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페이’에 기대는 사장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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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연예인 쇼핑몰 박봉 논란

‘열정 페이’에 기대는 사장은 가라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1-10 00:02:30

최근 가수 강민경 씨가 운영하는 의류 쇼핑몰 ‘아비에 무아’의 채용 광고가 논란이 됐다. 대졸·3~7년 경력의 CS 업무 담당자를 모집하면서 정규직 전환 가능한 3개월 계약직 조건으로 연봉 2500만 원을 제시한 것이 박봉 혹은 ‘열정 페이’라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논란이 퍼지면서 강 씨가 유튜브를 통해 자랑했던 2700만 원짜리 가스레인지 가격, 강민경 씨가 보유한 빌딩 가격,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아비에 무아의 퇴사율 등도 비판을 받았다.

이후 강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담당자의 실수로 비전공자 신입의 연봉이 기재됐으며 경력직의 경우 반드시 직전 연봉을 기반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방송인이자 웹툰 작가인 ‘기안84’가 훨씬 더 나은 조건으로 모집 공고를 올린 것이 재조명되는 등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직원의 연봉을 산출하는 것은 법에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기업의 권한이다. 강 씨의 해명대로 연봉이 잘못 기재됐을 수도 있다. 대중의 시선이 집중되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더 논란이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현재 대한민국이 근로자의 연봉과 대우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 준다. ‘열정 페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이제는 직원의 능력과 노동에 합당하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례가 보이면 시민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각종 조사에서 구직자 또는 이직자들의 직장 선택 이유에서 연봉은 언제나 높은 순위에 위치해 왔다. 최근에는 워라밸·회사 분위기 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하지만 연봉은 언제나 ‘좋은 직장’의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다. 구직자들의 대기업 선호 현상 역시 높은 연봉이 큰 역할을 했으며, 스타트업 또는 중소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쓰는 가장 흔한 방법도 파격적인 연봉이다.

직원의 급여는 고정 비용인 만큼 인건비가 늘어날 경우 장기적으로 부담이 되며 한 번 올리면 내리기도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기업들이 연봉 인상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인건비 상승이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6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적으로 기업들에게 임금 인상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요즘 사람들은 만족할 만한 연봉을 주지 않으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집에서 노는 한이 있더라도 그 기업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 경제가 발전하고 기업이 성장한다고 해도 그 열매가 나에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사람들이 묻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시대에 연봉을 따지는 것은 적어도 자신의 꿈과 발전을 위해서다. 자신의 직무에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모범적인 산업 역군은 사장님들의 꿈속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다른 곳으로 이직하지 않도록 연봉을 올려 주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분별없이 연봉을 있는 대로 올리라는 말이 아니다. 사람을 쓰려면 그 사람에게 맞는 충분한 연봉과 대우를 해 줘야 한다는 말이다. 좋은 인재를 찾고 그 인재가 회사에 헌신하기를 원한다면 일단 월급부터 확실하게 보장해야 할 것이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