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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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양복 주머니엔 실이 팽팽히 감긴 실패가 담겨 있다. 비장의 소품이다. 농담을 했는데 상대가 ‘실 없는 소리’라고 하면 즉각 “무슨 말씀이냐, 나는 늘 실이 있다”고 하면서 실이 팽팽히 감긴 실패를 꺼내 보이면 빵 터진다.
농담을 할 때는 때와 장소를 잘 살펴야 한다. 물론 그래도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해 여름께 처가 친척 상가(喪家)에 들렀다가 처남의 하얀 머리카락이 화제가 되자 “머리 나쁜 사람이 머리를 쓰면 머리카락이 빠지고, 머리 좋은 사람이 머리를 쓰면 머리가 하얘진다”고 했다가 낭패를 당한 일이 있다.
바로 앞자리에 앉아 우리 얘기를 듣고 있던 처이모부가 “이거 가발인데…” 하면서 가발을 벗었다. 순간 필자는 몸 둘 바를 몰랐다. 이야기를 하기 전에 주변을 한 바퀴 둘러봤지만 ‘대머리’가 안 보여 편하게 한 얘기였지만 허를 찔린 것이다. 그날 이후 농담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형제국의 안보는 우리의 안보입니다. UAE(아랍에미리트)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입니다.” 중동 UAE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현지에 파견된 국군 아크부대원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해 외교적 논란이 되고 있다. 방문 당사국인 UAE와 아크부대원만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는 손색이 없으나 우리나라와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이란’을 배려하지 않음으로써 설화(舌禍)로 번졌다.
이란 외교부는 “이란과 UAE 관계에 대한 한국 대통령의 간섭적인 발언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근래 페르시아 만 연안 국가들 사이의 긍정적인 관계 발전에 대해 전적으로 무지하다는 게 나타나는 발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안에 대해 한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점잖은 표현이지만 무척 격앙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수년 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이란대사관저에 초대받아 간 일이 있다. 방문에 앞서 이야기 거리를 찾다가 ‘천일야화’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등을 찾았으나 알고 보니 이란이 아닌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구전된 민담이란 얘기를 듣고 포기했다. 개인도 타국 외교관을 만난 때 이렇게 빈틈 없이 준비하는데 하물며 대통령실이 준비에 소홀한 게 이해가 안 된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무조건 실언임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라. 조정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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