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주 
부산 
제주 
)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등 국제금융기구들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낮추며 던진 메시지는 하나로 귀결된다. “2023년에 더 어려울 것.”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성장을 멈출 수 없다. 한 나라의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는 기업을 경영하기에 얼마나 좋은 환경을 갖췄는지를 평가하는 국가경쟁력이다. 이에 기업투자, 일자리, 노동시장 등에서 국가경쟁력을 저해하는 경제 법제를 찾아 개선 방향을 모색해봤다. [편집자 주] 
|
[특별취재팀=김학형 팀장|윤승준·장혜원·장은영 기자] 기업들의 세금 부담을 짓누르는 법인세·상속세에 대한 개선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경기 침체에 대비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법인세를 추가로 낮추면 순이익 증가로 이어져 기업들이 투자·고용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속세에 대해서도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의 유지·발전을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경기 침체 우려에 법인세 추가 인하 필요성 커져
국회는 지난해 12월23일 본회의를 열어 과세표준 구간별로 법인세율을 1%p 하향 조정한 법인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 통과로 연간 영업이익을 3000억 원 초과한 대기업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현행 25%에서 24%로 줄어든다. 당초 정부의 세제개편안(22%)보다 2%p 높은 수준이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26.5%다. 영업이익 200억~3000억 원(22%), 2억~200억 원 이하(20%), 2억 원 이하(10%) 등의 중견·중소기업들도 소폭 감소한 세율을 적용받는다.
다만 인하 폭이 미미하다는 평가다. 법인세율을 1%p를 내려도 여전히 다른 나라보다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자료에 따르면 OECD 38개국의 지난해 평균 법인세 최고세율은 23.2%(2022년 기준)로 집계됐다. 개정안을 반영해도 한국의 법인세율(26.5%)은 38개국 중 열 번째다. G7과 비교하면 캐나다(26.21%), 프랑스(25.83%), 미국(25.81%), 영국(19%)보다 높고, 독일(29.83%), 일본(29.74%), 이탈리아(27.81%)보다는 낮다.
이는 법인세를 인하하는 세계적 흐름과 역행하는 모양새다. 2017년 한국의 법인세율은 24.2%로 OECD 38개국 중 24위에 머물렀다. 그해 OECD 평균치(24.8%)보다 0.6%p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2018년 27.5%로 오르며 13위로 치솟았다. 2019~2022년에는 법인세율을 동결했음에도 순위는 10위로 올라섰다. 5년간 세율을 대폭 내린 프랑스(-18.6%p), 미국(-13.1%p)과 상반된 방향이다.
이론적으로 법인세율 인하는 자본의 사용자비용(자본을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을 낮추기 때문에 다른 요인들이 동일하고 세율만 하락한다면 더 많은 투자를 창출하고, 나아가 경제 성장으로 작동할 수 있다. 투자 확대로 장비를 고도화하고 생산성을 높여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거나 고용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감세-투자-고용-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다.
실제로 크리스티나 로머 UC버클리 교수 등은 2011년 “GDP의 1%만큼 세금을 늘리면 실질 GDP가 3%까지 낮아진다”는 공동연구를 발표했다. 카렐 메르턴스 코넬대 교수 등도 2013년 “법인세를 1%p 내리면 1년 뒤 GDP가 0.6%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황상현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도 관련 연구를 통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1%p 인하할 경우 기업의 총자산 대비 투자 비중이 5.7%p 늘어나고 고용은 3.5%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은 올해에는 법인세 이슈가 민감하게 다가올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경제성장률을 2% 안팎으로 보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로서는 악재다.
국내외 기관 대다수는 수출·민간소비 침체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1.5%, OECD 1.8%, 국제금융센터(글로벌 IB 9곳) 1.1%, 한국은행 1.7%, 한국개발연구원(KDI) 1.8%, 한국금융연구원 1.7% 등이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초대형 위기를 제외하면 가장 낮다. 잠재성장률(2.0~2.5%)을 밑돌 경우에는 생산설비·노동력 등 생산요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해 투자는 감소하고 실업은 증가하는 등 부정적 충격을 맞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실제로 기업의 재무제표에는 ‘적색경보’가 켜졌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상장법인 799개사의 재고자산회전율(매출액÷재고자산)은 8.3회로 2017년 3분기(11.1회)와 비교해 크게 떨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10.4회보다도 낮았다. 재고자산회전율이란 기업의 재고자산이 얼마나 빠르게 판매되고 있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단기채무를 충당할 수 있는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를 의미하는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 역시 2018년 3분기 133.4%에서 작년 3분기 122.4%로 대폭 하락했다.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경연은 “경기부진에 따른 기업 수익성 악화와 채권시장 위축으로 기업어음(CP) 등 단기차입금 중심의 유동부채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법인세율이 상장사의 주식을 보유한 서민층에게 돌아갈 배당소득·시세차익을 축소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당금의 재원인 배당가능이익은 법인세비용을 차감한 후 당기순이익에 이월이익잉여금(결손금)을 가감하고 이익준비금을 뺀 금액이다. KDI에 따르면 종합소득 2000만~4000만 원 이하 소득구간의 1인당 배당소득 연평균 증가율(2010~2020년)은 66.4%로 나타났다. 법인세 인하가 서민층이 대부분인 소액주주에게 호재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법인세 부담이 근로자에게 전가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KDI 보고서에서 설명한 해외연구에 따르면 1999~2003년 5만5000개의 유럽 기업에 대한 법인세액을 1달러 인상할 경우 임금은 단기적으로 0.64달러, 장기적으로는 0.49달러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연구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한계세율이 20%에서 22%로 오를 때 임금수준은 0.27% 감소했다. 특히 시간제 근로자와 같은 취약 노동자에게서 법인세 부담 증가는 더 크게 발생했다.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OECD 회원국 중 4단계 누진구조의 일반 법인세율 체계를 갖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다”며 “다양한 경제주체들의 결합체이고 관련 자연인들의 소득을 창출하는 도관에 불과한 법인의 소득에 대한 누진과세로는 소득재분배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투자의 보편화라는 환경 변화와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고려해 법인세 최고세율은 OECD 평균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中企 80%, 승계 과정서 조세 부담 느껴… 폐업·매각 고려
법인세뿐만 아니라 상속세도 기업들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0월 업력 10년 이상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해당 기업들은 가업승계 과정에서 예상되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막대한 조세 부담 우려’(76.3%)를 꼽았다.
 |
우리나라는 피상속인(사망자)이 남긴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다. 유산 규모에 따라 5단계의 초과누진세율(10·20·30·40·50%)을 적용한 후 상속분에 배분된 세액을 납부하는 식이다. 주식 상속 시에는 최대주주할증평가(20% 가산)도 포함한다. 이를 종합하면 상속세 최고세율은 60%에 달한다. 종합소득세 최고세율(45%)보다 5~15%p 높은 수준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과도하다는 평가다. OECD 38개국 중 상속세를 부과하는 곳은 한국을 포함해 총 19개국이다. 이들의 평균 최고세율은 25% 정도다. OECD 상속세 최고세율 순위에서 한국은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지만 최대주주할증평가를 적용하면 1위다. 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은 0.5%로 OECD 평균(0.2%)보다 2.5배 앞선다. 2000년대 이후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인하하고 있는 국제적 추세에 역행하는 모습이다.
높은 상속세율의 문제점은 경영권의 축소·매각을 유인해 기업들이 존속·발전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승계 시 상속세 부담을 대비하기 위해 투자·고용 확대보다는 자산 매각 또는 배당 증가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와 소득을 지속 창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악재다.
일부 기업은 상속세를 마련하지 못해 승계를 포기하고 지분 전체를 매각하기도 한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업력 10년 이상 중소기업(600개사)의 52.6%는 가업승계를 하지 않을 경우 폐업 또는 매각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영세기업을 위해 ‘가업상속공제제도(10년 이상 가업을 유지한 경우 상속재산에서 공제한도를 과세가액에서 빼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엄격한 사후관리요건으로 많은 기업들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요건은 △적용대상 매출액 5000억 원 미만 △공제한도 최대 600억 원(업력 30년 이상) △사후관리기간 5년 △고용유지 5년간 90% △자산유지 40% 이상 등이다. 지난해 12월23일 국회에서 상속세법 개정안을 통과하며 내용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기업을 이번에도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배제했다.
임동원 한경연 연구위원은 “시대변화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사업구조를 조정하고 투자를 통한 혁신을 이뤄야 하는데 기업의 계속성을 조건으로 하는 과세특례의 요건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선 제도상 엄격하게 규정된 기업의 계속성 기준도 계속기업으로서 가치를 보존한다는 의미로 재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30%로 낮추고 과세구간도 5개(10·20·30·40·50%)에서 3개(10·20·30%)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속세의 경우 생전에 이미 소득세 등을 부담한 자산으로 이중과세 성격을 띠고 있어 소득세율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상속세를 부과하는 OECD 국가 23개국 중 15곳은 이 같은 이유로 상속세율을 소득세율보다 낮게 유지하고 있다.
과세방식에 대해서도 유산세(피상속인이 상속하는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에서 유산취득세(상속인이 상속받을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전했다. 납세자의 부담능력에 따라 조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응능부담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에서다. 상속세를 부과하는 OECD 국가를 놓고 봐도 유산세 방식을 취하는 나라는 한국·미국·영국·덴마크 4곳뿐이다.
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증여세에 대해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과세하고 있는데 상속세와 증여세 간 과세방식의 차이를 두는 국가는 없다”면서 “유산취득세 방식은 실제 받은 상속재산의 크기에 따라 상속세를 부담하기 때문에 납세능력과의 대응관계에 있어 공평한 과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