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의 표본’ 김승호, 우주 정거장 5000만 달러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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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명사들(서울 용산구 이태원동)]-김승호 보령 회장

이동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1-12 18:01:57

충남 보령군 웅천면에서 출생한 김승호 보령 회장은 개인약국으로 시작해 ‘보령’을 한국 굴지의 제약그룹으로 일군 업계의 살아있는 역사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전답을 팔아 양조장으로 전환한 것이 잘못되면서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고 이때 맏형이 보령에 열었던 ‘대창약방’에 오가며 약과 친밀감을 쌓았다.

국학대 상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경영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은 뒤 1957년 군을 갓 제대 후 그해 자신의 출생지의 이름을 딴 ‘보령약국’을 서울 종로5가에 개업했다.

보령약국은 약국이 대거 몰린 종로5가에서 단연 돋보이는 성장세로 두산 창업주인 박두병 회장 등 명사들이 자주 들릴 정도로 유명했다.

약국이 성장하자 1963년 보령약품을 설립해 제약 산업에 뛰어들었다. 동영제약의 허가권을 인수하고 이듬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으며 1966년 보령제약으로, 지난해에는 창업 65년 만에 보령제약에서 보령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김 회장은 창업 때부터 ‘성실함이 있으면 우연도 필연이 된다’는 신념으로 직접 발로 뛰면서 보령약국을 ‘전국구 약국’으로 성장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해당 제약회사를 찾아가 끝까지 기다려 성과를 낸 일화는 유명하다.

일례로 일본 류카쿠산(龍角散)사와 기술제휴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서 일본과 한국을 오간 끝에 협약을 맺었고 1967년 보령을 성장시킨 제품 ‘용각산’을 국내에 출시했다. 가래, 기침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진해거담제 대표 상품으로 꼽히는 용각산은 현재까지도 애용되고 있다.

국민 위장약으로 불리는 겔포스도 같은 방식으로 따냈다. 1972년 해외순방 도중 프랑스에서 인기몰이를 하던 겔포스(포스파루겔)를 보고 프랑스 비오테락스(Biotherax)사에 달려가 기술제휴를 체결했고, 1975년부터 국내에 위장약 ‘겔포스’를 출시해 여전히 보령의 간판 제품이다.

김 회장은 일본과 프랑스 등 해외 제약사의 문을 두드릴 때마다 신약 개발을 다짐했으며 연구개발(R&D) 과정에서 항상 연구진들을 다독이며 실패해도 계속 독려했다.

카나브는 김 회장이 개발을 주도하고 성공시킨 신약 중 하나다. 카나브 해외진출을 이끌기 위해 노령에도 비행기를 탄 것으로 유명하다. 카나브는 R&D만 총 12년 걸렸으며 후보물질 합성까지 합하면 18년이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신약 개발에 대한 열정과 노력 덕분에 그는 보령을 국내 대표 제약그룹으로 만들었다.

보령은 지난해 12월 미국 휴스턴에 본사를 둔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에 5000만 달러(약 642억 원)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액시엄은 세계 최초의 상업용 우주 정거장인 액시엄 스테이션을 건설하고 있다. 향후 10년 안에 해체될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대체할 예정이다. 액시엄은 2025년 말 첫 번째 모듈을 발사할 예정이다. 이후 3개의 모듈을 추가해 지구 저궤도(Low-Earth orbit) 상에서 독립적으로 비행하는 우주 정거장을 완성할 계획이다.

앞서 보령은 지난해 초 “향후 다가오는 우주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우주 헬스케어 관련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겠다”는 목표로 CIS(Care In Space)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첫 시도로 지난해 4월부터 액시엄, NASA, 하버드, MIT 등 우주 산업 내 글로벌 파트너들과 함께 우주 공간에서 다양한 헬스케어 이슈를 탐색하고 사업화 기회를 모색하는 ‘CIS 챌린지’를 진행했다.

보령 관계자는 “이번 전략적 투자는 향후 보령이 매년 개최할 글로벌 ‘CIS 챌린지’와 더불어 새롭게 열리는 민간 중심의 우주 산업에서 선도적이고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동원 기자 dw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