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정규직 1% 늘 때 기간제 18% ‘급증’… 고용의 질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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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증가세 뚜렷… IT·전자 업종은 정규직·기간제 모두 증가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2-13 17:55:59

대기업에서 정규직이 1% 늘어날 때 기간제 근로자는 1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고용의 질’이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은행 업종에서 기간제 근로자 증가 현상이 뚜렷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국내 352개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통해 고용인원 변화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지난해와 올해 9월 말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전체 고용인원은 132만9271명에서 135만8356명으로 2만9085명(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정규직은 123만5155명에서 124만8998명으로 1.1%(1만3843명) 증가했다. 반면 고용 기간이 정해진 기간제는 8만2744명에서 9만7573명으로 17.9%(1만4829명) 늘어 전체 증가 인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임원 수는 1만1372명에서 1만1785명으로 3.6%(413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 보면 정규직 증가보다 기간제 근로자가 증가하는 현상이 가장 심한 곳은 은행업이었다. 은행지주를 포함한 13개 은행 중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을 제외한 12개 은행들이 정규직을 줄이고 기간제 직원을 늘렸을 정도였다.

은행업 전체 고용인원은 지난해 말 8만7271명에서 올해 9월 8만4412명으로 3.3%(2859명↓) 줄어드는 사이 정규직은 4409명이 줄었지만 기간제 근로자는 오히려 1518명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정규직을 가장 많이 줄이고 기간제 근로자를 늘린 은행은 한국씨티은행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3040명이던 한국씨티은행 근로자가 올해 3분기 들어 2055명으로 985명 감소했다. 이 중 정규직은 약 60%(59.9%) 줄어든 1710명이 줄어든 반면 기간제 근로자는 725명 늘었다.

이밖에 국민은행은 전체 인원이 1만7083명에서 1만6683명으로 2.3%, 400명 감소하는 사이 정규직은 1027명 줄어든 반면 기간제 근로자는 627명 늘었다.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전체 직원수가 1만2288명에서 1만1772명으로 516명 감소했으며 정규직은 547명 줄고 기간제 근로자는 31명 소폭 많아졌다.

우리은행은 전체 1만4268명에서 1만3894명으로 2.6%, 374명이 줄었는데 정규직이 380명 줄고 기간제는 6명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전체 근로자가 지난해 말 대비 올 3분기 말 1만3635명에서 1만3534명으로 가장 작은 0.7%, 101명이 줄었으나 정규직에서 166명이 줄고 기간제 근로자는 65명 증가했다.

은행업종 다음으로 정규직이 줄어들고 기간제 근로자가 증가한 업종은 자동차였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27개 자동차 기업 직원 수가 지난해에는 16만8092명이었으나 올해 3분기 들어 16만7959명으로 0.1% 소폭 감소했다. 전체 규모로 보면 133명 줄어든 수준이지만 이 중 정규직은 1854명이 줄어든 반면 기간제 근로자가 1768명 늘어났다.

기업별로 보면 현대자동차는 1948명의 정규직 근로자가 줄어든 반면 기간제 근조라는 906명 증가했다. 기아차 역시 같은 기간 정규직과 기간제 근로자 증감율을 살펴본 결과 정규직은 378명 줄고, 기간제 근로자가 225명 늘었다.

반대로 정규직과 기간제 근로자가 모두 증가하거나 정규직 근로자가 늘어나고 기간제 근로자는 줄어드는 ‘양질의 채용’을 보인 업종도 있었다. IT·전기·전자 업종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전체 근로자가 지난해 말 28만1503명에서 올해 9월 29만7772명으로 1만6269명(5.8%) 늘었다.

정규직을 늘리고 기간제 근로자를 줄인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이었다. 삼성전자는 전체 4419명의 직원을 늘렸고 이 중 정규직은 4453명이 증가했으며, 기간제 근로자는 34명 줄었다. SK하이닉스는 정규직 464명이 늘었고, 기간제 근로자 4명이 줄었다.

아울러 △LG이노텍 3367명(정규직 1847명·기간제 1520명) △LG디스플레이 2229명(정규직 1777명·기간제 452명) △LG에너지솔루션 1151명(정규직 1090명·기간제 61명) △삼성전기 587명(정규직 369명·기간제 218명) 등 기업들이 정규직은 물론 기간제 근로자도 늘린 기업으로 꼽혔다.

이밖에도 석유화학 업종에서는 지난해 말 6만8887명에서 6761명이 늘어난 7만5648명으로 정규직에서 늘어난 5982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건설 및 건자재 업종에서도 같은 기간 6618명(정규직 3464명·기간제 3154명)이 증가했고 서비스 3786명(정규직 3189명·기간제 597명), 식음료 1743명(정규직 448명·기간제 1295명),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1014명(정규직 714명·기간제 300명)이 각각 증가했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