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100% 당원투표’ 시사에 … 非尹 “유승민 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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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없이 100% 당심 선출 유력’ 전대룰 변경 ‘가시화’
“전당대회 때 여론조사? 세계 어디에도 없어” 초·재선 ‘동의’
‘유승민 불가론’ 공식화에 친유승민계 “윤핵관 축제” 일갈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2-15 23:22:43

▲ 정진석(가운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왼쪽) 원내대표, 김석기(오른쪽) 사무총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출 방식과 관련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원투표 비중을 100%로 상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고 초·재선 의원도 적극 찬성 입장을 내놨다. 비윤계는 이 같은 당 지도부 입장에 반발중이다.

15일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비대위는 오늘부터 우리 정당의 민주주의를 확고하게 할 전당대회 개최 방안 논의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당의 진로는 당원들이 결정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를 무너뜨리고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책임당원들에게 지도부 선출을 맡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또 “유럽의 내각제 국가들과 미국의 경우 전당대회 의사결정을 위해 여론조사를 채택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원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가 당대표 선출에 반영되고 있는데, 정 위원장이 지난주부터 고개를 들고 있는 ‘당원투표 100% 추진설’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위원장은 “전당대회는 당원의 총의를 묻는 자리이지 국민적 인기를 묻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당대표 선거와 공직 후보자 선거는 성격이 같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당원투표 비중이 늘어나게 되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의 당권 도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초·재선 의원들도 같은 뜻을 보였다. 국민의힘 재선의원 21명 중 13명은 이날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어 당대표 선거를 '100% 당원투표'로 치러야 한다고 밝혔는데, 재선의원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선의원들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원 뜻에 따라 지도부가 구성돼야 한다고 의견 일치를 봤다”며 “100% 당원 뜻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 열린 초선의원 간담회 결론도 ‘당원투표 확대’였다. 간담회에는 초선의원 63명 가운데 27명이 참석했는데, 이인선 의원은 브리핑에서 “참석자 전원이 당원투표 비중을 확대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고 나아가 '당원투표 100%' 의견이 대다수였다”고 밝혔다.

▲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와 관련한 의견 수렴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친윤(親尹)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당헌·당규 개정에 목소리를 보탰다. 김 의원은 이날 라디오 프로에서 “축구 한일전을 치르는데 한국 대표를 뽑는데 왜 일본 사람이 30% 참여하느냐”며 민주당 지지층을 차기 당대표 선호도 조사에서 배제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이런 조사를 하게 되면 35~40% 정도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이 계시다. 그러면 민주당 당원이 국민의힘 대표를 뽑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비윤계는 반대의 목소리를 공고히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프로에 출연해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룰 변경을 검토하겠다는 당 비상대책위원회를 향해 “이 문제 때문에 민심이 돌아서서 총선을 참패하면 그분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룰 바꾸는 건 지금 당권을 장악한 그 사람들이 마음대로 할 것”이라면서도 “9대1, 10대0 이야기도 나오는데, 9대1은 좀 쪼잔하고 구질구질하지 않나. 화끈하게 10대0으로 하라”고 꼬집었다.

그는 “과거에 당원들만 투표하다가 총선이든 대선이든 본선에서 지니까 민심을 반영하자고 해서 2004년부터 5대5나 7대3으로 해왔던 것”이라며 “지난 20년 가까이 그 룰에 따라서 선출된 지도부가 수도 없이 많았는데 다 잘못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다만,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것인가를 묻는 말에는 “전당대회 룰이 정해지고, 시기와 방식이 정해지면 제 결심을 분명하게 말씀드릴 것”이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 유승민 전 의원이 9월2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을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친(親)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김웅 의원은 “윤핵관의 축제가 될 것”이라며 반발했는데,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전당대회 룰 변경에 대해 “어떤 장식을 해봐도 그것이 유승민 공포증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당 안팎에서) ‘당원만의 축제를 열어야 한다느니, 당원들로만 선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한다”며 “그렇다면 2004년 이후 18년간의 전당대회는 당원의 장례식장이었냐”고 반문했다.

이어서도 김 의원은 “18년간 우리 당은 국민 여론조사 50~30%를 반영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준석 전 대표 시절 수석대변인을 지낸 허은아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정당은 점점 고립될 수밖에 없고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며 “비대위가 번갯불에 콩 볶듯이,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당원 90%니 100%니 간을 보면서 규칙을 일방적으로 바꾸려 하는 것은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입시 룰을 바꿔도 대학갈 사람 간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말 상식의 범위를 넘어서 입시제도를 바꾸면, 문과생이 이공계 논문 쓰고 의대 가고 그러면서 혼란스러워진다”며 “1등 자르고 5등 대학 보내려고 하는 순간 그게 자기모순”이라고 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