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이슬람 혐오에 빠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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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대구 이슬람사원 건축 반대 시위

‘돼지’가 이슬람 혐오에 빠진 날

장은영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1-12 00:02:30

대구 북구 대현동의 한 이슬람사원 건축 현장이 연일 뜨거운 감자다. 모스크 공사장 앞쪽에는 고사를 지낼 때 쓰이는 삶은 돼지머리가 통째로 올려져 있고, 건축 현장 주변으로는 돼지 꼬리와 다리를 걸어두는 등 기이한 형태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대법원이 대현동 주민들의 이슬람사원 건축 중단 요구를 기각한 이후 건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공사 진행을 저지하며 시위에 ‘돼지고기’를 동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민들은 “법원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불만을 표하며 “사법기관이 우리를 지켜 주지 않는다면 우리들 스스로 이 동네를 지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공사를 진행할 수 없도록 건축 현장을 둘러싸고 전문 케이터링 업체까지 불러 통돼지 바비큐 파티를 하기도 한다.

이슬람사원 건축허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등 건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슬람사원이 주택가 한가운데에 들어서면 동네가 금방 슬럼화되고 범죄 발생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무슬림의 유입으로 언제든 테러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모든 무슬림을 잠재적인 테러 위험 분자로 인식하는 위험한 발상이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그동안 언론에서 접한 이슬람의 이미지는 주로 무기로 중무장한 테러집단 또는 기타 사건·사고에 연루된 다소 과격한 모습에 많이 치우쳐 있다. 그렇다 보니 ‘이슬람’ ‘무슬림(이슬람교도)’이라는 단어를 듣게 되면 왠지 모를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이슬람공포증(Islamophobia·이슬라모포비아), 즉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해 공포심과 혐오감을 느끼게 되는 현상이다.

하지만 모든 이슬람을 다 과격분자라고 볼 수 없다. 2022년 10월 기준 세계인구 통계에 따르면 이슬람교는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종교이며 이슬람교도는 세계 인구의 약 25%인 19억7000만 명에 달한다. 이러한 수치를 감안하면 미디어에 보도된 과격 단체들은 지극히 일부의 사례다.

물론 경계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전체의 일부를 크게 부풀려서 이슬람 전체에 대한 혐오 감정과 차별·편견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이슬람에서 돼지고기를 금기시한다는 종교적·문화적 코드를 악용해 타 종교에 대한 혐오와 차별·억압을 행사하는 것은 일종의 문화적 폭력이다. 이슬람 공동체를 거부하는 이유가 그들이 돼지고기를 금기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 주민들이 바라는 것과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어떤 점인지 명확히 밝히고 직접 관련이 없는 사항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자극을 삼가는 것이 국내에 있는 소수 종교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자 예의가 아닐까.

혐오와 배척으로 응수하는 것은 갈등만 낳을 뿐이다. 상대방의 종교와 문화에 대해 공감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존중은 해야 한다. 타인의 정체성과 고유한 전통은 무시하고 짓밟으면서 로마에서는 무조건 로마의 법만을 따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다.

특히 우리 민족이 과거 다른 나라에 진출해 뿌리를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설움을 받았는지를 생각하면 좀더 열린 마음으로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에 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슬람 사원 건립 문제에 직면해 우리가 세계시민으로서 한걸음 더 성숙한 사고와 태도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 본다.

장은영 e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