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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간 통폐합 논의가 활발해 지고 있다. 인구 감소에 따른 학령인구 급감으로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교들이 속출하면서 학교 간 몸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 것이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는 벌써 몇 해 전부터 예고된 사태이기도 하다.
정부도 대학 통합에 적극적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16일, 2024년부터 전체 입학정원 내에서 대학이 자유롭게 학과를 신설·통합·폐지할 수 있도록 한 대학 규제개혁안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대학 통합이 시대적인 요청이라며 대내외적인 교육환경 변화 대응, 대학 경쟁력 제고, 지역사회 상생발전, 대학교육 질 개선 등의 기대 효과를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합쳐야 산다’ 학령인구 절벽에 논의 본격화
대학 통합 논의가 전국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존립의 갈림길에 선 대학교 중에서 학교 간 통폐합을 통해 선제적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대학들은 학생 수 급감으로 2021년 최악의 미충원 사태를 겪었다. 2021학년도 대입에서 전체 대학·전문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91.4%였다. 일반대학의 미충원 규모는 1만6396명, 전문대학은 2만4190명에 달해 전체적으로 4만586명의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2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전체 유·초·중·고교 학생 수는 587만9768명이다. 1986년 학생 수가 1031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35년 만에 학령인구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황이다.
이에 다른 대학과 통합하며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 소재 숭실대와 경북 문경시 소재 사립대인 문경대도 통합 캠퍼스 설립을 시도하는 곳 중 하나다.
지난달 10일 문경시와 문경대는 숭실대 문경캠퍼스 설립을 위한 공동 노력 확약서에 서명했다.
문경대 관계자는 “근래 학령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숭실대와 통합이 성사되면 위기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에 있는 충남대도 지역 국립대인 한밭대와 통합에 나설 계획이다. 충남대와 한밭대는 지난해 12월28일, ‘대학 통합 논의 공동 선포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진숙 충남대 총장과 오용준 한밭대 총장은 “충남대와 한밭대는 대한민국 최고 명문 통합 국립대를 목표로 상호 존중과 신뢰 속에 구성원이 만족하고 지역민과 함께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대학 혁신을 위한 통합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충남대의 이 총장은 “학령인구 감소와 인재의 수도권 유출로 국립대 위상이 약해진 가운데, 대학 통합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방법론이 될 것”이라며 “모든 절차는 투명하게 구성원과 지역민에게 공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먼저 통합에 속도를 낸 안성 한경대학교와 평택 한국복지대학교는 올해 3월부터 한경국립대학교로 새롭게 문을 연다.
두 대학은 모두 국립대로, 학령인구 감소 등 대내외적 변화에 대응하고자 2019년 대학통합 공동추진위원회를 꾸린 뒤 대학별 의견 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2021년 교육부에 통합 신청서를 낸 바 있다.
교육부도 대학 통합에 적극적인 지원을 예고했다. 우선 대학 자율화와 특성화의 걸림돌로 지적돼 온 4대 요건 규제가 풀린다.
4대 요건에는 학교 건물·땅·교원·수익용 기본재산을 포함하는데, 지금까지 대학은 이 요건들을 설립 당시 수준의 100%를 충족해야만 학과 신설·캠퍼스 이전 등의 개편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론 이런 규제가 풀리면서 대학이 자유롭게 학과를 신설·폐지하고 정원을 조정하는 등 대학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가능해진다. 대학의 자율성을 높여 학령인구 감소 등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취지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29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안을 2월13일까지 입법 예고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학이 시대·사회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며 “이번 개정을 시작으로 대학의 자율적 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현장의 규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규제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학교 구성원들 반발… 통폐합 논의는 부당
하지만 대학교 간 통폐합 논의를 두고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충남대의 경우 총학생회가 지난해 9월 통합 논의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재학 중인 대학·대학원생 8129명 중 96.3%가 통합 논의에 반대했다.
충남대 총학생회는 ‘학생을 위한 학교는 죽었다’며 지난 10월 대학 안에 통합 논의 시작을 반대하는 분향소를 설치했다. 일부 학생들은 “학생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채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며 대학본부 앞에서 학과 점퍼를 벗어놓고 통합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밭대 역시 학부생 42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50.7%가 반대했다.
최종규 충남대 총학생회장은 “다른 대학 통합 사례들을 살펴보면, 학과 통폐합 등으로 학생들 주거 문제가 발생한다든지 여러 피해가 있었다”며 “논의 과정에서 어떤 안이 정해지면 학생들에게 바로 공유하고, 학생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그 안의 추진을 멈춰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통합에 따른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 등 진통을 겪겠지만 학령인구가 줄어 대학이 재편되어야 하는 시대적 요청을 직시해야 한다며 통합의 효과로 대학 운영의 효율성 제고와 캠퍼스별 특성화 등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송우 부경대 국문과 명예교수는 대학 통합은 대학의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고, 생존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통합이 이뤄지면 대학 경쟁력의 토대가 되는 교수 인원이 늘어나고 중복학과를 통폐합함으로써 정원을 합리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된다”며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고 지역 산업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학과를 개설할 수 있는 여력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학 관계자도 “한계 상황에 직면한 대학들이 신속하게 대응 전략을 판단해야 각종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대학 시설과 지식자원들을 활용할 사회적 대안 모색을 강구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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