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3류, 군대가 2류, 기업이 1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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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희망 걸어보는 2023년 건설업계

임진영 금융팀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2-21 00:02:40

연말연초를 앞두고 온통 우울한 소식뿐이다. 2020년부터 3년여를 끌어 온 코로나19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장기화되고 있다. 불과 두 달여 전에 서울 이태원에서 160명에 가까운 젊은이들이 세상을 떠난 상흔(傷痕)은 아직도 우리 사회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전 세계적인 원자재값 상승과 그에 따른 물가 및 금리 인상은 우리 경제산업계는 물론 각 개인 가계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그나마 머나 먼 중동 땅 카타르에서 열린 FIFA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역대 두 번째로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낸 것이 요 근래 몇 년간 우울한 소식만 계속되던 우리나라에 자그마한 위안이라면 위안이 됐다.

부동산 시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몇 년간 급등했던 집값 상승세는 올해 초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멈췄지만, 지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정에 따른 부작용이 너무나 큰 나머지 현재 주택 시장은 거래 침체 분위기를 넘어 아예 부동산 업계 자체가 통째로 뒤흔들리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내년 2023년 계묘년에도 이와 같은 암울한 경제·사회적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에서 빛을 본다. 건설사들의 혁신 노력에서 희망으로 향하는 탈출구가 보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얘기지만, 지금으로부터 21년 전인 2001년 필자가 공군사관학교에서 군 생활을 하던 당시 근무한 사무실에서 모셨던 대령 계급의 공군 전대장 직책 간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희들은 군대가 우습게 보이겠지만, 내가 볼 때 우리 군(軍)은 절대로 만만한 조직이 아니다. 주요 조직 가운데 군은 2류(二流) 수준은 된다. 같이 일해 보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한심한 조직은 바로 관청(官廳)으로 그 수준이 4류(四流)쯤 되고, 대학이 3류(三流) 정도, 한국에서 그나마 제대로 돌아가는 1류(一流) 조직은 바로 기업이다”

당시 대학을 다니다 군대에 입대해 군 복무 중이던 21살의 나이였던 필자로선 대학이 3류고, 기업이 1류라는 그 전대장의 말이 얼핏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히 이와 비교해서 군대가 2류라는 말은 더욱 더 그랬다.

이후 기자로 일하게 되면서 주로 기업들을 취재하고, 기업체 사람들을 만나고, 경제산업계를 출입하다 보니 이십 년도 더 전에 그 군 간부가 했던 말이 최근 들어 어렴풋이 이해가 되고 있다.

1993년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들 것이라고 대부분이 섣부르게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을 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삼성이 위기라면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라는 그 유명했던 ‘삼성 신경영 선언’을 선포했다.

그리고 불과 4년후 IMF 사태가 터지면서 그야말로 거대한 국가적인 위기가 닥쳤고, 선진국 진입의 꿈은 요원해졌다. 하지만 몇 년을 앞서 위기를 내다본 삼성과 여러 대기업들의 뼈를 깎는 자구책과 노력 덕택에 우리나라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냉혹한 IMF 관리 체제에서 벗어나 다시금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 서 있다.

건설업계에서도 이런 희망을 본다. 여러 대내외적 위기가 겹쳐 부동산 시장이 암울한 상황이지만 우리 건설사들은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업비만 무려 약 150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사우디 네옴 시티 개발 계획이 발표되자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이 무모한 프로젝트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및 대우건설 등 유수의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가장 먼저 앞장 서서 도전장을 냈다.

과거 60~70년대 우리 건설 선배들이 혈혈단신으로 중동에 건너가 사막 한가운데서 길을 내고 고속도로를 닦던,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험지를 개척했던 불굴의 의지에 버금가는 ‘프론티어(Frontier)’ 정신의 발현이라 할 만하다.

건설업 먹거리 외에 포트폴리오 다양화로 사업 다변화에 나서는 건설사들도 있다. GS건설은 해수 담수화 사업에 이어 양식 연어용 사료 사업에까지 진출하는 등 수자원 경영을 확장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1998년부터 2021년까지 24년간 사용하던 ‘SK건설’이라는 이름에서 ‘건설’을 아예 떼어 내고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집중하는 친환경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밖에도 소형 모듈 원자로(SMR) 건설을 통해 원자력 산업으로 보폭을 늘리는 현대엔지니어링과 풍력 발전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화 건설부문(옛 한화건설) 등 국내 건설사들의 혁신 노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유수 건설사들의 과감한 행보가 계속된다면, 부동산 시장은 곧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전체 산업계로 이와 같은 노력이 번진다면 우리 경제 위기 상황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