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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한국 축구의 빌드업

김학형 국제팀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2-09 00:02:40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은 ‘빌드업(build-up) 축구’를 제대로 구사했다. 한때 의심했으나 무척 반가웠다. 축구에서 빌드업은 차근차근 쌓아 올린다는 뜻처럼 골을 넣기까지의 전개 과정을 말한다. 대표팀은 드리블과 패스 등으로 공을 소유하고 주고받으며 상대 팀 수비를 끌어 냈고 체력을 소모시켰으며 수적 우위와 몇몇 기회를 만들어 냈다.

사실 월드컵 직전까지도 파울루 벤투 감독은 대표팀에 빌드업 축구를 이식하는 데 실패한 듯 보였다. 공교롭게도 16강전 상대였던 브라질과의 올 6월 평가전에서는 측면 수비가 무너져 선제 골을 헌납했고, 중원에서 여러 차례 패스 실수를 반복했다. 이번 월드컵 브라질전에서도 빌드업 축구의 날카로움과 정확도는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대표팀의 빌드업 축구는 세계적인 강팀으로 꼽히는 우루과이와 포르투갈에 대등하게 맞섰다. 포르투갈을 상대로는 막판까지 불굴의 정신으로 기적적인 결승 골을 성공시키며 많은 국민에게 감동과 희열을 안겼다. 차기 대표팀 감독은 실력 차이가 큰 팀을 상대로 빌드업 축구가 유효할지, 아니면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제 대한축구협회(KFA)와 정부·지방자치단체도 달라져야 한다. 안타깝게도 현재 아시아 축구의 중심은 한국이 아닌 중동이라고 본다. 대표팀의 실력이 아니라 스포츠·산업·투자·생활체육·교육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한국 축구의 저변이 아직 부실하다는 이야기다. 올 10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개최지로 한국이 탈락하고 카타르가 선정된 것이 단적인 예다.

올 5월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안컵 개최를 포기하자 한국과 카타르·인도네시아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카타르는 이미 2011년 대회를 개최했고, 2027년 대회는 같은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가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2024 AFC 23세 이하 아시안컵도 카타르에서 열린다. 무엇보다 중국 탓에 생긴 공백이기에 동아시아에서 개최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그런데 축구협회는 이런 명분 말고는 별다른 카드를 꺼내지 못했다. 반면 카타르는 막대한 ‘오일 머니’를 앞세워 총공세를 펼쳤다. 카타르 기업의 후원(sponsorship) 참여는 물론 AFC가 써야 할 각국 대표팀의 체류 비용 등을 일부 부담하는 조건까지 제안했다고 한다. 현재 AFC를 후원하는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협회는 아시안컵 유치를 위해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고, 한국 축구 부흥을 위해 국민적 관심에 호소할 필요가 있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월드컵 응원을 한참 동안 고민하다 허용했다. 단순히 여러 사람이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겠다는데 무슨 고민을 그리 했을까. 개인적으로는 누가 거리 응원을 막으면 국민 다수가 반발할 정도로 축구에 관한 관심과 열망이 뜨거워졌으면 좋겠다. 그런 정도의 관심이면 과몰입이 우려될지언정 축구 저변이 넓게 자리 잡았다는 반증일 터고, 그때쯤 대표팀 실력도 ‘4강 신화’ 또는 그 이상을 바라볼 수준에 다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 주변에는 올 시즌 ‘K리그 득점왕’ 조규성을 이번 월드컵에서 처음 알았다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김학형 국제팀장 h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