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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를 당원 투표만 반영해 치르기로 했다. 현행 당원투표 70%·일반 국민 30%인 당대표 선출 규정을 당원투표 100%로 변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당대회 룰 개정을 단행한 셈이다. 이를 두고 친윤(친윤석열)계가 주도한 경선 룰 변경과 함께 친윤계 의원의 야합 의혹으로 비윤계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어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계와 친윤계 간 갈등구도가 수면위로 올라올 것으로 관측된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당대회 후보들 사이의 신경전도 연일 거세지고 있다. 당권주자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친윤계 핵심 장재원 국민의힘 의원과 연대한다는 이른바 ‘김장연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비윤계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최근 ‘친윤(윤석열 대통령)’ 김 의원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 의원 사이의 만남이 공개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용산의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은 김 의원을 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김장연대’ 논란에 안철수 “바람직하지 않아” vs 김기현 “칭찬 많이 받아”
이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KBS 라디오프로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장연대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각 개개인 후보의 총선 승리 전략, 그리고 당의 개혁 방안 이런 비전을 먼저 말씀하시는 게 우선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계속해서 “그런데 그런 것에 대한 언급 없이 연대에 너무 집중하게 되는 모습들이 그렇게 썩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그게(연대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전당대회에 결선투표가 도입되면서) 결선투표가 없을 때와는 완전히 (선거 구도의) 차원이 달라지고, 이런 연대라는 게 효과가 없어지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의 ‘윤심’ 마케팅에 대해서도 “아직 거기에 대해서 누구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지 않으냐”며 “앞으로 일정들이 진행돼 가면서 ‘어떤 식으로 또 서로 이합집산 할 것인지’ 그걸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당권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지만 아직 출마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나경원 전 의원은 안 의원과 연대설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안 의원은 “그런 문제에 대해 (나 전 의원과) 아직 말씀을 나눠본 적도 없다”면서 “(나 전 의원이 당대표 경선에) 나오면 당원들 선택 폭이 넓어져서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 또한 22일 고려대학교 강의에서 ‘김장연대’에 대해 “새우 두 마리가 모이면 새우 두 마리고, 절대 고래가 되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이 전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적극적으로 발언한 것은 지난 7월 윤리위 징계 이후 5개월 만으로 관심을 모았다.
이 같은 발언에 김 의원은 각을 세워 ‘김장연대’를 본격 띄우는 등 윤심 구애에 집중하고 있다. 김 의원은 26일 BBS FM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김장연대에 대해) 견제받는 것 없으며 오히려 잘하고 있다고 많이 칭찬해 주시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 의원은 이어 “장제원 의원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경향이라든지, 또 장제원 의원과 뜻을 같이하는 많은 의원, 또 우리 위원장들, 이런 사람들의 큰 트렌드를 의미하는 포스트”라고 ‘김장연대’에 의미 부여를 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장 의원의 싱크탱크인 ‘부산혁신포럼’ 출범식을 찾아 축사를 하기도 했다.
‘윤심’ 당권주자들을 차기 당 대표로 만들기 위한 밑작업이 본격 시작됐다는 관측 또한 지배적이다. 19일 비대위에서는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룰을 ‘당원 투표 100%’로 바꿨는데, 당 대표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작업을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당대표 선출 시 1위 후보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으면 1, 2위 후보가 재경쟁하는 ‘결선투표제’ 도입과 국민 여론조사 시 역선택 방지 조항 의무화도 결정해서다.
정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회의가 끝난 후에 기자회견을 열어 “의원들의 총의를 확인하고 당 대표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안을 의결했다”며 “각종 당내 여론 경선조사는 국민의힘 지지자와 지지 정당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벌이기로 했다. 이른바 역선택 방지 조항을 의무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 대표는 당원이 뽑는 것이다. 정당은 이념과 철학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정권 획득과 성공적 국정 운영을 하기 위해 모인 집합체이고, 이념·철학·목표가 같은 당원들이 당 대표를 뽑은 것은 당연하다”고 부연했다.
여론조사를 비판한 정 위원장은 “여론조사는 투표를 대체할 수 없다. 투표는 자발적·적극적 행위인데 여론조사는 조사단의 질문에 응답하는 일시적·소극적 행위”라며 “우리 당 책임 당원이 80만 명이 됐다. 지역별 당원 구성 비율도 영남과 수도권이 비슷해졌다”고 설명했다.
‘100% 당원 경선룰’에 비윤 “유승민 배제” vs 친윤 “내부총질 예방”
이 같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당 안팎에서는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완전히 배제하는 방식의 당 대표 선출 규정으로 당이 민심과 동떨어질 것이란 우려와 함께 비윤계에 대해 붙었던 ‘역선택 논란’을 불식시켰다는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이와 함께 경선이 본격화되면 당내 친윤과 비윤 간 계파 충돌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경선 룰 변경을 친윤계 의원들이 주도한 만큼,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유승민 전 의원의 당선을 저지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윤계로 꼽히는 김웅 의원은 룰 개정을 비판하며 페이스북에 ‘#승부조작 판치면 팬들은 떠나리’ ‘#유승민만은 절대 안 돼 길게도 얘기하네’라는 해시태그를 올렸다. 허은아 의원도 페이스북에 “저는 당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을 분명하게 반대한다”며 “당원 100% 전당대회 룰, 아무리 생각해도 국민과 무관한 당대표를 뽑겠다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원과 국민의 의견 수렴 없이 속전속결로 밀어붙여야만 했는지 안타깝다”며 “아직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절차가 남아 있다. 다시 한번 생각해주시기 바란다”고 썼다.
당 대표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도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유 전 의원은 최근 CBS 라디오프로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 지도부들이 18년 동안, 한나라당 시절부터 해 오던 이 룰을 하루아침에 바꾸려 한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 언론의 사설을 공유하며 “2024년 4월에 또 이럴 건가. 그때 국민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읍소한들 한 번 배신당한 국민이 돌아오겠나”라며 “국민을 버리고 권력에 역행한 오늘을 국민은 기억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반면 친윤 주자인 김 의원은 같은 날 라디오프로에 출연해 당원 100%로 전대 룰이 변경되는 데 대해선 “룰은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가 잘 판단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힘을 실었다. 이어 유 전 의원 등 비윤계 측에서 전대 룰 변경을 두고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 대해 “룰을 둘러싼 분열적 발언, 윤 대통령을 향한 근거 없는 비난은 즉각 멈추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도 전날 서울 용산구 선거캠프에서 100% 당원경선룰에 적극 찬성하며 “사사건건 국정을 발목 잡고 내부총질에만 몰두하는 세력은 반드시 쳐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같은 비판의 중심에 섰던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를 향해 황 전 대표는 “대선이라는 엄중한 시기에 당 대표라는 사람이 일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선대위 업무를 거부하며 두 차례나 가출을 했다”며 “그들이 지금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했던 짓거리를 또다시 시작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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