에 따라 와인 맛의 최고 정점이 다르다
와인도 기후 등 역경 이겨낼수록 더 좋은 맛

어승룡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1-30 11:20:11

와인 병의 라벨을 들여다보면 해당 와인의 포도 수확연도가 표시되어 있다. 이것을 ‘빈티지(Vintage)’라고 한다. 와인가격을 비교하다 보면 오래된 와인이라고 무조건 비싸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같은 브랜드 와인이라도 2016년 빈티지보다 2019년 빈티지가 더 비쌀 수도 있다. 오래된 와인이 더 비싸야 하지 않느냐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와인은 무조건 오래되었다고 해서 비싼 것은 아니다.

필자는 와인을 구입할 때 구입하려는 와인의 빈티지(Vintage) 별 평점을 자세히 알아보고 구입한다. 어떤 빈티지가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는지를 확인하고 구입하는 것이 영리한 구매 방법이기 때문이다.

와인 수입사는 빈티지 평점이 낮은 와인의 경우 가격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반면에 평점이 좋은 해의 와인은 가격을 더 올려서 판매하기도 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같은 값으로 구입할 때 빈티지 평점이 높은 연도의 와인을 구입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다.

▲ 티나찌의 테누타 발레셀레 기파 마그나 코르비나 빈티지 차트 [사진=비비노 제공]

위에 비비노 빈티지차트에서 볼 수 있듯이 2014, 2015 빈티지는 3점대 후반의 평점을 받았지만 2019 빈티지는 가장 높은 4.3포인트를 1641명으로부터 받았다. 가능하면 2019년 빈티지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몇 년 전 유기농 와인 전시회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곳에서 미국 워싱턴 지역에서 출시된 ‘베츠’라는 흔하지 않은 와인을 본적이 있다. 3병에 120만 원하는 세트를 80만 원에 세일해서 판매한다고 적혀 있었다. 빈티지는 2012년, 2013년 이었는데 이 와인은 지금 마시는 것보다 10년 후에 개봉해서 마시면 훨씬 더 좋은 맛과 향을 나타내는 와인이라고 딜러는 설명했다. 이전 빈티지들이 10년 정도 지났을 때 훨씬 좋은 맛을 나타내었기에 10년 후에 마시는 와인이라고 포장해 비싼 값에 팔고 있었다.

좋지 않은 빈티지의 와인의 경우 오랜 기간 보관해도 와인의 맛이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 빈티지에 따라 와인 맛의 최고 정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훌륭한 빈티지의 와인을 최적의 조건에서 잘 보관했다면 와인의 맛과 향이 더 좋아져 가격은 매년 높아지게 된다. 그래서 와인을 주식처럼 투자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그럼 좋은 평점의 와인을 그냥 오랫동안 셀러에 보관했다가 마시면 무조건 좋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와인의 품질과 품종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같은 품종의 와인이라 할지라도 어떠한 품종의 와인이냐 어떤 품질의 와인이냐에 따라 5년 이내에 마시는 것이 좋을 수도 있고 10년 이상 숙성시켜 마시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와인 회사에서 제품을 출시했을 때가 이미 마시기에 적당한 때라는 것이다. 좋은 품질의 와인은 같은 와인이라 할지라도 숙성기간에 따라 다른 맛을 보여 준다. 하지만 저가의 와인은 와인셀러에 오랜기간 숙성시켰다고 맛이 더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와인마다 마셔야 할 최적의 보관 기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가의 고급 와인일수록 빈티지에 따라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가격이 달라진다. 한마디로 빈티지는 와인의 출생증명이자 운명과 같은 존재다. 일조량과 비의 양에 따라 매년 포도의 맛과 당도는 달라진다. 일조량이 좋았을 때 매우 달콤한 맛과 향기를 내지만 수확할 때쯤 비가 내리면 포도의 맛과 향은 떨어진다.

세계 유명 와인 전문가들은 이러한 빈티지에 따라 그 해의 작황을 가늠하고 그해에 생산된 와인들을 맛보고 빈티지 차트를 내놓아 와인의 가치를 평가할 때 적용한다. 작황이 좋았던 해의 빈티지 와인들은 같은 가격에서도 더욱 좋은 품질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고가의 고급 와인의 경우 생산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구매자가 생산량보다 많아져 가격이 해마다 높아진다.

유난히 빈티지에 매우 민감한 와인들이 있다. 대부분의 프랑스와 이태리를 포함한 유럽의 와인들은 빈티지가 중요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특급와인들 중 빅5에 해당하는 와인들이다. 2000년 빈티지 와인은 비교적 좋은 해가 아니었던 1997년, 2001년, 2002년 등과 같은 빈티지의 와인들과 비교했을 때 적어도 2배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가 거의 없는 신대륙 와인산지인 미국 캘리포니아나 칠레·아르헨티나·호주 지역들은 이러한 빈티지로부터 좀 더 자유로운 편이다. 이곳들은 이미 충분한 태양과 건조한 기후조건 등을 갖추고 있으며 너무 심한 기상이변이 아니라면 빈티지와 상관없이 일정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해 낼 수가 있어 빈티지별 평가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포도나무가 너무 스트레스 없이 잘 자라면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복합적이고 미묘한 맛을 기대할 수 없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훌륭한 와인을 만드는 포도나무의 가장 좋은 조건 중 하나는 기후로 빚어지는 생존을 위한 스트레스다. 역경을 이겨낼수록 더 좋은 맛을 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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