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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침체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주택청약종합저축(이하 청약) 통장을 해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청약 통장 금리가 금융권 예·적금 상품 대비 크게 낮은 데다 분양가는 오르고 기존 아파트 시세는 떨어지면서 청약 통장에 대한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올해 하반기 회복세를 대비해 이를 유지·관망하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급전(急錢)을 필요로 하는 청약자들을 중심으로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내 집 마련의 희망이었던 청약 통장은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청약 통장 20만 명 넘게 해지… 2009년 출시 이후 최초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청약 가입자 수는 2661만2817명으로 전월(2682만3807명) 대비 21만990명 감소했다. 상품 출시 이후 한 달 사이 20만 명 이상이 청약을 해지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현재의 청약 시스템은 기존 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 등으로 분류된 상품들을 통합한 것으로 2009년 출시됐다.
출시 이후 약 13년간 매월 순증세를 보이던 청약 가입자 수는 지난해 7월 감소세로 전환한 뒤 그 폭이 증가하며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청약을 해지한 예비청약자는 같은 해 8월 1만5711명에서 9월 3만3705명으로 2배 급증하더니 10월 14만6031명으로 훌쩍 뛰었다.
‘부동산 불패’로 불리는 수도권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울은 지난해 10월 신규 가입자 619만5000명에서 11월 615만3956명으로 4만 명 이상 줄었고, 인천·경기 역시 10월 875만6437명에서 11월 869만5533명으로 6만 명 가량 감소했다.
이처럼 청약 통장을 해지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은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기본형 건축비 인상에 따라 분양가가 오름과 동시에, 기존 아파트의 시세는 하락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갈수록 쌓이는 악성 미분양 재고도 청약통장 이탈자 증가에 한몫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 3.3m²당 평균 분양가는 1532만1900원으로 전월 대비 1.77% 상승했다. 서울의 경우 2983만5300원으로 전월 대비 6.32% 상승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18% 급등했다. 전국 분양가 지수 역시 178.4로 전년 동월 대비 12.71% 상승했다.
반면, 2021년 말 평균 5억1458만 원이었던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해 11월 기준 4억8384만 원까지 떨어졌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주택 매입 수요가 꽁꽁 얼어붙은 탓이다. 미분양 주택도 10월 말 기준 총 4만7217가구로, 1년 사이 3배 증가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신축과 구축 아파트 사이의 가격 차이가 좁혀졌고, 미분양이 늘어 무순위 청약 등 굳이 통장 없이도 집을 살 수 있다는 수요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인상 등 청약 통장 자체를 사용하기 어려운 현재 청약시장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약 가입자 감소세와 더불어 지난해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7.7대 1로 전년(19.8대 1)과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낮은 금리에 버틸 동력 떨어져… “상황 어렵지만 신중해야”
부동산시장 상황과 더불어 청약 통장의 낮은 금리 또한 예비청약자들이 버틸 동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현재 금융권 예·적금 단기상품의 이율은 평균 7~8%인 반면, 청약 통장의 금리는 2.1%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상대적으로 금리가 크게 낮다는 지적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기존 1.8%에서 0.3%p 높인 수치다.
실제로 많은 청약 통장 보유자들이 이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 A씨는 유명 부동산 온라인 카페를 통해 “전세 계약 당시 5000만 원이 들어 있는 청약 통장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해 계약을 완료했는데 이에 대한 금리 또한 너무 부담”이라며 “차라리 통장을 해지해 이자를 낼 급전을 충당하고, 전세 기간인 2년 동안 소액으로 청약을 다시 들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호소했다.
전세 형태로 임시로 거주하며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B씨도 “주변에서 절대 청약 통장을 해지하지 말라고 하고 나 역시 같은 생각이긴 하지만, 당장의 목돈이 필요할 때면 생각이 많아진다”며 “요즘 같은 시장 상황이라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시중 금융상품에 가입해 돈을 모아 곧바로 매매를 노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입 기간이 길어야 하는 청약 통장에 대한 가입자의 리스크는 생각보다 크다”며 “한국은행이 연이어 금리를 인상했듯 청약 통장의 금리 또한 적정 비율 추가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도 전문가들은 청약 통장 해지에 대해 신중론을 제기한다. 작금의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고, 그 기회는 청약 시스템에서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청약제도 개선, 대출 규제 완화 등에 따라 청약 접근성이 개선됐고, 수도권 중심으로 저가의 공공분양주택 50만 가구가 공급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1주택자 또는 무주택자에 청약을 우선 추천한다”며 “다만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2023년 분양시장은 가격 수준에 따른 청약 온도차가 클 것이기 때문에 분양 희망자들은 청약 등 혜택을 적극 활용하되, 자금력과 입주 후 가치 상승 여부까지 고려한 옥석 가리기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과거 대비 분양가가 높아 소위 ‘묻지마 청약’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의 경우 인근 주택 시세보다는 여전히 저렴하다”면서 “내년 시장 상황도 불투명하지만 회복세에 접어들 때까지 기다리며 청약에 대한 세부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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