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전주 
)
한류의 물결이 세계를 무대로 16년이란 세월 동안 다양한 대륙을 넘나들며 K팝·K드라마·K푸드·K뷰티 등 한국의 유무형 콘텐츠는 여러 영역에서 세계적 관심을 받아왔다.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한국콘텐츠 최초로 에미상 6개 부문의 트로피를 휩쓴 ‘오징어 게임’ 등 최근 K콘텐츠의 국제적 위상은 상당히 높아졌다. 지난해 ‘오징어 게임’이 이룩한 넷플릭스 글로벌 탑10 부문 20주 연속 기록을 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까지, 2020년대 들어 한류는 문화콘텐츠 영역에서 특히 가시적이고 폭발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이처럼 최근 수년간 세계인이 한국의 콘텐츠에 열광하는 가운데 K패션의 활약상이나 최신 뉴스에 대해서는 크게 알려진 바가 없다. 상대적으로 잊혀져 있던 세계 속 K패션의 위상을 살펴본다.
K패션의 상징 ‘한복’… 한류 문화와 연계해 홍보 시너지 높여
과거부터 한류라는 프리즘을 통해 본 K패션에 대한 대외 인지도는 주로 한복으로 대표된다. 해외의 한류 수용자의 인식 뿐만 아니라 한국의 민·관에서도 우리의 패션을 세계에 알릴 때 으레 한복 패션쇼나 체험행사 등 한복을 이용한 이벤트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 주재 한국문화원·대사관에서 주최하는 한류 행사, 한국을 소개하는 각종 전시회, 한국 관광 홍보부스 등 다양한 현장에서 한복을 선보인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한국의 전통 미학과 정체성을 다채롭게 소개하며 한복이 한국에 뿌리를 둔 역사와 전통이 깃든 복식임을 제대로 알리고 있다.
12월2일(현지시간) 미국의 뉴욕 타임스퀘어 대형 전광판에 세계적인 피겨스타 김연아의 한복 화보집 영상이 송출됐다. 이는 ‘한복 웨이브’라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국내 한복 기업이 세계 무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류 문화예술인과 협업해 지원하는 한복 분야 한류 연계 협업 콘텐츠 기획개발 사업의 결과물이다.
한복, 옷의 경계 넘어 다양한 형태로 소개되며 인기
최근에는 한복이 의류라는 본연의 카테고리를 넘어서 다양한 영역에 등장하며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흑요석(본명 우나영) 작가는 유명한 서양 동화나 영화 주인공 캐릭터에 한복을 입힌 그림을 그리며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미녀와 야수’ ‘겨울왕국’ ‘스파이더맨’ 등 다양한 작품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이미지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우나영 작가는 SNS에 업로드 한 작품 사진이 해외로 빠르게 퍼지면서 그의 그림에 매료된 전 세계 팬들로부터 뜨거운 관심과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지난해 뉴스퀘스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나영 작가는 “제 그림이 해외에 알려졌을 때 메일을 하루에도 100~200통씩 받았다”며 “ ‘그림이 너무 예쁘다’ ‘사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우 작가의 작품은 디자인 전문 사이트에도 게재됐고, 프랑스·덴마크·브라질·일본 등 해외 곳곳에서 전시회를 열며 ‘한복 입은 서양 동화’라는 참신한 방식으로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
우 작가는 한복을 해외에 홍보하고 한복 생활화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한복사랑 감사장’을 받은 바 있다. 이제는 디즈니·마블·어도비·넷플릿스·조니워커 등 해외 유명 기업들이 우 작가에게 먼저 협업을 제안해오며 홍보 프로모션을 기획할 때 한복과 한류를 역이용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단순한 옷이 아닌 ‘한국의 문화적 정수와 전통에 끌리다’
한편 미국과 유럽을 필두로 또 다른 K패션이 인기몰이 중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복의 장신구 노리개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이달 11일 노리개가 최근 인기 타투 디자인으로 각광 받고 있으며, 핸드폰 케이스나 액세서리 등 각종 패션 소품으로 출시되고 있다고 심층 보도했다.
LA에서 타투샵을 운영하는 타투이스트 시온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손님들이 노리개 문양에 대해 궁금해하고, 많이들 좋아해주신다”며 현지의 반응을 전했다. 노리개 타투를 선택한 고객들은 “무늬가 여성스러우면서도 기발하다” “특유의 우아한 멋이 아름답다”고 호평한다.
시온은 “노리개 문양은 서구 세계에서 틈새 디자인이지만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아시아 국가에서는 노리개의 특징인 ‘매듭’이라는 형태와 장신구에 친숙하고, 매듭이 갖고있는 ‘연결’이라는 의미가 특별하기 때문에 인기가 높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늘날 한복은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하며 때론 그림으로 때론 타투나 액세서리로 변신을 거듭해 다양한 얼굴로 세계인들에게 각인되고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이제 한류 팬들은 한국의 전통 미학의 뿌리에 관심을 가지고, 각자가 선호하는 영역·삶 가까이서 다양하게 즐기는 방식으로 한류 소비를 즐기기 시작했다.
한복, 전통과 의미 넘어 산업적인 성공 거두려면?
이처럼 한복은 자랑스런 한국의 전통이자 브랜드로써 국제무대에서 그 가치와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K푸드, K무비 등 다른 영역에 비해서 한복은 한류 수용자들의 실제 구매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K드라마의 인기로 사극을 시청한 열혈 해외팬이 기념 삼아 한복이나 갓 등 관련 굿즈를 한두 번은 사볼 수 있다. 그러나 한복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매출 발생으로 연결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그 이유는 한복이 일상에서도 불편없이 소화가 가능한 생활 패션으로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수년 전부터 국내 다수 공공기관과 관광숙박업 분야에서 한복 근무복을 도입하는 등 한복의 생활화와 세계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은 단기성 이벤트에 그치거나 일반인에게까지 실질적인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한복은 한류라는 든든한 문화현상을 기반 삼아 산업적 가치를 충분히 창출해 낼 수 있는 분야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서 기회를 찾고 어떠한 전략으로 세계 시장에 접근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한국과 가까운 일본의 기모노가 영미권에서 성공한 사례를 참조할 수 있다.
기모노, 개성 있는 디자인·실용성으로 英 시장 진입 성공
기모노가 영국 패션계에 새로운 영감을 준 계기는 바로 축제였다. 영국에는 연중 다양한 축제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세계에서 가장 큰 노천 음악·예술 축제인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부터 각종 퍼레이드, 지역별 축제까지 다양하다. 주로 야외에서 행해지는 축제가 많은데다 영국의 날씨는 오락가락 변동성이 커서 쉽게 껴입고 벗을 수 있는 기모노는 축제 참가자들에게 탁월한 선택지가 되었다.
영국인에게 기모노는 동양적인 독특한 개성이 있으면서도 얇고 휴대하기 쉬워 젊은 세대가 축제를 즐기는 필수아이템이자 패션 포인트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패션시장조사업체 WGSN은 기모노의 장점으로 다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범용성을 꼽았다. 가디건·가운·자켓·드레스 등 다양한 옷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 또한 기모노는 루즈한 핏이라 사이즈·바디라인의 구애 없이 누구나 쉽게 입을 수 있을 수 있어 디자인만 마음에 들면 구매 결정을 빠르게 할 수 있다.
기모노의 다양한 장점 덕분에 기모노는 영국 패션 시장에서 나름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2014년에 이미 영국의 유명 캐주얼 의류 브랜드인 뉴룩은 1주일에 평균 4만 개의 기모노를 판매했다. 영국의 온라인 패션 소매업체 아소스도 웹사이트에 기모노 카테고리를 별도로 만들어 수십여 개 스타일의 기모노를 현재까지 판매해오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자수로 유명한 브랜드 조니워즈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300~2600달러(약 38~330만 원)선의 다양한 기모노 의상을 현재 판매하고 있다.
기모노는 이제 영미권을 비롯한 주요 패션소비국에서 나름 일상 소비의 한 카테고리 내에 잘 안착했다. 이처럼 기모노가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키고 정착한 비결은 날씨와 생활문화 등 현지의 사정을 영리하게 활용하여 일상에 파고들기 전략을 성공적으로 펼쳤기 때문이다.
K패션 호감도 높은 지금…한복 세계화의 최적기
한복의 세계화나 한복을 세계시장에 론칭하고자 할 때 주목해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복을 알리는 문화행사도 중요하고 의미 있지만, 이를 발판 삼아 안정적인 시장진입을 위해서는 일상 소비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전통이란 한계를 넘어 각국에 적합한 방식으로 변용하고 타협할 때, 한류 수용자는 물론 일반 소비자도 K패션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마음과 지갑을 열게 될 것이다.
방탄소년단(BTS)의 한복 무대의상을 제작했던 조영기 천의무봉 대표 디자이너는 어패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복이 전통 카테고리 한계를 벗어나 일상에 더 가까운 옷이 되고, 해외로 길을 트려면 디자인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90년대 생활한복 붐, 5~6년전 철릭 원피스 붐이 얼마 지나지 않아 거품이 빠지고 사그라든 이유가 일상에 스며들지 못한 디자인적 한계에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한·중·일 국민 여러 명이 섞여 있을 때 서양인에게 각각 어느 나라 사람인지 맞혀보라 하면 대부분이 구별하기 힘들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오늘날 같은 질문을 하면 한국인이 어느 사람인지 제일 먼저 맞힌다. 가장 옷을 잘 입고 맵시가 좋은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일상에서 개인의 미학적 취향과 안목을 1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바로 패션이다. 현재 한국의 컨템포러리 패션은 해외로부터 호감도가 높고, 디자인·퀄리티가 우수하다는 평판을 얻고 있다. 한국의 패션이 세계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고유한 한복, K패션의 인지도와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조영기 디자이너를 비롯한 한복, 패션 등 다양한 업계 관계자는 “한복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현대에 맞는 한복 디자인이 필요하다”며 “이것이 전제될 때 완벽한 한복 대중화·세계화는 아니라도 ‘꼭 필요한 옷’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한다.
경계를 넘어선 다양한 시도와 일상에 숨겨진 패인포인트(pain point)를 해결해 주면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세심한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1회성에 그치는 이벤트보다 한류 수용자에게 의미를 남길 수 있는 것, 생활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것으로 개발·접근하는 것이 유효하다. 이것이 한복을 통한 한류의 지속성을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고, K패션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3
좋아요3
감동이에요2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