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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생 중에는 ‘유신’이란 이름이 유독 많았다. 고구려와 백제를 멸하고 3국을 통일한 신라 장수 김유신을 숭상해서가 아니다. 박정희정부가 그해 강행한 유신헌법에서 ‘박유신·황유신·최유신’이 함께 탄생한 것이다. 부모에 의해 지어진 숱한 유신이들은 1979년 10.26 이후 개명에 나서는 등 이름 수난은 한동안 지속됐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북한 당국이 ‘아리·소라’ 같은 한국식·일본식 이름을 짓지 말고 혁명적으로 고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RFA는 “반사회주의식 이름을 즉시 바꾸라는 사법 당국의 지시가 10월부터 주민회의 때마다 강조되고 있다”면서 “퇴폐적인 서양문화·양키문화의 복사판인 괴뢰(남한)식 말투를 쓰지 말라는 지시와 함께 멀쩡한 이름을 변경하라는 지시가 계속해서 하달되고 있다”고 전했다. 개명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겠다는 엄포도 놓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우리나라도 광복 직후 여자 이름엔 ‘자’ ‘숙’ ‘희’ 등 단골로 들어가는 시절이 있었으나 골프여제 ‘박세리’와 피겨여왕 ‘김연아’가 뜨면서 한글이면서 영어 같은 이름이 대세가 됐다. 특히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연예인들이 급증하면서 영어식 이름이 마구 사용되고 있다.
남이나 북이나 이름은 항렬과 돌림을 고려해 좋은 뜻과 부르기 쉽도록 짓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사회적 상징성’을 중시하는 북한은 ‘충성·은혜·영광’ 같은 혁명적 자부심·희망찬 앞날을 염원하는 한자어나 ‘솔·별·철’ 같은 한 자로 된 고유어를 선호한다.
북한은 1990년대엔 ‘총폭탄 결사옹위’에서 따온 ‘총일·폭일·탄일·위성’ 등을 이름에 쓰라고 당국이 장려했다. 실제 2005년 5남4녀를 낳아 ‘모성영웅’ 칭호를 받은 북한 주민 서향월 씨는 ‘선군혁명의 길에서 결사옹위의 총폭탄이 되라’는 의미로 아들 이름은 ‘결철·사철·옹범·위철·선군’으로, 딸은 ‘총별·폭별·탄별·혁명’으로 지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2030세대 중에 ‘가죽 혁(革)’이 들어가는 이름이 많다. 1980년대 대학에 다니며 주체사상에 빠진 586 부모세대가 ‘혁명(革命)’을 염두에 두고 지은 이름이다. 이를테면 민중혁명에서 ‘민혁’이가, 주체혁명에서 ‘주혁’이가 탄생했다. 아무리 부모라도 자식의 이름 갖고 ‘혁명질’을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고백하고 바로잡기 바란다. 조정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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