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부당한 채권추심 손 본다… 선처가능 민원 우선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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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취약계층에 대한 채권추심 관련 적극 민원행정 방안

올해 상반기 추심 민원 전기比 11% ↑… 선처성 민원 증가 영향
‘채권추심법’ 위반 주장 민원 38.3%·선처성 민원 약 17% 차지

권현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2-13 14:54:49

▲ 13일 금융당국이 부당 채권추심에 대한 적극적인 민원행정 방안 마련을 통해 취약계층을 지원하기로 했다. ⓒ스카이데일리

# 1. 치매환자인 A씨(75)는 기초연금으로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 중인데, B카드사에서 과거 신용카드 대금 미납을 사유로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후 통장을 압류했다. 병원비 지급이 불가능해진 A씨 측이 민원을 제기하자 금융감독원은 이를 취약계층에 대한 생계형 민원으로 판단하고 B카드사가 통장 압류를 해제하고, A씨의 보호자에게 ‘압류금지 통장’ 개설을 안내했다.

# 2.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자인 C씨가 ‘사건사고 사실확인원’을 금융사에 통보한 후 금융감독원이나 수사기관에서 조사 중인데 D금융사는 이자 미납 등을 사유로 C씨에 대한 추심을 진행하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자제 요청을 받았다.

금융당국이 선처성 생계형 민원이나 부당한 채권추심이 취약계층의 생계 안정을 위협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민원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취약계층을 지원하기로 했다.

13일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취약계층에 대한 채권추심 관련 적극 민원행정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금리 상승 및 물가 급등의 여파로 그간 채무를 성실하게 상환해 오던 채무자들의 채무상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폐업·휴직·입원 등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경우 과도한 채권 추심은 성실 상환자의 상환 의지를 약화시켜 장기 연체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었다.

실제로 금감원이 2020년부터 2022년 6월 말까지 접수된 채권추심 관련 민원은 1만1909건(재민원 포함)으로 하루 평균 19.1건에 달했다. 추심 민원은 2020년 상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올해 상반기에 전기 대비 11.1% 상승했다. 금감원은 “금리 상승 및 경기 침체에 따라 취약계층의 채무 상환이 어려워지면서 이에 대한 선처성 민원이 증가한 것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민원 가운데 과도한 추심 등 ‘채권추심법’ 위반 주장 민원이 전체의 약 38.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취약계층의 채무 변제시기 조정·생활비 통장의 가압류 해제 요청 등 선처성 민원이 약 17%를, 소멸시효 완성 및 채무부존재 주장(약 13.6%), 제3자 대위변제 유도 주장(약 10%) 등의 민원도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연령별로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40․50대가 44.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30대 이하도 42.5%로 시간이 경과할수록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3년간 20대 이하 민원이 약 11.2%를 차지했는데 주로 핸드폰 요금 및 소액결제 미납 등의 통신채권과 관련된 것으로 조사됐다.

▲ 추심 민원의 기간별 추이(2020년~2022년 6월 말) [자료=금융감독원]

금감원은 먼저 취약계층의 선처성 생계형 민원을 일반 민원과 다른 생활밀착형 민원으로 구분해 패스트 트랙으로 신속히 처리할 방침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과도한 채권추심 자제 요청 등의 선처성 민원이 특히 많은 신용정보업(채권추심업)·신용카드업·상호금융·저축은행 등 중소서민권역을 중심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다만 금감원 본원 신속민원처리센터 접수 민원에 한하며 지방소재 지원 등으로 확대 실시하는 방안은 추후 결정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민원 접수 즉시 패스트 트랙 대상 여부를 파악한 후, 금융회사에 신속히 지원 가능 여부 및 지원방안 등을 민원인에게 통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지 않도록 취약계층 증빙을 제출하지 않은 일반 금융소비자의 민원은 절차대로 공정히 처리할 예정이다. 적극적인 자율조정을 통해 취약계층에 대한 따뜻한 금융실현에 동참한 금융사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다.

아울러 과도한 추심행위 근절 및 불법 추심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앞서 본 예와 같이 추심행위 중 현행법령 위반으로 규제하기는 어렵지만 채무자의 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한 다수의 사례가 있었다.

이에 금감원은 추심 관련 민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채권추심업·신용카드업계와의 간담회에서 과도한 추심 자제를 요청함과 동시에 일부 사례에 대해서는 법률 쟁점 등을 검토해 금융회사의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에 반영을 검토할 방침이다.

불법 추심행위와 관련해서는 일부 금융사가 20·30대 채무자를 대상으로 부모 등 제3자를 통한 대위변제를 제안하거나 카드대금을 상환하면 현금서비스 한도가 바로 복원되니 잠시 제3자에게 급전을 차용하라는 식의 상담을 가장한 금전차용 유도 정황도 다수 발견됐다. 이에 금감원은 객관적 증빙을 확보해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금감원 소관 부서 및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등 엄정 대처할 예정이다.

한편 금감원은 불법사금융·등록 대부업자로부터의 불법추심 피해 및 법정 최고금리 초과 피해 민원에 대해서는 접수 즉시 피해자에게 금감원·대한법률구조공단이 시행 중인 ‘채무자대리인 및 소송변호사 지원 제도’를 즉시 안내해 피해자가 민원처리 기간 중 발생할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권현원 기자 hwkw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