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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찬 전자감시 대상자들이 이를 훼손하고 달아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자발찌의 효용성 논란이 일고 있다.
효용성 논란의 원인 중 하나로 전자감독 인원 부족 문제가 지적된 가운데 국회에서는 전자감독 대상자에 대한 감독·감시 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 노력들이 진행 중이다.
전자감독 담당 직원 1명당 관리대상 수, 적정 인원보다 2배 이상까지 많이 맡기도
2007년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우리나라 전자감독제도는 성폭력·미성년자 대상 유괴·살인·강도 등 강력범죄에 대해서만 전자감독을 실시했다.
그러다 2020년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강력범죄 이외의 범죄로 가석방 또는 구속된 피고인에게 보석을 허가하는 경우에도 전자감독이 가능해졌다.
전자감독 대상이 늘어나면서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달아나는 사례 또한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최근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달아나 보호관찰소와 경찰이 추적에 나선 40대 성범죄자가 하루 만에 검거되는 일이 발생했다.
법무부 인천보호관찰소 서부지소는 지난달 8일 성범죄 전과로 전자발찌를 착용 중이던 A(44)씨가 이를 훼손하고 달아났다가 검거됐다고 밝혔다. 인천 거주자인 A씨는 전날 오후 11시 25분 경기 부천 상동 한 공영주차장에서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달아났었다.
지난해에는 강윤성(56)이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연쇄살인을 저지른 사건이 발생하는 등 전자발찌 부착자의 재범행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윤성은 특수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2021년 5월 가출소했으며, 그후 약 3개월 만에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여성 2명을 차례로 살해했다. 당시 법무부와 경찰은 감시‧감독 부족 및 위치추적 등의 한계로 이틀 동안 강씨의 소재조차 특정하지 못했고 국민은 강씨의 추가 범행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통계상으로도 우리나라 전자감독 장치의 훼손 사례는 늘고 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전자장치를 훼손하거나 도주한 전자보석대상자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전자보석이 집행된 146중 1명이, 교정시설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교정시설 과밀 수용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자보석제도를 확대 시행했던 2021년에는 집행자 474중 8명이, 올해는 11월 현재까지 522명 중 14명이 장치를 훼손하거나 도주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전자감독 관리 직원은 부족한 턱없이 상황이다. 서울지역 보호관찰소 5곳 중 2곳에서 전자감독 집중 관리대상을 담당하는 직원 1명당 관리대상 수가 적정 인원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5일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서울지역 보호관찰소 전담직원 현황에 따르면, 서울지역 보호관찰소 5곳 모두에서 집중 전자감독 관리대상 인원의 적정인원인 10명보다 많은 인원이 배정되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서부 보호관찰소와 서울북부 보호관찰소의 경우 각각 직원 1명이 평균 적정인원의 2배가 넘는 23명과 22.6명을 각각 관리하는 상황이다. 서울서부 보호관찰소의 경우, 일반 전자감독 대상을 관리하는 직원이 일반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도 겸임하고 있어, 사실상 직원 1명이 108명을 관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유형별 적정 1인당 관리 인원은 1:1 관리대상은 1명, 집중 관리대상은 10명, 일반 관리대상은 40명이다. 입법조사처 자료와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주요국의 전자감독 직원 1인당 관리 인원은 10명 이내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법무부는 전자감독 인력 증원을 관계부처에 요청해 금년 말 32명 증원을 반영할 예정이며 내년에 해당 인력이 충원되면 전담직원 1인당 관리인원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OECD 주요국 수준(1인당 10명 이내)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추가적인 인력충원을 위해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서 전자발찌 피부착자의 위치추적 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안 나오기도
국회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전자감독 장치의 미비점을 개선하려는 제도적 개선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최근 전자발찌 무용론이 제기됨에 따라 전자발찌 피부착 대상자의 위치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위치정보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발의되기도 했다.
전자발찌는 내구성이 약해 쉽게 절단될 수 있고 별도의 위치추적용 수신기를 버리거나 훼손할 경우 감시 대상자의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또 살인, 성폭행 등 강력범죄를 저지를 것으로 예상되는 피의자의 경우에는 통신비밀보호법에 근거해 휴대전화 위치 추적이 가능하지만 이때는 휴대전화의 기지국 정보만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지국 정보만으로는 반경 300m~500m까지만 알 수 있어 신속하게 피의자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휴대전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정보를 활용하면 대상자가 위치를 오차범위 10m~20m 이내로 파악해 보다 정밀한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행법 위치정보보호법 상 위치정보는 자살 의심자, 다른 사람의 생명과 신체 보호 등의 긴급구조를 위해서만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개정안은 전자발찌 피부착 대상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없거나 이동경로를 탐지할 수 없는 경우 경찰관서와 보호관찰소가 피부착자에 대한 개인위치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해당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전자발찌에 대한 훼손과 재범이 증가하고 있어 국민적 불안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면서“이번 개정안을 통해 전자발찌 부착을 훼손하더라도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범죄자의 위치를 파악해 검거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추가 범행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연구보고서 ‘전자장치 부착제도의 현황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현행 전자감독 시스템의 개선·보완점에 대해서는 △전자감독 위치추적시스템-광역 폐쇄회로(CC)TV 통합시스템 연계사업의 조속한 완료 △보호수용제도의 절충적 도입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전자감독 위치추적시스템-광역 CCTV 통합시스템 연계사업’은 전자감독 시스템과 지방자치단체의 CCTV를 연계해 긴급 상황 발생 시 전자감독 관제직원이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CCTV 영상정보를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 전자감독 시스템이 구체적으로 피부착자의 행위를 확인하지 못했던 부분을 보완한 것이다.
법무부·국토부 및 지자체들이 진행한 이 사업은 기존 설비들을 활용해 국민 안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예산 문제로 지난해 기준 전남·충남·경북·인천 등 상당 수의 지방자치단체와 CCTV 연계를 진행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당초 목표였던 전국화를 완성하진 못했다.
보호수용제도의 절충적 도입과 관련해서는 최근에 전자장치 부착대상자 내에서도 재범 위험성이 높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구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보호수용제도와의 병행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피부착자 중 재범이 우려되는 ‘위험한 범죄자’의 경우에는 재범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보호수용제도’가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호수용제도는 보안처분의 한 종류로, 재범의 위험성이 매우 높고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 그 형기를 마친 이후에도 형 집행시설과 별도로 마련된 수용시설에 일정 기간 동안 격리하는 제도다.
다만 보호수용제도의 경우 그 특성상 수형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대상자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한다는 부정적 견해와 재범가능성을 강하게 억제할 수 있다는 긍정적 견해가 대립 중에 있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여러 차례 보호수용법안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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