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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험사들이 고금리 저축보험 상품을 연이어 내놓으며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고금리 저축성보험 상품에 대한 과당경쟁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결국 저축성보험의 금리는 연 6%대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험사가 유동성 확보와 고객이탈 방어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지율 증가 우려에… 저축보험 금리 연 6% 임박
보험사들이 출시한 저축보험이 연 5%대의 금리를 넘어 6%에 육박하고 있다. 저축성보험은 만기 시 납입 보험료보다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더 많은 보험이다. 보장성보험과 비교했을 때 보험료 부담이 큰 대신, 만기에 이자까지 얹어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연 5.9% 복리 저축성보험을 11월25일 출시했다. 교보생명이 출시한 연 5.8% 저축성보험 상품에는 시중의 자금이 몰리면서 목표 물량을 조기에 달성했다. 이밖에 △한화생명 △DB손해보험 △ABL생명이 연 5%가 넘는 저축성보험 상품을 판매 중이다.
생명보험업계의 올해 저축성보험 신계약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이후 저축성보험의 신계약액은 △6월 15조2600억 원 △7월 17조4550억 원 △8월 20조5240억 원 △9월 24조4430억 원을 기록했다.
이같이 보험사들이 앞다퉈 고금리 저축보험을 내놓는 이유는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금융 소비자들이 기존의 비교적 낮은 금리였던 저축보험을 해지하고 예·적금 등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저축성보험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고객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저축보험 기존 가입자들의 해지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험연구원의 ‘저축보험 해지 관심도 증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형 포털 네이버의 ‘저축보험 해지’ 검색량은 9월 말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10월 중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건강·변액·연금·종신보험 등과 같은 다른 보험 종목들의 해지 검색량은 큰 변동이 없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제공하는 검색량 정보는 검색량이 최대인 시점을 100으로 환산한 상대적인 검색량 정보를 보여준다. ‘저축보험 해지’의 주간 검색량은 9월 넷째 주부터 증가세가 시작돼 10월 셋째 주에 급격히 증가한 후 넷째 주 100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시중금리 상승과 함께 은행 예·적금 금리가 크게 상승하면서 보험회사의 저축보험 해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실제 해지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령별로는 가입금액이 상대적으로 큰 40~50대 이상이 저축보험 해지에 관심이 높았다. 40~50대의 자금이동 경향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이들이 이탈할 경우 보험사 자산 감소에 상당 기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보험연구원의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저축보험의 해지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금리 상승 등의 이슈로 은행 예·적금 금리와 보험사 공시이율 차이가 지금보다 더 벌어질 수 있어서다.
김 연구위원은 “단기금리 상승과 보험회사의 자산 증가 정체가 지속되는 경우 예·적금 금리와 보험회사 공시이율 차이는 추가적으로 확대될 수 있고, 저축보험의 해지는 지속될 수 있다”면서 “보험회사의 저축보험 계약 이탈이 지속될 경우, 대규모 채권매각에 따라 채권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보험회사의 건전성도 악화될 수 있으므로 보험회사는 저축보험 소비자의 계약유지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과당경쟁 자제하라지만… 보험사, 유동성 확보 시급
보험사들의 경쟁의 과열되면서 일각에서는 이차역마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차역마진은 보험사가 보험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보다 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이 더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차역마진은 통상 금리확정형 상품, 저축성 상품에서 더 크게 발생한다. 이에 생명보험사들이 고금리 확정형 저축보험을 지속적으로 시장에 내놓을 경우, 향후 시장금리가 하락했을 때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생긴다.
금융당국 역시 저축보험 상품에 대한 지나친 과당경쟁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중순 생명보험사들에게 확정금리형 저축성보험 적용이율을 높일 경우, 금리 하락 시 재무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어 적용이율 수준의 적정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달 25일 열린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에서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간·업권내 과당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보험업계의 저축보험 판매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저축성보험 소비자 이탈이 결국 유동성 리스크로 연결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상 저축성보험은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는 10년 단위로 해지가 이뤄진다. 국내 보험사들은 2012년부터 저축성보험의 판매량을 크게 늘렸는데 올해 이 물량의 만기가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보험사 입장에서는 유동성 확보 등을 이유로 이 고객들을 묶어둘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저축성보험의 만기 보험금 규모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국내 보험사의 최근 금융여건 평가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8월 말 기준 저축성보험의 만기 보험금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42.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지급보험금의 규모 역시 31% 증가했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 판매됐던 저축성보험에 대한 보험금지급 수요 증대, 신규가입 감소 및 기존계약의 해약 증가, 금융시장환경 불안정성 확대 등의 영향으로 향후 보험사의 유동성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정원하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도 “저축성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10년 이후에 해지율이 높아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2013년 2월 세제가 개편되며 저축성 보험 관련 혜택이 크게 축소된 바 있으며 이에 2012년에 많은 보험사가 절판마케팅을 통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크게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현재 비과세 혜택 유지 기간인 10년이 도래함에 따라 저축성보험의 만기 도래 및 해지에 따른 지급보험금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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