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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록적으로 오른 소비자물가가 올해에도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오름세는 둔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동안 물가 상승을 주로 이끈 식량 가격과 국제유가 등의 지표가 하락하고 있지만, 근원물가지수가 계속 상승 중이고 공공요금의 추가 인상까지 예고되면서 올해에도 서민 경제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근원물가지수란 농산물·원자재처럼 가격변동이 심한 것들을 제외하고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물품들의 가격을 모아 계산한 것이다.
고유가에 ‘런치플레이션’… 역대급 물가 상승에 지갑 ‘텅텅’
2019·2020년 연달아 0%대에 머무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2.5%로 올랐고, 지난해 더욱 심화해 12월까지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5.1% 올랐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를 겪은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11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2022년 10월 기준 상용근로자의 실질임금은 0.5% 감소해 2022년 4월 이후 7개월 연속으로 감소했다. 급격한 물가 상승세를 연봉 인상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며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표현이 현실이 된 셈이다.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따른 원재료 가격과 해운 운임 상승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와 국제 식량 가격 등이 지목된다. 국제유가와 식량 가격이 상승하며 서민 경제에 체감이 큰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의 구입 빈도 및 지출 비중이 높은 지난해 11월 기준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5% 올랐다. 6%대를 기록한 8~10월보다는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 중 식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6.3% 올랐다. 외식 물가 상승률 역시 전년 동월 대비 8.6% 상승했다. 식비가 오르는 현상을 뜻하는 ‘런치플레이션(점심과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신조어)’이 본격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의점 도시락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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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임수진] ⓒ스카이데일리 |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초 ℓ당 1600원대에서 2000원대로 올랐고 이후 하락세로 접어드는 듯했으나 6월 2100원을 돌파했다. 6월 한때 서울 휘발유 가격은 220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다만 최근 휘발유 가격은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 미국의 ‘비축유 방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 등에 힘입어 지난해 말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기·가스 요금도 올랐다. 한전은 2022년 세 차례에 걸쳐 킬로와트시(kWh)당 △전력량 요금 2.5원 △기준연료비 9.8원 △기후환경요금 2.0원 △연료비 조정요금 5.0원 등 모두 합쳐 19.3원을 인상했다. 가스요금의 경우 2022년 4월 연료비에 연동하는 기준원료비가 평균 1.8% 올랐다. 5월에는 정산단가가 메가줄(MJ)당 0원에서 1.23원으로 올랐고 7월에는 다시 1.9원으로 인상됐다. 10월에는 1.9원에서 2.3원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2022년 가스요금은 MJ당 5.47원 인상됐다.
계절적 요인이나 외부 충격 영향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2022년 11월 기준 4개월 연속으로 상승했다. 특히 부각되는 유가·식품 가격 등의 상승세가 꺾인 가운데 근원물가의 상승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2023년 물가 상승률 3.6% 예상… 전문가 “금리 인상 따른 경기 침체 우려”
한국은행은 올해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국내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며 물가 상승세가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근원물가 역시 금리 인상, 경기 하방압력증대, 주거비 하락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이 전망한 2023년 물가 상승률은 3.6%로 2022년보다 낮으나 물가안정 목표인 2%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2021년 8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기준금리를 아홉 차례 인상해 연 3.25%까지 끌어올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역시 여러 차례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하며 물가 안정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2022년 12월 0.5%p 인상으로 속도를 조절했음에도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4.25~4.5%로 1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물가 관련 통계를 찾아보면 한은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0.4% 하락한 3.8%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22년 6월(3.9%) 이후 6개월 만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1월에도 전월 대비 0.1% 하락하며 물가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기대를 모은 바 있다.
다른 통계도 물가 상승이 둔화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지난해 11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5.7로 1월(135.6) 수준까지 내려갔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3월 159.7을 최고점으로 8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국제유가 역시 지난해 초 배럴당 140달러선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꾸준히 하락하며 80달러대 안팎에 거래되며 안정세를 맞고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의 경우 2023년에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유생산국들의 감산과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 EU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따른 공급 문제 등이 국제유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공요금의 경우 추가 인상이 확실시된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적자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2023년 기준연료비를 포함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kWh당 51.6원으로 산정했다. 한전이 산정한 전기요금 인상 요인만큼 요금이 인상된다면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오르게 된다.
정부도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인상 요인만큼 오르지는 않겠지만 전기요금이 지난해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후 정부가 1분기 전기 요금을 kWh당 13.1원 올려 전기요금 인상이 현실화됐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내년 2023년 가스요금을 MJ당 8.4원 또는 10.4원 올리는 방안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제출했다. 가스요금은 분기별로 나뉘어 2.1원씩 혹은 2.6원씩 네 차례 오를 예정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내년에 상당한 폭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취약 계층에 대해서는 부담이 늘지 않도록 특별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세가 둔화된 것뿐이지 물가 상승 자체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든 것은 맞으나 당분간 물가상승률은 4~5%대를 유지하다가 시간이 좀 지난 후에 3%대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인상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을 잡고 나서 물가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데 금리를 내리지는 않을 테니 수요 측면에서는 통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공급 측면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있고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자국 위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생산자 측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 가장 가격이 싼 쪽은 중국인데 중국과의 교역도 줄고 있어서 물가가 내려간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물가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으나 금리 인상을 통한 유동성 회수 등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추가적인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만큼 상황을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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