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협회장 선거와 사설 플랫폼 규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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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회장 선거, 사설 플랫폼 규제 두고 격돌
올바른 플랫폼 정책 논의하는 정책 선거 되어야

이동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1-11 11:55:29

16일 열리는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 회장 선거가 예년과 달리 과열되면서 일반 언론에까지 보도되고 있다. ‘변협회장 선거 경쟁 격화, 일부 법정 다툼 벌여’ (서울신문, 1.4. 자), ‘변협 회장 후보, 폭행 혐의로 피소, 네거티브로 얼룩진 변협 선거’ (동아일보, 1.5. 자), ‘진흙탕 변협회장 선거, 고소·고발에 네거티브 난무’ (한국일보 1.6. 자), 같은 기사들이 그것이다. 선거가 과열되면 의례히 흑색선전이나 고소·고발 같은 것이 나오기 마련인데 변호사 업계도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금권선거, 여론조작 시도까지 발생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월6일 세계일보 보도(‘변협 협회장 선거, 초유의 복마전… 여론 조작 논란’)에 따르면 ‘리멤버’라는 명함 관리 앱을 서비스하는 회사가 5000원 백화점 상품권을 내걸며 변호사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의 문항이 특정 후보 지지를 유도하는 편향된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조사는 하루 만에 중단됐지만 선거관리위원회만 실시할 수 있는 여론조사를 대체 누가 의뢰했는지 의혹이 일었다. 업체는 의뢰자와 연락이 안 된다며 변명하고 있지만 의뢰자로 ‘로톡’이라는 변호사 소개 플랫폼 업체가 의심을 받고 있다. 이 업체는 변호사 회원 수를 4000명까지 늘리며 활발하게 영업했으나 최근 임기를 마친 51대 변협 집행부가 민간 사설 플랫폼 이용 금지를 결의하고 단속에 나선 결과 회원 수가 반 토막 나고 100억대 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래서 위기에 처한 업체가 전임 집행부의 정책을 이어 플랫폼에 반대하는 후보를 낙선시키려고 설문 의뢰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그만큼 사설 플랫폼 문제가 이번 협회장 선거의 가장 큰 쟁점이 됐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변협 회장 선거의 가장 큰 쟁점은 사법시험 존치와 로스쿨 폐지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로스쿨은 불가역적인 제도로 자리 잡아 갔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점유율이 50%를 넘어서면서 더 이상 의미 없는 논쟁이 되어 버렸다. 사실 필자는 사시냐 로스쿨이냐보다 변호사 배출 인원을 적정한 규모로 통제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사시·로스쿨 갈라치기로 변호사 업계가 분열을 겪는 동안에 변호사 소개 플랫폼이 누적 방문자 3000만 명 이상, 누적 상담 건수 70만 건 이상, 가입 변호사 수 4000명 이상을 넘어서며 급성장했다.

플랫폼을 두고 변호사 아닌 자의 법률사무소 개설이나 사건 소개 대가로 변호사 아닌 자에게 이익 제공을 금지하는 변호사법의 위반 여부가 우선 문제 됐었다. 이에 대해 로톡은 사건 소개료가 아니라 광고비를 징수하는 구조라서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검찰이 로톡을 불기소하면서 일단 법 위반 문제는 사라지긴 했다. 그러나 변협은 협회 규정을 개정해 사설 플랫폼에 광고하는 것을 금지했고 이를 위반한 변호사들에 대한 대규모 징계에 착수했다. 바로 이 징계의 적정성을 두고 이번 선거에서 쟁점이 형성됐다.

그런데 플랫폼 문제가 꼭 변호사만의 문제는 아니고 법률 소비자의 후생과도 직결된다. 음식배달 플랫폼이 그랬듯이 변호사 소개 플랫폼의 사용료나 광고료도 결국엔 법률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변호사 선임료를 낮춘다는 명목으로 변호사 숫자를 증가시켰는데 플랫폼으로 인해 오히려 변호사 선임료가 더 올라갈 수도 있게 된 것이다.

특히 플랫폼도 포털사이트처럼 광고료 많이 낸 변호사 위주로 상단에 노출시킬 경우 자칫 정보의 왜곡이 생길수도 있다. 홍보보다는 사건에 치중하는 변호사는 도태되고 광고비를 많이 투자한 변호사가 살아남기 쉽다. 그러나 이런 변호사는 새로운 사건 수임에 치중하는 경향이 크고 끝까지 사건을 챙기는 데에는 관심이 적게 마련이다.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언론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포털사이트에 장악되어 버렸는데, 이제는 우리나라모든 언론사의 편집국이 바로 포털사이트란 말이 나올 정도가 되었다. 포털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여론 조작도 가능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변협은 의사·치과의사회, 건축사회, 택시노조, 라이더유니온 등과도 연대해 올바른 플랫폼 정책에 관한 국회 간담회를 개최했고 여기서 전문 직종 플랫폼은 공영 플랫폼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논의되었다. 한의사회, 약사회, 세무사회, 공인중개사회 등도 이 연대에 결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특히 전문직에 호의적이지 않던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도 플랫폼 독과점 이슈를 매개로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변협 회장 선거를 단순히 특정 이익 단체 회장 선출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어느 후보가 선출되느냐에 따라 시장 전반에 걸쳐서 독과점 위험을 안고 있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 방향이 결정되고 소비자의 후생과 소상공인의 수익도 크게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왕 플랫폼 이슈를 두고 전선이 형성된 이상 후보자들은 백년대계를 설계한다는 자부심으로 선거의 룰을 지키면서 정책을 홍보해야 한다. 유권자인 변호사들도 자극적인 구호나 포퓰리즘성 공약에 휘둘리지 말고 차분하게 정책을 비교해서 투표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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