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너무도 끔찍한 시인 고은의 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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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성 추문만 떠들고 그의 문학은 외면하나
‘만인보’ 4000편은 거대한 反대한민국 문학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1-17 10:47:21

슬그머니 문단에 복귀하려던 시인 고은(90)에게 죽비가 쏟아지고 있다. 5년 전 논란이 됐던 성 추문과 관련해 아무런 사과도 없이 신작 시집을 펴내자마자 돌연 판매 거부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예스24 등 인터넷 서점 게시판에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그가 어떻게 시를 쓰나”는 비판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싸늘한 반응은 좌파 언론도 예외가 아니어서 인간 고은은 이제 거의 죽은 목숨이다. 그러나 당혹스럽다. 문단·언론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왜 고은의 시 세계를 언급하지 않는 걸가. 그게 문제다. 성 추문에만 집중함으로써 현대사를 무한 저주해 온 그의 시에 담긴 무시무시한 반(反)국가·반대한민국 성향을 짐짓 가리려는 의도는 아닐까.

괜한 의혹이 아니다. 고은이 누구던가. 그는 1987년 좌파 문학의 총본산이던 민족문학작가회의 재창립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게 작가회의란 이름으로 명칭을 슬쩍 바꾼 지금도 사정은 변함없다. 그는 백낙청의 지원 아래 민족문학·민중문학을 해 온, 지금 문단의 지배적 그룹의 여전한 대부(代父)다.

따라서 고은만 죽고 민족문학·민중문학은 다치지 않게 하는 전략을 지금 저들이 구사하는 중이다. 고은은 1987년 음악·미술을 망라해 관장하는 민예총을 창설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의 문학이 상처를 입으면, 영화·미술·영화·연극 등 범주사파 문화예술 전체가 궤멸된다는 위기감을 저들은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이 글은 고은 시의 무시무시한 반대한민국 성향에 대한 고발이다. 이게 무슨 굉장한 비밀 폭로가 아니다. 그의 대표작 ‘만인보(萬人譜)’가 문제다. ‘만인보’는 1986년 첫 발표 이래 4001편으로 구성된 방대한 연작 시집이다. 말 그대로 ‘1만 인의 삶에 관한 기록’이라고 한다.

그걸 두고 평론가 김병익은 “시로 쓴 민족사의 벽화”라고 거품을 물었다. 평론가 직함을 가진 누구나 그렇게 떠들어댄다. 그런데 맞는 소릴까. 완전 거꾸로다. ‘만인보’ 전체가 현대사에 대한 무한 저주로 가득하다. 시집 어디를 들춰 봐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문학적 식견이 있고 없고와도 전혀 무관하다.

즉 현대사는 기회주의가 득세하고 정의가 짓밟힌 사건들로 이루어졌다는 노무현식 인식의 연속이 ‘만인보’다. 때문에 좌익 인사는 무한 칭송의 대상인 반면 우익진영 인사는 먹칠하는 식의 엉터리 이분법으로 시종한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부터 그는 내리친다. “하와이 막일꾼 동포들의 돈을 마구 거둬 들였다// 명문대학 학위도 척척 받으며/ 이승만 옹 가는 데마다 동포들 당파를 만들었다 갈라섰다 그놈의 영감 땡감”(‘만인보’ 18권 ‘석낙구’).

이 따위가 시라고? 그런 질문이 나올 판인데 부국 대통령 박정희에 대해서도 그는 왜곡·저주로 일관한다. “일본 육군의 모범장교였다 천황의 금시계를 받았다// 좌익이었다/ 좌익을 팔아넘긴 우익이었다// 기구한 육군 소장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만인보’ 11권 ‘박정희’). 반면 좌익 인물에 대한 무조건 숭배를 하는데 심지어 좌익의 애인까지도 덩달아 칭찬한다.

일테면 남로당 박헌영과 그의 애인 주세죽을 포함해 최창익·허정숙 커플, 김삼룡·이순금 커플 등을 10여 명을 나열한 뒤 이렇게 대놓고 찬양하는 시 ‘주세죽’(‘만인보’ 18권)도 있다. “붉은 사람들…// …그 동백꽃들// 그들은 한국 사회주의 혁명동지이고/ 혁명부부였다” 역겹다. 구역질이 난다.

조봉암의 애인을 찬양하는 시 ‘김이옥’(‘만인보’ 10권)은 또 뭔가. “조봉암의 애인 김이옥은 아름다웠다// 강화도 부농의 딸/ 경성여고보 졸업/ 이화여전 음악과에 다녔다….” ‘만인보’엔 김대중에게 바쳐진 시도 있다. “고난이 필요한 시대 그는 고난의 과녁”이었다는 장광설이다.

혹시 ‘만인보’ 일부만 그런 건 아닐까? 전체가 이렇다. 그럼 왜 이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을까. 문단이야말로 음습한 자폐적 공간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런 상황에서 백낙청에 아부하는 평론가 그룹이 고은과 민중문학을 결사옹호하고 있는 상황이 지금이다. 오늘 핵심을 말하자. 고은 자신이 노추(老醜)의 전형으로 추락했지만 특히 그의 시는 시가 아니다.

실은 문학도 아니다. 그건 문학으로 포장된 이적 행위에 다름 아니다. 그게 오염 안 된 시선으로 바라본 고은의 숨겨진 불편한 진실이다. 고은의 퇴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의 더러운 반대한민국 문학의 실체 전부가 드러나야 옳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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