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택칼럼] 지도층은 ‘바람 풍!’이라고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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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의 낡은 이념 틀과 지역주의 정치구도 벗어나야
여야가 민생 외면하고 대립만 하면 국민과 언론이 회초리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1-16 00:02:40

지도층의 처신은 중요하다. 국가 존망을 좌우하고 국민에 큰 영향을 미친다. 동서고금의 교훈이 가르치고 있다.

정치인을 비롯한 지도층이 존경받고, 그들의 말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무얼까. 솔선수범이다.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해라”라고 하면 따르는 이가 없다. 춘추시대 노나라의 실권자 계강자가 공자에게 바른정치에 대해 물었다. 공자는 직설적으로 대답한다. “정치는 올바름입니다. 지도자인 당신이 앞장서서 바르게 하면 그 누가 감히 바르게 하지 않겠습니까?(政者正也子帥以正孰敢不正)”

당연한 말이다. 지도자는 자신의 행위를 본보기로 만들어야 신뢰를 얻어 관리하고 통치할 수 있다. 자신이 올곧지 못하면서 남을 바르게 하는 법이란 없다. 그래서 “지도자의 덕은 바람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 같다”고 했다. 바람이 풀에 분다면, 풀은 반드시 바람의 방향에 따라 눕게 된다. 정치인이 모범을 보이면 백성이 모두 그에 따를 것이라는 경책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 과연 진정한 지도자가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회의감이 밀물처럼 가득하다. 복합 경제위기에 심상치 않은 안보 상황 등으로 국민 불안이 큰 현실이다. 국가적 대응 체제 정비에 힘을 모아도 극복하기 어려운 마당에 정치권은 ‘일방통행’ ‘딴죽걸기’에 여념이 없다. 정쟁 심화!

세상사 지도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미국의 리더십 학자인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 윌리엄스 대 교수는 저서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에서 지도자의 성공 사례에 대해 “단칼에 역사를 만드는 위인의 과업이 아니라, 위대한 국민의 집단적 성취로부터 나온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럼 어떤 리더십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까. 역사에서의 공통점이 있다. 위기 극복에 성공한 지도자들은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뭔가 이뤄낼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주었다. 또 있다. ‘자발성’을 부여했다. 정책을 잘 펴거나 허울 좋은 유토피아를 제시해서만도 아니다. 스스로 동참케 만든 게 주된 배경이다. 거리감 없는 스킨십에 바탕을 둔 공감대, 그것이다.

또 있다. 반대파까지 포용한 게 성공한 리더십의 요체다. ‘친구는 가깝게, 적은 더 가깝게’라는 권면의 말처럼 포용과 통합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하는 것이다.

역대 정부와 정치지도자들은 저마다 ‘사회 대통합’을 늘 강조하며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보수·진보라는 낡은 이념의 틀과 지역주의 정치 구도를 벗어나지 못해 사회갈등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모습을 연속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오죽하면 이런 행태에 대해 잘못하고도 안 고친다며 과이불개(過而不改)라는 비판이 나왔겠는가. 우리 사회 실상은 더 심각하다. ‘염치없는 최악의 무책임, 직무유기 정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면 정치인들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후안무치한 행패를 부릴까. 국회를 독점한 담합정치형 정당 체제가 상당한 역할을 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부적절한 정치공학의 득세를 방지하기 위해선 파사현정의 언론과 깨어 있는 시민사회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 민족의 기막힌 수난사를 돌이켜볼 때, 오늘의 상황이 결코 절망적이지는 않다. 아놀드 토인비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역사는 숱한 시련과 성찰의 교훈이 누적되면서 발전한다. 국난을 극복한 선조들의 고귀한 정신을 되새겨 국민통합에 힘쓴다면 글로벌적 외부 도전도 극복할 수 있다.

국가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정치권, 특히 집권층이 난국을 풀어 희망을 주는 합리적인 틀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하는 이유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직함이 크든 작든 지도층은 “바람 풍!”이라고 제대로 말하고, 행실을 바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 국난 해결의 힘을 모으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올해는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대신 정치가 국민을 편안하게 해 주는 한 해가 되기 바란다. 큰 선거가 없는 2023년엔 여야가 손잡고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고 다짐해야 한다. 거대 야당은 정부 발목만 잡아서는 안 되고, 여권은 야당과 협력의 물꼬를 터야 한다.

여야가 힘을 합쳐 난국을 풀어 가야 할 때에 민생을 외면하고 대립만 할 경우 국민과 언론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물론 비리 정치인은 여야·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단죄돼야 한다. 정당의 울타리에 숨어 ‘탄압’ 운운할 일이 아니다. 사회정의 구현과 협치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여하튼 여야가 샅바 싸움을 멈추고 국민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는 정치를 기대한다. 풀로 상징되는 백성은 지도층 같은 바람의 방향에 따라 눕기도 하고 일어서기도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